[취재파일] 경북 군위군에선 이 시대 이런 일들이..

김광원 2020. 5. 4.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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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대구지방법원 21호 법정.

이 시대의 일들이라고 믿기에는 충격적인 주장이었다.

"군(郡)내 관급공사의 경우 공사비의 7~10%를 리베이트로 받아 군수에게 전달하는 것이 관행입니다." "일개 공무원에게 군수님의 존재감은 감히 말도 건네기 힘들 정도로 너무나 큽니다."

증인은 사업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8개월 징역을 받고 복역한 바 있는 A씨로, 속된 말로 죄를 뒤집어썼다가 뒤늦게 문제의 2억원을 군수에게 전달했다고 자백한 장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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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서 쏟아진 충격 증언들

김영만 군위군수. 연합뉴스

지난달 27일 대구지방법원 21호 법정. 이웃집 형님같은, 순박해 보이는 증인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기자의 귀를 의심케 하는 진술을 조곤조곤 쏟아냈다. 이 시대의 일들이라고 믿기에는 충격적인 주장이었다.

“군(郡)내 관급공사의 경우 공사비의 7~10%를 리베이트로 받아 군수에게 전달하는 것이 관행입니다.” “일개 공무원에게 군수님의 존재감은 감히 말도 건네기 힘들 정도로 너무나 큽니다.”

공무원들에게 군수는 아직 조선시대 왕 같은 존재라는 의미였다.

거액의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김영만 경북 군위군수 3차 공판에서 폭로된 증언들이다. 증인은 사업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8개월 징역을 받고 복역한 바 있는 A씨로, 속된 말로 죄를 뒤집어썼다가 뒤늦게 문제의 2억원을 군수에게 전달했다고 자백한 장본인이다.

검찰은 이날 사업체 대표로부터 5만원짜리 현금다발의 2억원을 받아 김 군수에게 전달하기까지의 과정을 상세하게 되짚었고, 김 군수 측의 7명의 호화(?) 변호인단은 앞뒤 정황을 따져가며 A씨의 진술을 되돌리려 거세게 몰아붙였지만 이미 드러난 증거와 정황들을 놓고 보면 A씨의 진술들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A씨도 그렇지만 김 군수의 최측근 2명이 이 ‘관행’ 때문에 현재 옥중에 있다. 게다가 김 군수의 최측근은 A씨에게 변호사비 명목으로 6,000만원을 건넸다. 김군수 측은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일이다.

충격적인 사실은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경북생활적폐대책특별위원회에 “퇴직까지 남은 근무연수에 1,000만원을 곱한 금액을 상납해야 승진이 가능하다”는 군위군 관련 투서가 접수됐다.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도 관급 공사부터 승진에 이르기까지 ‘관행’이 개입되지 않는 부분이 거의 없다는 한탄이 여기 저기에서 흘러나온다.

호사가들이 지어낸 말이라고 치부하기엔 그들이 제시하는 정황이 너무도 구체적이고 생생하다.

김 군수 측은 혐의들을 강하게 부인하고 무죄를 주장하고 있지만, 이미 드러난 비리에다 이 같은 비리사슬을 방치한 것만으로도 그는 유죄다.

김광원 기자.

대구=김광원 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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