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질본 역학조사관 두차례 채용 미달
질병관리본부가 역학조사 등을 총괄하는 의사 출신 역학조사관 공개 채용에서 올 들어 두 차례나 연거푸 모집 정원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4일 질본에 따르면, 지난 2월 올해 첫 채용에서 네 명을 모집할 예정이었는데 두 명을 뽑는 데 그쳤다. 지난 3월 2차 모집에선 여덟 명을 채용 예정이었는데 한 명만 충원됐다. 질본은 5월 중 3차 채용 공고를 내기로 했다. 4년 이상 보건·의료 분야에 근무한 경력이 필요하고, 가급(4급 상당) 계약직으로 채용된다. 계약 기간은 2년이지만 연장할 수 있다.
의사 출신 역학조사관은 코로나 대응 방역 전략을 짜고 확진자 감염 경로를 추적하는 일을 담당하는 핵심적인 자리다. 이번 코로나 초기 방역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지만, 정원조차 못 채우고 있다. 의사 출신 역학조사관 정원은 열세 명이지만 여섯 명(46%)만 근무 중이다.
질본은 2월 미달 후 2차 모집에선 최소 연봉을 6100만원에서 1억1700만원으로 올리는 조건을 내걸었다. 의사 평균 소득 수준이 높다는 걸 감안했다. 차관급인 정은경 본부장의 연봉(1억2784만원)에 버금가는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하지만 2차 모집 서류 합격자는 단 한 명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사명감이나 높은 연봉만으론 역학조사관 충원은 어렵다. 계약 연장이나 승진 등을 포함한 인사 시스템 개편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역학조사 전문 인력 충원이 계속 늦어지면서 가을이나 겨울에 올 수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2차 대유행에 대비해야 하는 방역 당국은 비상이 걸렸다. 지난 2월 말 31번 확진자를 기점으로 대구에서 신천지 신도 중심으로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하기 시작했을 때 질본과 대구시 등은 "역학조사관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호소한 바 있다. 지난 1일 기준 질본 소속 역학조사관은 의사 출신인 가급(4급 상당), 의사 자격증이 없어도 보건·의료 분야 학위와 경력이 있으면 지원 가능한 5~6급 상당의 나급과 다급을 모두 합쳐 82명으로 정원(130명)의 63%밖에 채우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 대통령 업무보고 당시 "역학조사관은 방역 현장의 핵심적 요소지만 현재 34명으로 크게 부족한 상황"이라며 "100명 이상으로 늘려 현장 대응력을 높이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 2~3월 역학조사관 신규 채용에서 미달이 나면서 130명으로 늘어난 정원을 채우는 데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가급(의사 출신)만이 아니라 나·다급 역학조사관 충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3월 채용에서 나급은 34명 모집에 21명, 다급은 90명 모집에 50명만 채웠다. 이들 최소 연봉은 4000만~5000만원 수준이다.
질본의 의사 출신 역학조사관 채용에서 모집 정원보다 지원자가 적은 상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6년 초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직후 '가급' 역학조사관 채용 때도 '정원 미달→추가 채용 공고→정원 미달'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전문성이 필요한 역학조사관이 충원되지 않는 상황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코로나 2차 대유행이 닥쳤을 때 방역 당국의 대응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월 말 하루 신규 확진자가 200명 수준으로 폭증하자 정부는 감염 경로, 접촉자 파악에 어려움을 보이면서 "역학조사 능력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후 3월 초 확진자는 하루 500명 이상 쏟아졌다. 질본은 하루 신규 확진 환자가 열 명 안팎으로 유지되고 있는 지금 역학조사 인력을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역학조사관으로 뽑은 사람이 과장, 센터장, 본부장으로 승진할 수 있도록 전문 인력을 키워내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질본의 전문성과 감염병 대응 능력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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