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재팬'이라더니" 어린이날 선물 '동물의 숲'..선택적 불매운동 논란

김가연 2020. 5. 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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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어린이날 맞아 닌텐도 '동물의 숲' 인기
시민들 "선택적 불매운동 지양" vs "불매 동참, 개인 자유"
서경덕 "최소한의 자존심은 지키길" 비판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구로구 구로동 신도림 테크노마트 앞에서 한 시민이 닌텐도 스위치 동물의숲 에디션 구매 응모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가연 기자] #직장인 A(28) 씨는 초등학생 조카를 위해 최근 '닌텐도 스위치 모여봐요 동물의숲 에디션'을 구입했다. '동물의 숲'이 출시 전부터 큰 인기를 끌며 품귀현상을 빚고 있어, A 씨는 여러 판매처를 돌며 추첨권을 받아 힘들게 구매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A 씨는 "어린 조카가 너무 가지고 싶어 해서 구매하긴 했다. 애들에게는 당장 가지고 싶은 것이 우선이지 않나"라면서도 "작년부터 불매운동에 참여하고 있었는데 '동숲'을 구매하고 나서 찝찝한 기분이 든다"고 토로했다.

5일 어린이날을 맞아 일본 닌텐도가 최근 새롭게 출시한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모동숲)의 수요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해당 게임이 인기를 끌며 전국 판매처 곳곳에서 품절 사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닌텐도를 구입하는 행위가 지난해부터 지속되는 일본 제품 불매 운동 취지에서 벗어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모동숲은 사용자가 무인도로 이주한 뒤 동물 주민들과 함께 생활하며 자신만의 섬을 꾸미는 게임으로,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게임 칩과 휴대용 콘솔 기기인 '스위치'를 구입해야 한다. 칩과 스위치의 가격은 각각 정가 6만4800원, 36만 원으로 책정돼있다. '동물을 숲' 시리즈는 닌텐도의 대표적인 장수 게임으로, 지난 2001년 첫 발매된 이후 꾸준히 인기를 끌며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동물의 숲' 시리즈로는 '놀러오세요 동물의 숲', '타운으로 놀러가요 동물의 숲', '튀어나와요 동물의 숲' 등이 있다.

모동숲은 앞서 예약 판매가 시작된 지난 3월12일, 판매처 웹사이트에 구매자들이 동시에 몰리면서 서버가 마비되는 등 국내 출시 전부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발매일인 20일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현장판매에는 수천 명이 모여들기도 했다.

모동숲은 상시판매 제품이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서 국내 판매처 역시 물량 확보에 어려움 겪고 있다. 이렇다 보니 온라인 중고거래사이트를 통해 중고 제품에 웃돈을 얹어 되파는 사례도 나왔다. 스위치 모동숲 에디션은 정가의 두 배 이상인 80만 원대에 거래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현상은 어린이날을 앞두고 자녀, 친인척 등을 위한 선물로 모동숲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심화했다. 이마트는 지난달 24일 해당 제품 판매에 나섰다가 앱과 사이트가 모두 다운된 바 있다.

국내 품절사태는 일본 언론에도 보도되기도 했다. JB프레스 등 현지 매체는 "한국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3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닌텐도를 구매하기 위해 몰려들었다"고 보도했다. 해당 소식을 접한 일본 누리꾼들은 기사 댓글과 SNS 등을 통해 "'노 재팬'이라더니 그건 어디 갔나", "'NO JAPAN' 하루도 성공 못 해" 등 반응을 보이며 조롱을 이어갔다.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구로구 구로동 신도림 테크노마트 앞에서 시민들이 닌텐도 스위치 동물의숲 에디션 구매 응모를 하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이렇다 보니 국내에서도 선택적 불매운동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일부 시민들이 유니클로 순찰대를 자처하고, 일본 제품과 대체 상품 정보를 제공하는 '노노재팬' 사이트가 개설되는 등 적극적으로 일본 불매운동 참여를 독려한 데 반해 일본 게임 구매에는 관대하다는 지적이다.

직장인 B(31) 씨는 "작년에는 다들 인스타그램에 '노재팬'이라며 인증사진을 올리고, 일본제품을 쓰거나 여행을 가면 다들 비판하지 않았나"라면서 "유니클로, 무인양품, 아사히 맥주 등은 소비하면 안 되고 게임은 괜찮다는 건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게임은 없다고 생활이 불가능한 건 아니지 않나"라며 "불매운동이 시작된 지 일 년도 되지 않아서 무너진 것 같아 아쉽다"고 덧붙였다.

그런가 하면 '불매운동 검증'을 두고 피로감을 호소하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다. 불매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소비자 중 일부가 그렇지 않은 소비자를 향해 조롱을 쏟아내는 등 과도한 비난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모동숲 게임 칩을 구매했다는 대학생 C(25) 씨는 "불매운동에 참여하는 건 개인 자유이기 때문에 강제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면서 "온라인상에서는 다들 꼬투리 하나 잡으면 욕하려고 하는 것 같아 피곤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실제 생활에서는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부분 아닌가"라고 밝혔다.

그는 "솔직히 모든 일본 제품을 불매하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제가 게임을 제외한 일본 제품을 불매하듯이 게임을 사지 않고 다른 일본제품을 사는 사람도 있을 것 아닌가"라며 "불매운동이 이제는 어느 정도를 넘어서 사상검증처럼 느껴져 불쾌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불매운동이 개인의 선택인 점을 존중한다면서도, 시민들에게 불매운동 참여를 독려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는 "불매운동은 절대 강요될 수는 없다. 개개인의 선택을 저 역시 존중한다"면서도 "하지만 한 번만 더 생각해봤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는 "작년 유니클로 매장 앞 줄선 사진이 일본에도 공개돼 일본 네티즌들에게 정말로 많은 비난과 조롱을 받았다. 이번 역시 닌텐도 품절사태를 일본 언론에서도 조명했고, 일본 누리꾼들도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무쪼록 우리 모두 최소한의 자존심만은 지켰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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