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 이끄는 30대..그들은 왜 주식 투자에 나섰나

박응진 기자 2020. 5. 5.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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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집 마련·결혼도 힘든데..이번 기회에 한번 불려보자
친구 따라 주식 사지말고 공부하고 분산·장기 투자해야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최근 신규 고객 중 30대 젊은층이 많이 늘었다. 기존에 펀드만 하던 분들도 증시가 하락하니깐, 유튜브 영상을 보거나 주변 지인들의 얘기를 듣고 주식 투자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국내 우량주부터 미국 우량주, 원유 상장지수펀드(ETF) 등 투자 대상도 다양하다."(프라이빗 뱅커(PB) 강수민 미래에셋대우 마포WM 선임 매니저)

개인 투자자들을 일컫는 '동학개미'들은 지난 3월 코로나19 폭락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하나 둘 떠날 때 국내 주식시장을 굳건히 지켰다. 동학개미들의 순매수 행렬과 그 규모는 연일 화제를 일으켰다. 동학개미 중에는 유독 30대가 많았는데, 한치 앞을 분간하기 어려운 변동성 큰 주식시장에서 이들은 왜 주식 투자에 나섰을까. 해피엔딩일까.

◇내집 마련·결혼도 힘든데…이번 기회에 한번 불려보자

전문가들은 30대의 사회적·경제적 지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20~30년 전의 30대는 보통 자기 집을 마련해 결혼을 하고 자녀도 있을 나이다. 하지만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 등으로 결혼 시점이 늦어지고 있다.

취직은 했지만 결혼 등은 뒤로 미룬 30대는 대기자금 성격으로 어느 정도의 목돈을 갖게 됐다. 결혼을 이미 했거나 관심 없는 30대에게도 대출상환·학업 지속 등을 위한 자금이 필요하기는 마찬가지다.

목돈을 가지고 당장 집을 마련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만큼, 국내 주식시장 폭락을 본인의 자산을 불리기 위한 기회로 삼았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한다.

정재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30대의 경우 자기 집을 살 수 있는 상황이 점점 안 된다. 집 살 돈은 없고, 그래도 돈은 조금 모아 놨으니, 위기가 왔을 때 주식을 사면 수익을 본다고 하니깐 투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도 "아무래도 20대 때는 자산이 없지만 30대 때는 쌈짓돈이 생기는 단계라서, 주식에 많이 접근한다"고 전했다.

◇30대는 젊다, 그래서 투자도 공격적이다?

젊을수록 공격적인 투자를 한다는 말이 있다. 강수민 매니저는 "30대의 투자는 공격적인 편이다. 인버스나 레버리지 2~3배짜리도 활용한다. 담보대출, 신용주식매수, 신용대출, 연금대출 등 신용도 사용한다"고 했다.

오모(35)씨는 20대 후반부터 직장생활을 하면서 차곡차곡 모아놓은 돈으로 최근 주식투자에 나섰다. 내 집 마련과 결혼자금 준비를 위해서다. 오씨는 "뉴스를 보니깐 원유값이 마이너스라고 하더라. 더 내려갈 데가 없겠다 싶어서 석유화학과 원유 관련 투자를 했다. 투자는 위험을 추구해야 성공한다고 하더라. 모험이다"라고 했다.

물론 모든 30대가 오씨처럼 공격적인 것은 아니다. 김현주 KEB하나은행 압구정역PB센터 부장은 최근 자신의 고객 중 30대 자녀가 주식 투자에 관심을 가져 자문을 해줬다. 김 부장은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하락한 종목 중에서도 현금 보유량이 많은 MS, 아마존, 애플 등 글로벌 초대형 우량주에 관심이 많다"며 "국내 주식 중에서는 삼성전자, 카카오, 네이버 등을 비롯해 IT, 5G, 자율주행, 코로나19 치료제 관련 제약주에 대해 문의하고는 한다"고 설명했다.

30대 중에는 증권사가 개설한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학습한 뒤 주식 투자에 나서는 이들도 적지 않다. 또한 30대는 매매 수수료나 환전 수수료에도 민감한 편이라고 한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썰물이 되면 누가 발가벗고 수영하는지 알 수 있다

문제는 주식시장에 대한 이해 없이 군중심리에 휩쓸려 주식시장에 뛰어든 30대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결말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주식 투자의 심리학'이라는 제목의 책을 낸 김진영 인하대 정책대학원장은 "역사는 반복된다. 이분들이 돈을 벌었다고 치자. 과연 이를 유지할 수 있을까. 자그마한 성공이 큰 실패를 부른다. 초심자의 행운이 나중에 큰 화를 부른다"고 말했다. 이어 "워런 버핏이 '썰물이 되면 누가 발가벗고 수영하는지 알 수 있다'는 말을 했다. 지금은 장이 조금 좋아져서 버티고 장기투자를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안 좋아졌을 때도 버틸 수 있을까. 경험 없는 사람들은 조바심이 나서 버티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증시가 하락장으로 돌아서면 준비되지 않은 투자자들은 당황할 것이고, 비자발적인 장기투자의 늪에 빠질 것이라는 게 김 원장의 관측이다. 이른바 '주가가 반등할 때까지 끝가지 버틴다'는 의미의 '존버' 상태가 되는 것이다.

정재만 교수도 "일확천금의 꿈은 일장춘몽"이라며 "동학개미로 분류되는 모든 투자자가 그러지는 않겠지만, 가령 원유선물 레버리지 상장지수증권(ETN)에 투자한 30대가 상품을 얼마나 이해하고 투자했을지 의문이다. 원유 가격이 싸지니깐 앞으로 오르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이 클텐데, 이는 비트코인을 통해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은 현상"이라고 비판했다.

◇친구 따라 주식 사지말고 공부하고 분산·장기 투자해야

친구 따라 주식 투자에 나선 30대라면 지금이라도 시장을 공부하고 분산·장기 투자하는 게 답이다.

김현주 부장은 "코로나19로 실물경제가 우려되는 상황이라 분할 매수로 접근하라고 고객들에게 조언하고 있다"며 "특히 개별 주식 투자는 유행 따라 투자하기보다는 적립식 펀드 등으로 감을 키우는 게 좋다"고 했다. 유트브나 인터넷 사이트의 정보를 활용하거나 증권사 앱 등을 깔아 관심을 유지하는 등 경험과 공부가 선행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김진영 원장는 "재무제표를 볼 줄 알고, 밸류(기업 가치)를 계산할 수 있도록 일단 공부를 많이 해야 된다. 투자 원리를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단기차익을 노리기보다는 기업 가치가 높은 주식에 장기투자할 것을 권유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우량주인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삼성전자를 10~20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면서 "기업의 성장을 보고 투자하는 게 아니라면 비트코인과 비슷한 투기가 된다"고 했다.

정재만 교수도 "개인 투자자는 시점 선택 능력과 종목 선택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시점 분산, 종목 분산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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