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 무시한 20대 국회, 역대 최악으로 기록된다
“의원들이 얼마나 일을 안하고 국회를 엉망으로 만들었으면 임기를 곧 마치는 국회의장이 직접 법안을 발의했겠어요. 여야가 싸우더라도 상임위원회는 항상 열려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일하는 국회가 됩니다.”(국회 고위관계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 3월4일 법안을 발의했다. 일하는 국회를 위해 필요한 ‘국회혁신 패키지’ 법안이다. 상시 국회 운영과 상임위원회 상설 소위원회 설치 의무화 등이 골자다. 의장직을 끝으로 30년 정치 인생을 마감하는 문 의장은 “이번 법안에 마지막 소망을 담았다”고 했다. 걸핏하면 파행되는 상임위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는 거다.
문 의장이 낸 법안의 배경을 설명하던 국회 고위관계자는 “국회의 꽃인 상임위를 제대로 운영하자는 게 법안 취지”라며 “상임위를 무시한 20대 국회는 역대 최악의 국회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의원 10명 이상이 서명한 발의 법안이나 정부가 직접 발의한 법안은 소관 상임위에 배정된다. 상임위 논의를 거친 법안은 원안대로 가결되거나 수정안(대안)으로 가결된다. 가결된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로 이관되고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 본회의로 넘어간다. ‘국민의 삶을 바꾸는 정책’의 시작점이 상임위인 셈이다.
예산안 심사도 각 상임위의 주요 역할이다. 정부가 낸 예산안을 각 상임위가 예비심사를 한다. 상임위에서 가결되면 예결위 종합심사를 받는다. 이후 본회의에 넘겨져 표결에 부쳐진다. 한해 나라 살림이 각 상임위에 달렸다.
국회가 국정 전반을 조사하는 국정감사 역시 상임위가 해야할 일이다. 헌법이 국회에 행정부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기능을 보장하고 있다. 정부가 예산을 올바르게 썼는지 정책을 제대로 집행했는지 따지는 게 국정감사다.
상임위가 제때 열리지 못한 탓이 크다. 지난 4년간 국회 보이콧만 20여차례가 있었다. 여야 합의는 최근 1년간 7번 파기됐다. 19대 국회에선 183일 동안 총 836시간 본회의를 열었지만 20대 국회(지난 3월 기준)는 150일, 506시간에 불과했다. 여야 모두 민생을 위한 법안 처리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특히 전대미문의 코로나19(COVID19) 사태 이후에도 정쟁만 일삼은 채 긴급재난지원금 등을 포함한 정책 지원엔 손을 놨다. 국회가 공회전하면서 상임위가 열리지 않다보니 국민의 삶을 위한 정책은 멀어진다. 의원들의 상임위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보니 예산안 심사를 비롯해 각종 감사 및 청문회 등도 ‘졸속’이란 비판을 받는다.
국민들은 일하는 국회를 만들려면 상임위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의원들을 심판해야한다고 생각한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전국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일하는 국회 만들기)를 보면 ‘상임위 등 각종 회의 불출석 의원 징계 강화’가 필요하다고 한 응답율이 31.2%로 가장 많았다. 이어 △쪽지예산 근절로 예산심의 투명성 강화(15.8%) △상시국회 운영 및 상설소위 설치 의무화(11.6%) 등이 뒤를 이었다.
국회법은 90일의 정기국회 외에 짝수달 30일씩 임시국회를 열도록 했다. 홀수달에도 재적의원4분의1 이상 요구가 있으면 국회를 열수 있다. 여야 의원들이 언제든 상임위를 열고 일하는 국회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20대 국회에선 여야 모두 막말과 궤변 등으로 정쟁에 휩싸여 상임위가 파행될때가 많았다. 정기국회를 제외하고 국회가 열리는 달에 회의 한번 소집하지 않은 상임위가 대다수다. 법안심사를 비롯해 의원들의 주요 업무는 당연히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20대 국회에서 여야 모두 서로의 진영 논리에 매몰돼 정쟁을 일삼으면서, 국민의 삶을 위한 정책과 법안을 만드는데 소홀했다”며 “21대 국회가 반면교사로 삼아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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