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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온라인개학 가능했던 건 클라우드 덕분이죠"

최민영 2020. 5. 5.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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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온라인클래스 클라우드 서버운영 실무 담당했던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공공사업부문 김영욱 부장 인터뷰
지난 3월25일 서울 광화문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사옥에 마련된 기술상황실 ‘워룸’(War Room).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제공

지난달 9일 전국의 초·중·고등학교가 사상 첫 온라인 개학을 했다. 한 달이 지난 현재 수백만명의 학생들은 별다른 불편함 없이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다. 온라인 개학은 마이크로소프트와 베스핀글로벌, 유비온, 에스케이브로드밴드(SKB), 엘지 시엔에스(LG CNS) 등 국내·외 아이티(IT) 기업들이 협업한 결과다. <한겨레>는 교육방송(EBS) 온라인클래스에 클라우드 서버를 제공한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공공사업부문 실무 담당자 김영욱 부장을 지난달 29일 만나 온라인 개학의 막전 막후 이야기를 들었다. 김 부장은 “클라우드 기술 덕분에 온라인 개학이 가능했다. 클라우드는 앞으로 더 많이 사용될 기술”이라고 말했다.

클라우드는 컴퓨터 파일을 저장할 때 컴퓨터 내부 공간이 아닌 인터넷과 연결된 외부 사업자의 서버에 ‘아웃소싱’해서 저장하는 기술이다. 인터넷 환경이라면 언제 어디에서건 저장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예상치 못한 트래픽 폭주에 대비하는 충분한 설비투자도 필요없다. 이런 장점 때문에 클라우드 생태계로의 IT 인프라 전환은 최근 국내외 공공부문과 민간기업의 화두가 됐다.

김영욱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공공사업부문 부장.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제공

■ ‘전쟁상황실’ 차려놓고 실시간 대응”

전례없던 온라인 개학에 대응하고자 마이크로소프트는 개학 2주 전이었던 지난 3월25일, 서울 광화문 본사 사옥에 기술상황실을 마련했다. 이곳엔 ‘워룸’(War Room, 전쟁상황실)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처음 EBS에서 요청이 왔을 땐 대구·경북지역 고등학생 정도였어요. 그런데 갑자기 전국 초·중·고교로 온라인 개학 범위가 확대되더군요.”

EBS는 전통 방식의 물리적 서버를 주로 사용하고 있고, 소프트웨어 플랫폼 ‘이솦’(ESOF)만 2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클라우드 서버를 구축하고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 등 기업들은 개학일까지 물리적 서버를 늘리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클라우드 기반인 이솦의 인프라를 확장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2주 남짓 동안 이솦 서버를 300만명이 동시에 접속할 수 있도록 늘려야 했다. 사실 불가능에 가까운 과제였다. 이같은 규모의 클라우드 서버 증설 또한 통상 6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김 부장은 “(서버 오류가 발생할 것이 예상되기에) 이 일은 맡게되는 순간 욕을 먹을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았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총대를 메고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중3·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던 온라인 개학 첫 날, EBS 온라인클래스는 최대 26만7280명의 학생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학생들이 일시에 몰리면서 서버의 출입문에서 고장이 났다. 곧바로 응급조처에 들어갔다. 병목현상이 발생했던 단일 통로서버를 없앴고, 대신 학생들이 각자 집에서 가장 가까운 서버(CDN)를 통해 분산해서 접근할 수 있게 했다. 이후에도 크고 작은 오류가 발생했지만 3차 온라인 개학이 있었던 20일부터는 큰 장애 없이 수업이 이뤄지고 있다. “아이티 기업들은 공개된 정보 외에는 모든 것이 대외비입니다. 하지만 이번 협력 과정에서는 서로 비공개 정보도 공개하면서 선을 넘나드는 협력을 했죠.” 불가능을 현실로 만든 데는 ‘선을 넘나드는’ 전문가들의 협력이 있었다는 얘기다.

접속장애에 대해 김 부장은 “서버 안정화 같은 준비 기간이 없었기 때문에 일어났던 불가피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신작 게임이 출시되는 경우를 보면, 보통 2단계의 사전 준비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제한된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비공개 시험(CBT, Closed Beta Test)과 원하는 모든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공개 시험(OBT, Open Beta Test)을 통해 시스템을 안정화 한 뒤 정식으로 서비스를 출시한다. 하지만 이번 온라인 개학은 이런 시험을 거칠 여유가 없었다. 서버 최적화 작업도 통상적인 경우와 반대로 이뤄졌다. 그는 “일단 최대한으로 서버 규모를 키워서 개학을 한 뒤 나중에 이용자 패턴을 분석해 서버를 줄였다”며 “지금은 온라인 개학 초기보다 더 적은 규모의 서버로 더 많은 학생들이 더 안정적으로 수업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 “대기업도 스타트업도, 클라우드 대전환 진행 중” 오류나 장애는 있었지만 클라우드 서버 기술이 없었다면 온라인 개학은 애당초 불가능했다. 김 부장은 “물리적 서버로 온라인 개학을 했으면 성능이 좋은 서버를 해외에서 가져와야 했다. 이렇게 되면 충분한 서버를 구축하는데 몇달이 걸릴지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혔다.

EBS는 이번 온라인 개학을 계기로 ‘클라우드 전환’을 고민하는 분위기다. EBS는 현재 온라인클래스를 운영하면서 클라우드 서버 규모를 확 늘려놓은 상황이다. 불필요한 서버를 줄이는 최적화 작업도 하고 있지만 한편에선 등교개학 이후에도 이번에 늘려놓은 클라우드 서버를 전부 철수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민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계에서는 이미 클라우드 전환이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대기업은 전환 작업이 한창이고, 스타트업 등 새로 생겨나는 기업들은 사업 초기부터 클라우드로 아이티 인프라를 구축한다고 한다. 김 부장은 “쇼핑몰이나 배달앱의 경우, 클라우드 서버를 구축해놓으면 주문이 몰리는 시간대 혹은 한 상품이 갑자기 인기가 많아지는 상황에 적은 비용으로 탄력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반대로 새벽시간 등 이용자들이 주문을 하지 않는 시간대에는 서버 규모를 줄여서 비용을 줄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클라우드 서버는 개별 회사가 여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만큼의 서버의 크기를 정해서 계약을 맺기 때문에 미리 정해놓은 범위 안에서는 자동으로 서버 규모가 조정된다.

김 부장은 “클라우드를 쓸지 말지에 대한 논쟁은 이미 끝났고, 이젠 언제 넘어갈 지가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언제 넘어갈지’는 기존의 물리적 서버를 어떻게 처리할지 관련 인력들은 어떻게 재배치 할지 등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말이다. 외부에 정보를 맡기는 서비스여서 제기되는 보안 문제에 대해선 “고객의 정보에는 클라우드 사업자도 접근할 수 없다. 보안 문제가 불거지면 이 비즈니스 자체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각 기업들은 국제 보안 인증을 획득하는 등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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