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산불 '용감한 형제'..농약 살포 트럭으로 '21톤' 물 뿌려

배연환 2020. 5. 6.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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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지난 1일 고성 산불이 발생 했을때 인근 마을에 사는 주민 세 명이, 트럭에 무려 7톤의 물을 싣고 달려가서 진화에 가세 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무려 세 번씩, 모두 21톤의 물을 뿌렸다고 하는데요.

산 불 앞에서 놀라운 투혼을 발휘했던 이들을 배연환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 리포트 ▶

거센 바람을 탄 불길이 이산 저산으로 번져나가던 지난 1일 밤.

소방대원들이 사투를 벌이던 강원도 고성 산불 현장에 특이하게 생긴 트럭 2대가 나타났습니다.

화재 당시 인근에서 농사일을 하고있던 정일모, 정항모 씨 형제가 몰고 온 대형 농약 살포기였습니다.

한번에 4톤과 3톤의 농약을 채울수 있고 150미터 거리까지 멀리 살포할 수 있어, 정 씨 형제는 소방차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정일모(형, 고성군 죽왕면 야촌리)] "불났으니까… 어떤 생각보다는 불났으니까 꺼야 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죠. 어떤 것 때문이 아니라 불이 났기 때문에 끈 거죠."

1년 전 이맘 때 발생한 대형 산불의 악몽이 채 가시지도 않았던 형제는 아무런 보호장구도 없이 무작정 산불 진화에 나섰습니다.

숨 쉬기 조차 힘든 연기 속에서 급수를 위해 3번씩이나 왕복해가며 놀랍게도 21톤의 물을 뿌렸습니다.

무려 5시간 넘게 화마와 사투를 벌인 끝에, 잿더미가 될 뻔한 주택 두 채를 구했고 인근 군부대 탄약고까지 지켜냈습니다.

[정항모(동생)] "한참 작업을 하다 보니까 눈이 잘 안 보이고 숨쉬기가 곤란하더라고요. 다음부터는 보호장비를 챙겨서 와야겠구나."

신속 정확했던 소방당국의 진화 작업과 함께 용감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행동에 힘입어 이번 산불은 단 한 명의 인명 피해없이 진화됐습니다.

[박길호/고성군 도원3리 이장] "많이 고마웠죠. 정일모 씨가 와서 불 꺼주니까… 민간인이 와서 기계 가지고 있으면서 불 꺼주고 했으니 고맙죠."

같이 산불 진화에 나섰던 동료가 지병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어 걱정이라는 이들 형제, 오늘 당장 다시 산불이 나더라도 주저없이 현장으로 트럭을 몰겠다고 말합니다.

[정항모(동생)] "또 가야죠, 무의식적으로라도. 아마 그렇게 갈 것 같아요…"

MBC뉴스 배연환입니다.

(영상취재: 박민석/강원영동)

배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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