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돌리려는데 부품이 없다..코로나에 마비된 美자동차업계

정다슬 2020. 5. 8.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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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폭스바겐 부품 수급 차질로 공장 재개 일정 연기
멕시코 감염자 2.7만명 넘어서.."美국경지역 온상"
"공급망 회복 늦을 경우, 실적 회복 타이밍 놓쳐"
△2016년 9월 멕시코 기아 공장 외견 [사진=afp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이승현 기자] 미국 내 공장을 두고 있는 자동차 회사들이 생산 재개를 앞두고 예상밖 암초를 만났다. 북미 자동차 산업지대의 한 축이자 부품 생산의 핵심 거점인 멕시코의 봉쇄령이 유지되면서 부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멕시코 정부는 미국 접경지역 자동차 공장들이 코로나19 감염의 온상이라고 지목하고 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오는 17일부터 일부 지역에 한해 경제활동 재개를 검토하고 있지만 자동차 공장들도 해당될 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업계는 수요 회복 시기에 공급이 적절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입게 될 타격에 우려하고 있다.

◇美자동차 부품, 멕시코에 의존도 높아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는 지난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를 통해 관세를 낮추고 활발한 교역활동을 해왔다. 이 과정에서 임금이 낮은 멕시코에 부품 공장을 세우고 미국에서 이를 조립해 완성품을 만드는 등 사실상 하나의 단일 경제권이 형성됐다.

가장 대표적인 산업이 자동차다. 북미 자동차산업 지대는 미국 중서부 미시간주에서부터 남부 텍사스주를 지나 캐나다, 멕시코까지 국경을 넘어 형성돼 있다. 특히 멕시코 치와와주나 코아우일라주는 100여개가 넘는 부품업체들이 모인 미국 자동차 산업계의 핵심 거점이 됐다.

지난해 미국이 멕시코로부터 수입한 자동차 부품은 600억달러(73조원) 규모로 중국의 4배, 전체 부품 수입의 40%를 차지한다. 미국 자동차연구센터에 따르면 이들 부품 중에서는 조립과정에서 미국과 멕시코 사이를 최대 8회 이상 오가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멕시코의 자동차 부품공장이 멈춰 섰다는 것이다. 멕시코는 지난 3월 말부터 학교를 폐쇄하고 외출 제한령을 내리는 등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에 들어갔다. 필수산업에 대해서는 생산활동이 허용되지만, 여기에는 자동차산업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멕시코 당국은 미국 접경지역 공장들이 코로나19 감염 온상이라고 지목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접경지역인 티후아나는 멕시코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은 지역 중 하나다. 리오그란데 강을 끼고 미국 텍사스주 엘파소와 다리로 연결된 멕시코 치와와주 시우다드후아레즈에서는 자동차 좌석 제조공장 노동자 13명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멕시코정부는 생산활동이 적발될 경우 벌금을 물릴 정도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부품 공급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자 주요 자동차회사들은 생산활동을 재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초 3일과 4일 미국 공장을 재개하려고 했던 독일 폭스바겐과 일본 도요타는 결국 공장 재개 일정을 미루기로 했다. 멕시코 부품 공장이 멈춰 서면서 막상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충분한 부품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요타와 혼다는 현재 11일 재개를 예정하고 있지만 부품 공급망 상황에 따라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적했다.

포드는 지난 4일부터 유럽 공장을 재가동했지만 정작 미국 공장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재개 일정을 밝히지 않았다. 짐 팔리 포드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북미 공급사슬은 광범위하게 조성돼 있어 전체 보조를 맞추는 것이 쉽지 않다. 지역별로 공급망이 구성된 유럽과는 사정이 다르다”고 말했다.

현대차(005380)·기아차(000270)는 일단 미국 내 부품 공급망을 활용해 지난 4일부터 공장을 재개했다. 하지만 공장 가동률은 여전히 평년 수준을 훨씬 못 미치고 있다. 기아차 멕시코 공장은 아직 가동 재개 시점을 정하지 못했다.

자동차 뿐만 아니다. 멕시코는 중국에 이어 2번째 가전제품 수입국이다. 그러나 월풀을 비롯한 미국 가전제품 업체들은 멕시코 공장 일부가 가동 허가를 받지 못해 부품 공급에 차질을 빚게 됐다고 WSJ는 전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멕시코, 17일부터 생산 재개 검토…美 “앞당겨달라”

결국 미국 자동차 산업의 재가동 여부는 멕시코의 경제활동이 언제 재개되느냐에 달려있다.

미국정부는 자동차산업계의 요청을 받아 멕시코 정부에 자동차산업에 대해 공장재개 일정을 11일로 앞당겨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멕시코 방역당국은 미국과의 접경시설 생산시설들의 가동 중단을 계속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멕시코는 오는 17일부터 일부 지역에 한해 경제활동을 재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멕시코 코로나19 증가속도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어 예정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통계서비스 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멕시코는 6일(현지시간) 기준 2만 7634명의 확진자와 2704명의 사망자를 보고했다.

△멕시코 코로나19 신규확진자 추이 [출처=월드오미터]
멕시코 부품공급망이 제때 작동하지 않아 미국 공장 생산 재개가 늦어지면 경제활동 재개와 함께 회복될 수요에 맞추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절정에 달했을 때 보류됐던 소비가 한꺼번에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2월 중순 생산활동을 재개한 중국의 자동차 판매량은 코로나 위기 이전 수준까지 회복했다. 이때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코로나19 사태로 타격받은 경영실적을 회복이 좌우된다

닛케이는 “생산중단이 1개월 이상 중단되면서 재고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신차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을 경우 회복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고 전했다.

정다슬 (yamy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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