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난 원조교제' 나서는 日여성들 [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이동준 2020. 5. 8.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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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카츠' 유행.. 고교생부터 유흥업소 여종업원까지 / 코로나 실직·채용취소 영향/ 전문 중계 사이트, 앱도 운영
파파카츠에 나선 한 여성은 ‘OL(직장인 여성)’의 1개월 급여 정도를 (대가로) 받는다고 말했다. 아메바TV 지난 3월10일 방송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일부 여성들을 밤길로 내몰고 있다.

8일 일본 아사히신문 등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실직 또는 취업이 취소된 일부 젊은 여성들이 생계를 위해 ‘파파카츠(원조교제)‘에 나서고 있다. 이 중에는 10대 여학생들도 있어 치안 당국이 깊은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파파카츠는 과거 일본 사회를 뒤흔든 원조교제와 유사하다. 파파카츠는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남성이 10대~20대 젊은 여성과 데이트 등을 하며 그 대가로 경제적 지원하는 것을 뜻한다. 여성들은 이들 남성을 ‘스위트 대디(아빠)’라고 부른다.

과거 원교교제와 다른 점은 성행위 등 부적절한 관계는 맺지 않는다는 것으로 이에 10대도 용돈 벌이를 위해 파파카츠에 나서는 한편 이들을 전문적으로 연결하는 웹사이트, 앱 등이 운영되고 있다.

일본 효고현 경찰 간부는 “파파카츠로 인해 여성들이 범죄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소셜미디어(SNS) 등에 스위트 대디를 찾는다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신문과 인터뷰한 20대 여성 A씨는 “코로나 사태로 채용이 취소돼 파파카츠에 나섰다”고 말문을 열었다.

A씨는 올 초 취업이 확정돼 3월 출근을 앞두고 있었지만 지난 2월 “해외여행을 했다”는 이유로 채용이 취소됐다. 2월은 한국과 중국 등에서 코로나19가 한창 확산하던 시기다.

취업이 확정돼 부모로부터 독립한 A씨는 “월세, 생활비 등을 스스로 감당해야 했지만 채용이 취소돼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호소했다.

첫 직장부터 어긋나기 시작한 A씨는 결국 파파카츠에 눈을 돌렸다. A씨는 “코로나19 감염 우려와 낮선 남성과 만나 시간을 보내는 게 두렵고 불안했다”면서도 “돈을 위해 어떻게 든 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나마 위안됐던 건 A씨 친구도 파파카츠에 나선 것과 다행히 지금껏 큰 문제가 없었다는 점이다.

파파카츠에 나선 A씨는 자신의 사진과 함께 키, 몸무게 등을 게재하며 만남 시 신체 촬영이나 모텔 등엔 가지 않겠다고 광고한 뒤 이 글을 본 남성 수십명과 약속을 잡았다.
일본 고베시 유흥가 모습. 코로나19 사태로 휴업 요청을 받아 많은 상점이 영업을 중단했다. 일자리를 잃은 여성 일부는 파파카츠로 생계를 유지한다고 전해졌다. 사진=아사히신문 캡처
 
파파카츠에 나선 이들 중에는 A씨처럼 평범한 여성도 있지만 유흥업소 여성들도 많다고 전해졌다.

이들은 코로나19로 일하던 곳이 휴업에 들어가자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파파카츠에 나서고 있다. 고베시의 한 유흥업소에서 10년 가까이 일한 20대 여성 B씨는 “휴업으로 수입이 끊겨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다”며 “함께 일하던 여성들도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본 사업자,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보조금 등을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유흥업소 종사 여성들은 직업의 특성상 세무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보조금에 의지할 수 없다.

B씨는 “어딘가 취업하려 해도 이력서에 게재할 내용이 없다시피 해 유흥가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여성들의 안타까운 상황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을 통해 낯선 사람과 만나 금품을 주고받는 건 범죄에 휘말릴 우려가 있다”며 “생계를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쉽게 생각해선 안 된다”고 우려했다.

파파카츠는 ‘부적절한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남성들을 소개하고 여성들과 연결하는 인터넷 사이트, 앱 등이 운영 중이다.
파파카츠에 나선 여성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 사이트. 사진=커뮤니티 캡처
이러한 가운데 최근에는 매일 여러 명과 접촉할 수 있는 데이트 어플을 통해 만남이 이뤄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앱의 특성상 상대의 의사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고 상대 남성의 외모나 직업 등의 프로필을 확인할 수 있는 데다 가입 시 신상정보가 확인됐다는 점에서 일부 여성들은 웹사이트 보다 앱을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성들은 이러한 만남을 통해 많게는 직장인 여성의 1달치 급여에 해당하는 돈을 사례로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거액을 주고받는 관계에서 ‘부적절한 행위가 없을 수 없다’며 법적 제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이들 남녀가 실상을 털어놓지 않는 이상 확인은 쉽지 않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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