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66번 환자 전염력 정점 시기 이태원 돌아다녔다..황금연휴발 집단감염 현실로

조승한 기자 2020. 5. 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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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66번 환자 접촉 확진 15명 늘어
7일 오후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서울 이태원의 한 클럽 앞에서 기자들이 취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이달 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경기도 용인 66번 환자와 관련된 환자가 15명으로 늘었다.  66번 환자는 황금연휴 기간인 2일 새벽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을 세 곳 방문했다. 같은 시간 클럽을 방문한 이들의 수는 약 1510명으로 집계됐다.

통상 코로나19의 전염력은 증상이 나타나기 2~3일전부터 생겨 증상이 나타날 땐 이미 최고 수준의 전염력을 가졌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66번 환자는 이달 2일부터 고열과 설사 등 코로나19 증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나 가장 전염력이 강한 시기에 서울 송파와 경기, 강원, 다시 서울 이태원 일대를 돌아다닌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오전까지 이태원 클럽과 관련해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 수는 12명으로 방역당국은 환자 수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4월30일부터 이달 5일까지 이어진 황금연휴에 일어난 감염으로 확인되면서 2차 유행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이달 8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어제 용인 지역에서 확인된 29세 확진자의 접촉자 조사 과정에서 환자 본인과 안양 지인 1인 이외에 추가로 13명의 확진자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용인 66번 환자와 관련해 확진 판정을 받은 이들은 15명으로 늘었다. 각 지자체의 동선 공개를 종합하면 66번 환자는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난 이달 2일의 이틀 전인 지난달 30일 친구 3명과 함께 서울 송파, 가평, 강원 춘천과 홍천을 여행했다. 다음날 1일 오후 집으로 돌아온 후 용인 시내 한 식당과 주류점을 방문했다. 1일 오후 11시에는 여행을 함께 다녀온 경기 안양시 거주 30대 남성과 함께 8100번 버스를 타고 서울 이태원을 방문했다. 안양 30대 남성은 7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66번 환자는 이태원에서 클럽과 주점, 편의점을 다수 방문했다. 1일 22시 57분부터 2일 0시 19분까지 주점 ‘술판’을 방문했고 이후 도보로 0시 20분~0시 23분 편의점을 들렀다. 0시 24분~1시 ‘킹클럽’을 방문했고 1시 6분 킹클럽을 나온 후 ‘드렁크’라는 술집으로 이동해 1시 31분까지 머물렀다. 1시 40분부터 50분까지는 ‘트렁크클럽’을 방문했다. 2시에는 다시 킹클럽으로 돌아와 오전 3시 10분까지 머물렀다. 오전 3시 11~12분 편의점을 다시 방문한 후 ‘클럽 퀸’에 오전 3시 32분 도착했다. 이후 오전 3시 47분까지 해당 장소에 머물렀다.

이태원 클럽에서 66번 환자와 같은 시간에 머무른 이들은 약 1510명으로 파악된다. 정 본부장은 “현재까지 파악한 바로는 종업원은 73명, 방문자 숫자는 1500여 명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는 출입자 명부를 전체 파악한 숫자로 방문시점 전후 감염 노출자에 대해서는 좀 더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고 명부 누락이 있을 수 있어 접촉자 파악을 계속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세 클럽에 각각 약 650명, 540명, 320명 등 총 1510명이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기재가 부정확해 정확한 수는 파악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일시 폐쇄 명령서 부착된 이태원 클럽. 8일 오전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가면서 폐쇄된 서울 용산구 우사단로의 한 클럽 입구에 구청의 일시 폐쇄 명령서가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제공

방역당국에 따르면 오늘 0시 이후 발생한 환자 13명 중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환자는 12명이다. 환자의 나이는 19세에서 37세 사이로 젊은 층이었다. 서울 거주자가 11명이고 인천 거주자 1명으로 확인됐다. 12명 중에는 외국인 3명과 군인 1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에 따르면 용산 국방부 청사 내 사이버사령부 근무지원중대 하사 1명이 8일 오전 확진 통보를 받았다.

환자의 수는 더욱 늘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클럽과 관련해 서울시 안내문자를 받고 자치구 선별진료소를 방문해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사람은 8일 오전까지 114명으로 이들 중 11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1510명의 10분에 1에 불과한 이들이 검사를 받은 것이라 환자가 더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한편 용인 66번 환자의 직장동료 1명도 8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용인 66번 환자는 당초 재택근무를 했다고 알려졌으나 회사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이후 연휴와 개인 연차를 사용해 회사에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66번 환자가 증상이 발현하기 나흘 전에 동료를 만났다는 뜻이라 무증상 전파를 일으켰거나 직장 내에서 다른 감염원이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회사는 66번 환자가 발생한 7일에도 정상 출근을 하다 추가 확진자가 발생한 8일에야 뒤늦게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재택근무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역당국은 지금까지 확인된 관련 환자들 가운데 66번 환자가 가장 발병이 빠른 초발환자로 봤다. 다만 이 환자의 감염경로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정 본부장은 “접촉자에 대해서도 파악을 해서 자가격리 등의 조치를 취하지만 감염경로상 놓치고 있을 감염원에 대해서도 조사가 동시에 진행 중”이라며 “확진되기 한 2주 전까지의 동선을 파악해서 하나씩 역추적하면서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그런 상황”이라고 말했다.

환자가 클럽 내에서 단기간에 많은 감염을 일으킨 것에 대해 방역당국은 전염력이 가장 높은 발병 초기에 클럽을 방문한 것을 원인으로 봤다. 정 본부장은 “(환자의)바이러스 검사를 한 결과 바이러스 양이 상당히 높았다”며 “논문으로도 발병 초기 전파력이 강하다는 것이 보고됐다”고 말했다. 발병 초기 바이러스의 양이 많았던 상황에서 다수와 접촉해 광범위한 감염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이번 집단감염 사례는 지난달 17일 부산 클럽에 대구 19세 확진 환자가 방문해 약 500명이 노출됐으나 환자가 발생하지 않은 상황과 대조된다. 정 본부장은 “부산 사례는 발병 전에 방문한 것이기 때문에 전파력에서의 차이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환자는 실내에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밀폐되고 밀접한 접촉이 일어나는 클럽의 특성도 반영됐다. 정 본부장은 “마스크를 대기하면서는 썼지만 실내에 들어가서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하고 있어서 굉장히 밀폐되고 아주 밀접한 접촉을 하는 시설에서 아주 밀접한 접촉이 일어났기 때문으로 일단 추정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66번 환자와 같은 시간에 클럽을 방문했다면 외출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정 본부장은 “5월 2일 새벽 용산구 이태원에서 해당 시간에 해당 장소를 방문하신 분은 노출됐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일단 외출이나 출근을 하지 말고 자택에 머물러 주시기 바란다”며 “보건소나 1339에 이태원 장소를 방문했던 사실을 신고하고 보건소의 조치사항에 따라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이태원 내 다른 클럽이나 주점 등을 방문했을 경우에도 의심 증상이 있다면 검사를 받을 것을 당부했다. 정 본부장은 “동선이 상당히 많았기 때문에 새벽 0시~4시 사이 상기 3개 업소가 아니더라도 이태원에 있는 클럽이나 주흥 등의 유흥시설을 방문하신 분 중에서도 의심증상이 있을 경우 검사를 받아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66번 환자가 방문한 2일이 클럽이 사회적 거리두기 행정조치를 준수해야 하는 시점이었던 만큼 환자가 발생한 클럽에서 이를 어긴 점이 있는지도 조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생활방역으로 전환하기 전 유흥업소는 영업활동을 하더라도 방역수칙을 준수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이 유효한 시기였다는 것이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이달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중대본 브리핑에서 “수도권, 지자체 등과 현 상황을 공유하고 필요한 행정조치가 추가로 필요한지를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긴급 소집했다”며 “행정명령을 부과할지 등을 포함한 조치 내용을 강구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8일 서울시에 따르면 해당 업소들은 입장시 발열 체크, 마스크 착용, 출입자 명부 작성 등 방역지침은 준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총괄조정관은 “맑은 물에 잉크 한 방울이 떨어지면 단시간 내에 번져나가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누가 코로나19의 잉크, 전파자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비유를 통해 코로나19의 위험성을 다시금 강조했다. 그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와 이웃, 가족들을 감염시킬 수 있는 이런 가능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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