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 칭찬받고 있지만 병원 안은 난리였다"

박채영 기자 2020. 5. 8.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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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보건의료계 “2차 확산 대비해야”

병상·인력·장비 부족 대혼란

현장 의료진 안전대책 못 지켜

치료 대응할 컨트롤타워 필요

“대구는 코로나19 확진자가 16명 발생한 날부터 KO였다.”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에서 근무하는 김동은 교수는 대구에서 31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바로 다음날인 2월19일 상황을 이렇게 회상했다. 대구 대형병원 5개 중 4개의 응급실이 폐쇄됐다. 2만5000개의 병상이 있다고 홍보해 온 ‘메디시티 대구’였지만, 확진자가 100~200명일 때부터 병실이 부족해 자택에서 대기하는 환자들이 나왔다.

건강과대안·보건의료단체연합·의료연대본부는 지난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공공그라운드에서 ‘코로나19 팬데믹 2차 확산 대비, 보건 의료현장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 교수는 공공의료의 부재가 아쉬웠다고 했다. 그는 “인구 243만명의 대구에 공공병원은 병상 498개의 대구의료원 하나뿐이었다”며 “1월20일 국내 첫 확진자가 나왔을 때 미리 준비를 해야 했는데, 30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준비가 없었다”고 말했다.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지정된 대구의료원과 계명대 동산병원이 병상을 소개하는 과정도 밖에서 보기에는 매끄러웠을지 몰라도 병원 안은 난리였다. 기존의 환자들이 나가지 않겠다고 거부해 간호사들이 특히 고생했다. 김 교수는 “의사들조차도 코로나19 환자가 더 급한지, 장기간 입원이 필요한 기존 환자가 우선인지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의료인력 부족도 문제였다. 경북대병원 김도희 간호사는 “간호사 1명이 환자 30~40명을 돌봤고, 방호복 간호 업무는 2인1조로 해야 하는데 그런 원칙이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의료진 안전대책도 부족해서 고글, 후드 등 방역용품을 재사용했다. 일회용인 방호복을 아끼기 위해 몇 시간이고 벗지 않고 버텼다. 가족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까봐 숙소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자비로 숙소를 구한 간호사도 있었다. 김 간호사는 “2차 확산에 대비하려면 2인1조, 5조3교대 등이 지켜질 수 있도록 의료인력이 준비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은 “방역대응에는 성공했지만, 치료대응에는 성공했는지 모르겠다”며 “전체 치명률이 낮은 것은 신천지 등에 젊은 연령층이 많아서다. 70~80대 치명률은 다른 나라보다 낮지 않다”고 말했다.

정 정책위원은 “질병관리본부가 방역대응 컨트롤타워라면 치료대응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현장 상황을 아는 전문가들이 의료자원과 인력을 조정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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