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66번', 클럽 간 날 증상 발현..'생활 방역' 일단 유지

박채영·고영득 기자 2020. 5. 8.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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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두 자릿수 지역감염 다시 ‘비상’

폐쇄된 이태원 클럽 8일 오후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가면서 폐쇄된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클럽 앞으로 행인이 지나가고 있다. 김기남 기자

1일 밤~2일 새벽 5시간 이태원 클럽·주점·편의점 이용

전염력 큰 발병 초기에 마스크 안 쓰고 밀접 접촉

한 달간 전국 클럽·주점·콜라텍 방문 자제해야

방역당국은 서울 이태원 클럽 등을 방문한 후 코로나19에 확진된 경기 용인시 거주 남성 ㄱ씨의 접촉자 중 추가 확진자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고 긴장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ㄱ씨와 클럽에서 접촉한 확진자의 가족 중 한 명도 감염된 것으로 확인돼 N차 감염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현실화되고 있다.

■ 방역당국, ㄱ씨 감염원 파악 중

서울 용산구에 따르면 ㄱ씨는 지난 1일 밤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5시간가량 이태원에 위치한 여러 유흥주점에 방문했다. ㄱ씨는 1일 간선급행 8100번 버스를 타고 용산구로 이동해 오후 10시57분부터 2일 0시19분까지 이태원에 있는 ‘술판’에 머물렀다. 이어 0시20분부터 3분간 인근 편의점에 들렀다가 0시24분부터 1시까지 ‘킹클럽’을 찾았다. 또 다른 클럽인 ‘트렁크’로 자리를 옮긴 후 오전 1시6분부터 1시31분까지 머물렀다.

오전 2시 다시 ‘킹클럽’으로 이동해 3시10분까지 1시간여 머물렀다. 3시11분부터 1분간 편의점에 갔다온 그는 이후 인근 주점 ‘퀸’으로 가서 3시47분까지 있었다. 현재까지 방역당국이 파악한 바로는 ㄱ씨가 방문한 이태원의 3개 클럽에 같은 날 방문한 사람은 1500여명에 달하며, 종업원은 73명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ㄱ씨의 동선이 워낙 복잡해 편의점이나 거리의 동선을 통해서도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ㄱ씨가 들른 업소를 방문하지 않았더라도 같은 시간대에 이태원에 있었던 사람들은 모두 외출을 자제하고, 의심증상이 있을 경우 관할 보건소 또는 1339를 통해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방역당국은 ㄱ씨가 애초 어디서 감염된 것인지도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다. ㄱ씨는 최근 해외에 다녀온 적이 없어 그 역시 지역사회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 왜 확진자 많이 나왔나…N차 감염 우려

밀폐·밀집된 공간에서 밀접한 접촉이 일어나는 클럽은 코로나19 확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이다. 하지만 클럽에서 이번처럼 다수의 확진자가 발생한 것은 처음이다. 앞서 부산에서도 확진자 ㄴ씨가 방문한 서면의 클럽에서 500여명의 접촉자가 발생했지만, 이날까지 ㄴ씨와 관련된 추가 확진자는 나오지 않았다.

정 본부장은 “부산 사례와 달리 이태원 클럽에서 추가 확진자가 많이 발생한 이유는 ㄱ씨가 전염력이 가장 높은 시기에 방문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ㄱ씨는 지난 2일부터 증상이 발현됐는데, 코로나19는 발병 초기에 바이러스가 가장 왕성하게 분비되기 때문에 이때가 전염력이 가장 강한 시기이다. ㄱ씨는 이태원을 방문한 날 체온이 39도까지 오르고 설사 증세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사흘 후인 5일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고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반면 ㄴ씨는 부산 클럽을 방문할 당시 증상이 나타나기 전이었다.

마스크 착용 여부도 중요한 변수였다. ㄱ씨를 비롯한 클럽 이용자들은 방역수칙에 따라 밖에서 줄을 서서 대기할 때는 마스크를 썼지만, 정작 밀폐 공간인 실내로 들어가서는 음식을 먹고 대화를 나누기 위해 마스크를 벗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는 ㄱ씨 본인을 포함해 모두 19명으로 늘어났다. 특히 이 중 한 명의 누나도 양성 판정을 받고 인천의료원에 격리된 상태여서 N차 감염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 유흥시설 운영자제 권고 행정명령

정부가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전환하면서 클럽 등 유흥시설의 방역대책을 섣불리 완화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원래 술 마시고 춤을 추러 가는 곳인 클럽은 마스크 쓰기 등 방역 수칙 실천이 어려운 곳인 데다 방문자 명부에 연락처를 제대로 적지 않는 경우도 많다”면서 “유흥시설을 완화하는 것은 섣불렀다고 본다. 유흥시설은 영업손실을 보전해주더라도 아예 열지 못하게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이날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장들과 긴급 회의를 열고 이날 오후 8시부터 한 달 동안 전국 유흥시설에 운영자제를 권고하는 행정명령을 한 달 동안 발동하기로 했다. 행정명령이 발동되면 방역수칙을 어기는 업소를 제재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중수본은 “이번 사례 하나로 생활 속 거리 두기에서 물리적 거리 두기 체제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손영래 중수본 전략기획반장은 “1개의 사례가 아니라 일일 평균 확진자 수, 감염경로를 파악할 수 없는 환자의 비율, 집단감염의 규모에 따라서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며 “생활 속 거리 두기의 목표는 산발적 감염이 생겨날 위험을 감수하되 의료체계가 감당 가능한 수준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 반장은 “의료체계 유지가 어려운 정도로 감염이 다시 확산되기 시작하면 언제든지 물리적 거리 두기로 돌아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채영·고영득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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