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헌팅 포차는 이태원 쇼크 비웃었다 "걸릴 사람은 걸려요"

이우림 2020. 5. 1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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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10시, 서울 마포구 홍대 어울림마당로가 '불토'를 즐기려는 젊은이들로 가득찼다. 이우림 기자.

9일 오후 10시.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은 젊은이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2번 출구 앞에는 지인을 기다리는 이들 20여명이 삼삼오오 모여있었고 홍대 어울림마당로에는 보슬비에도 ‘불토’를 즐기려는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날 서울시는 이태원 클럽 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추가 확진자 27명을 발표하며 방역에 고삐를 조였지만 현장에선 이런 지침이 무색할 정도로 활기가 넘쳤다.


홍대 포차선 50여명 대기 “합석 안 하면 괜찮아”

9일 오후 11시, 서울 마포구 홍대의 한 헌팅 포차 앞에서 약 50여명이 입장을 하기 위해 대기 중인 모습이다. 이우림 기자.

홍대 클럽과 ‘헌팅 포차’, ‘감성 주점’ 등이 밀집해있는 잔다리로는 오후 11시가 넘어가자 그야말로 불야성을 이뤘다. 한 유명 헌팅 포차 앞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손님 50여명이 길게 줄을 섰다. 가게 안에 있는 대다수가 마스크를 벗거나 턱에 걸친 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중간중간 담배를 피우러 나가는 이들은 마스크를 벗고 출입문을 오갔다.

포차를 방문한 최모(20)씨는 “친구 생일파티를 하러 왔다. 물론 합석을 하면 코로나 감염 위험이 1% 정도는 늘겠지만 우린 합석도 안 했고 믿을 수 있는 친구들끼리 모여서 괜찮다”고 했다.


“걸릴 사람은 걸려…이태원 갈 수는 없지 않냐”

9일 오후 11시, 서울 마포구 홍대의 한 헌팅 포차 앞에서 약 30여명이 입장을 하기 위해 대기 중이다. 이우림 기자.

상황은 또 다른 헌팅 포차 앞도 마찬가지였다. 밖에서 대기 손님을 관리하던 가게 직원은 “코로나19에도 손님이 준 적이 없다. 항상 이 정도 된다”면서 “오늘은 특히 좀 많은 편이다. 아무래도 클럽이 문을 닫아서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했다.

포차에서 나온 백모(25)씨는 “이기적인 생각일 수도 있는데 걸릴 사람은 걸린다. 가게 안은 테이블이 떨어져 있어 전혀 감염 위험이 없어 보였다”고 했다. 백씨와 그의 지인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에 백씨는 가방을 뒤지더니 “술을 먹다가 잃어버린 것 같다”고 했다.

이날 홍대 거리에서 10명 중 4명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친구 2명과 함께 홍대를 찾은 20대 이모씨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것에 대해 “마스크를 쓰다가 한 번만 내려도 아무 의미 없다고 하더라. 주머니에 있긴 한데 어떻게 계속 쓰고 있냐”고 했다. 이씨는 “홍대에 친구들과 술 마시러 왔다”면서 ‘코로나19가 염려되진 않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이태원에 갈 수는 없지 않냐”고 되물었다.


홍대 클럽 41곳은 전부 문 닫아

9일 서울 마포구청 위생관리과 직원이 홍대 인근의 한 클럽에 '집합금지명령서'를 부착하고 있다. [마포구청 제공]

손님이 북적인 포차나 주점과 달리 이날 홍대 부근의 클럽 41곳은 전부 문을 닫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오후 2시 열린 긴급브리핑에서 “유흥 시설은 영업을 중지해야 하고, 위반하는 경우 엄중한 처벌을 받을 것"이라며 무기한 집합금지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마포구청 위생관리과 4명은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홍대 인근의 클럽을 점검하며 ‘집합금지명령서’를 부착했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집합금지명령 불이행 시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80조’에 따라 영업주와 시설 이용자를 고발 조치하고 확진자 발생 시 치료비와 방역비를 청구할 예정”이라고 했다.

9일 오후 10시,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앞에 모여있는 사람들의 모습. 이우림 기자.

하지만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감성 주점과 헌팅 포차 등은 서울시 규제 대상인 ▶유흥주점(접대부 有) ▶단란주점(접대부 無) ▶춤 허용업소에는 포함되지 않아 방역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관 동국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확진자가 0건이면 좋아할 게 아니라 더 긴장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마련한 생활 방역 수칙을 잘 지켜야 하는데 클럽이나 노래방, pc방 등은 이를 잘 지킬 수 없는 환경이다. 이태원 클럽 발 감염과 유사한 사례들이 앞으로 시한폭탄처럼 터질 것”이라고 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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