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여긴 이태원 아니잖아요"..코로나19 두려움 실종된 부산 클럽

손형주 2020. 5. 10. 09:1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자체·경찰 합동 점검 현장..클럽 등 유흥업소 17곳 중 7곳이 방역수칙준수 위반
거리두기 안하고 '다닥다닥'· 대부분 마스크 미착용..그나마 출입자 명부는 작성
전광판에는 거리 두기 안내문…현실은 9일 밤 부산 서면 한 클럽 모습. [촬영 손형주 기자]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앞으로 단속 오면 미리 클럽 문 닫아."

클럽은 아직 피크시간 전인 자정을 조금 넘은 10일 새벽.

부산시, 부산진구, 부산경찰청, 부산진경찰서, 식약처, 소비자 감시원 등으로 구성된 합동점검반 10여명이 한 클럽에 들이닥치자 업주가 점검반이 들으라는 듯 직원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클럽은 정부의 방역수칙을 거의 지키지 않고 말 그대로 배짱영업을 하고 있었고, 클러버들도 수칙을 지키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클럽에 들어가려고 문 앞에 길게 줄을 서 있던 클러버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턱 밑까지 내리고 있었다. 감염 예방보다는 보여주기식으로 마스크를 쓰고 있던 셈이다.

클럽 안에 들어서자 100여명 가까운 젊은이들이 좁은 공간에서 음악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방역 당국 지침대로라면 클럽 입장 후에도 음식물 섭취를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지만, 이를 지키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마스크를 턱밑까지 내리고 테이블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점검반이 들어가고 나서 한참 뒤에야 클럽 전광판에 '코로나19 인해 가게 내부에서는 마스크 필수 착용입니다. 가급적 사람 간 거리를 1∼2m 유지해주세요'라는 문구가 떴다.

그러자 점검을 눈치챈 일부 클러버들은 턱 밑까지 내린 마스크를 올렸다.

이 클럽은 이날 합동점검 대상 유흥업소 가운데 방역 수칙을 가장 지키지 않은 업소로 평가됐다. 출입자 명부 작성 외에는 감염 확산을 위해 잘한 게 없었다. 말 그대로 배짱영업이었다.

유흥시설 준수사항 이행여부 점검표 9일 밤 부산 서면 한 클럽에서 점검반이 유흥시설 준수사항 이행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촬영 손형주 기자]

한 손님은 이태원 클럽에서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가 두렵지 않느냐라는 취재진 질문에 "여기는 이태원 아니잖아요"라고 짧게 답했다. 이태원발 지역사회 감염 발생을 남 일처럼 여기는 듯했다.

비슷한 시간 서면의 또 다른 클럽.

점검반이 들이닥치자 1층에서 직원이 신속하게 무전으로 상황을 전파했다.

이 때문인지 클럽에 들어서자 마스크를 대부분 완벽하게 착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클럽도 거리 두기는 실종된 상태였다.

대부분 업주는 거리 두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마스크 착용 등은 강제하고 있다고 단속반에 읍소하며 최대한 지침을 지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찰 관계자는 "3월부터 지자체와 꾸준하게 점검을 벌인 결과 마스크 착용률은 정말 높아졌고 대부분 업소가 방역 수칙을 최대한 준수하려고 노력하지만 일부 업소가 문제"라며 "경험상 단속반이 점검을 마치고 업소를 나가면 마스크 착용률이 절반가량으로 낮아진다"고 말했다.

클럽에 입장하려면 입구에서 기재된 휴대전화 번호에 전화를 걸어 확인하는 직원(왼쪽), 거리 두기 유지되는 입장 대기 줄. [촬영 손형주 기자]

한가지 다행인 점은 대부분 클럽은 입장 시 명부 작성을 비교적 꼼꼼히 하고 있었다.

입구에서 직원이 신분 확인과 함께 핸드폰 번호를 적고 발열 체크를 했다.

몇 주 전부터 경찰과 방역 지자체 요청에 따라 직원이 직접 전화를 걸어 전화번호를 거짓으로 기재했는지 꼼꼼히 확인했다.

지자체와 경찰 요청에 따라 실내 테이블 간격을 띄우고 입장객 수를 평소보다 제한하는 클럽도 보였다.

실내 계단에서 대기 줄을 1m로 띄운 클럽도 있었다.

하지만 클럽 밖에는 마스크를 턱밑까지 내린 손님들이 길게 줄지어 다닥다닥 붙어 있어 마스크 착용의 실효성은 없어 보였다.

새벽 2시가 가까운 시간 청춘들로 붐비는 부산 서면 [촬영 손형주 기자]

비가 그친 서면 젊음의 거리 일대는 새벽 2시가 넘어서도 불야성이었다.

이날 합동 단속·점검반 16명은 2개 팀으로 나눠 부산 서면 일대 클럽과 감성주점 등 유흥업소 17곳을 점검했다.

이중 방역 수칙을 위반한 업소 7곳에 확인(자인)서를 받았다.

나머지 10개 업소도 대부분 거리 두기와 마스크 착용은 완벽하게 지켜지지 않았다.

경찰과 지자체는 이 확인서를 바탕으로 방역지침 준수사항을 미이행한 업소를 고발하거나 집합금지명령 등 조처를 할 예정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꾸준한 계도로 방역을 최대한 준수하며 운영하려는 업주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생각보다 심각한 클럽도 있었다"며 "지금 당장 행정명령을 내리기는 힘들지만, 오늘 증거로 남긴 확인서와 사진 등을 바탕으로 행정명령을 검토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전광판에는 거리 두기 강조 현실은… [촬영 손형주 기자]

handbrother@yna.co.kr

☞ 간호사 자매 3명 동시피살…"범행 동기 불분명"
☞ 호랑이에 물렸다 살아난 마술사, 코로나19로 사망
☞ 이태원, '유령도시' 방불…강남 실내포차는
☞ '부부의 세계'를 함께 보는 부부들에게 물었습니다
☞ 여친 나체 촬영 뒤 "안 만나주면 유포" 협박하더니 결국
☞ "이태원 아니잖아요"…코로나19 두려움 실종된 부산 클럽
☞ 빵 훔친 '청년 장발장'의 희망가…정규직 됐다
☞ 후진하는 차를 발로 '퍽!'…대체 왜?
☞ '그들만의 리그' 마지막 생존자, 101세로 별세
☞ 전현무 연인 이혜성 아나운서, KBS에 사표…이유는?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