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없는' 벨라루스..팬데믹 속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
[경향신문] ㆍ확진 2만명 넘는데 ‘유관중’ 축구도…유럽 대응에 ‘역주행’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옛 소련 국가 벨라루스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코로나19 시대에 ‘역주행’하고 있어서다. 벨라루스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 속에서도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를 거의 하지 않았고 수만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까지 열었다.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는 9일(현지시간) 수만명의 군중과 3000여명의 군인, 수백대의 군사장비가 동원된 가운데 2차 세계대전 승전 75주년 기념 군사 퍼레이드가 열렸다. 매년 대대적으로 행사를 치러온 이웃 국가 러시아가 감염 확산을 우려해 올해 행사를 전격 취소한 것과 대비된다.
벨라루스는 지난 2월 첫 확진자가 나온 후 누적 확진자가 2만명을 넘었으나 방역 대책이 거의 없다. 레스토랑, 커피숍, 영화관 등 상업시설이 여전히 문을 열고 있다. 유럽 대부분 국가에서 중단된 프로축구 리그는 지난 3월19일 개막해 계속되고 있다. 집단감염을 우려해 관중 없는 프로야구·프로축구 리그를 시작한 한국 등 다른 나라들과 달리 ‘유관중’으로 경기를 치르고 있다. 종교 행사, 기업, 학교, 대중교통도 정상 운영 중이다.
벨라루스의 ‘코로나19 역주행’에는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66·사진) 의중이 강하게 반영됐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1994년 이후 26년간 집권하고 있다. 그는 “보드카를 매일 마셔 바이러스를 죽여야 한다” “코로나19는 정신병”이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 3월29일에는 아이스하키 경기에 직접 출전한 후 “차가운 얼음판에서 운동을 하는 게 최고의 치료제”라고 했다. 오류를 인정하지 않는 통치 스타일을 고집해온 루카셴코 대통령이 감염자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코로나19는 별것 아니다’라는 기존 인식을 바꾸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벨라루스에는 루카셴코 대통령을 견제할 장치가 없다시피하다. 110석의 하원에는 야당 의원이 한 명도 없다. 의회는 ‘거수기’에 불과하다. 언론 자유 지수도 세계 최악으로 평가된다. 전체 산업의 약 80%는 국가 소유다.
오는 8월 대선을 앞둔 루카셴코 대통령이 경제적 타격을 우려해 의도적으로 위험을 무시하고 있다는 풀이도 있다. 그동안 러시아에서 싼 가격에 원유를 공급받아온 벨라루스는 러시아가 2018년 이후 원유 가격을 인상한 데다 주요 수출 품목인 석유화학제품 수출이 부진해지면서 경제지표가 하락하고 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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