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직접 나섰다 "숨지 말고 코로나 자진검사 받자"
“게이 커뮤니티 단체로서 회원들의 불안감과 두려움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검진을 미루는 것은 본인뿐만 아니라 주변 가족, 친구, 지인에게도 위험할 수 있다. 가능한 빠른 시일 내 가까운 선별보건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길 요청드린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서울 이태원 클럽발(發)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분노가 게이 전체를 향하며 검사 대상자가 숨어버리는 상황이 이어지자, 아웃팅(Outing·성소수자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성적 지향·정체성이 노출되는 일)이 두려워 코로나19 검사를 회피하는 사람들을 향해 게이들이 직접 “자진 검사를 받자”며 독려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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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팅 부담 잘 알지만, 코로나19 막는 것 중요”
성소수자 에이즈예방센터 ‘아이샵(iSHAP)’은 “서울시 4개 보건소(종로구, 중구, 용산구, 동대문구)와 아이샵은 여러분의 건강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좀 더 코로나19 검사를 쉽게 받으실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해 드린다”며 “보건소 선별진료소에 가서 ‘클럽에 다녀와서 검사받으러 왔다’라고만 말해주면 검사가 진행된다”고 알렸다.
게이 커뮤니티인 ‘친구사이’도 “서울시 모든 선별보건소에서 무료 검사가 가능하니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검사를 받기 바란다”는 공지를 냈다. “불안한 마음을 너무 이해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검사를 받지 않는다고 해서 역학조사상 밀접접촉자로 확인된 분에게 연락이 가지 않는 것이 아니며 검진절차와 격리절차가 다르기 때문에 검진을 받고 음성이 나왔다고 해서 무조건 2주 자가격리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는 설명과 함께다.
커밍아웃한 게이들도 나서서 자진검사를 권유하고 있다. 유튜버 미쓰문씨는 “핵심은 ‘코로나19 방역’인데 지금은 누가 게이이고, 수면방·게이클럽은 어떤 곳인지만 회자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아웃팅에 대한 걱정이 얼마나 클지 알기 때문에 ‘그냥 검사 빨리 받으러 가세요’라고 쉽게 말은 못 하겠다”며 “하지만 아웃팅이 걱정되는 분들을 위해 아이샵이 마련한 시스템처럼 좀 더 마음 편하게 검사 받을 수 있는 곳도 있는 만큼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방역당국이 밝힌 시점에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사람은 꼭 검사에 응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웃팅 때문에 진료소 찾기를 꺼려하는 사람들을 위해 의료진도 나서고 있다. 의사 A씨는 자신이 근무하는 선별진료소의 주소와 업무시간 등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지하며 “어떠한 낙인이나 차별 없이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동료들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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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공개되며 차별 “법적 처벌 가능”
코로나19 검사로 인해 성소수자라는 사실이 밝혀져 차별이나 불이익을 받을 경우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 황민호(법무법인 덕민) 변호사는 “코로나19 검사 이후 자가격리 대상자가 되거나 양성 판정을 받아 직장에 통보해야 할 경우, 직장에서 게이라는 이유로 이후 업무상 차별을 한다거나 불이익을 준다면 ‘차별금지법’에 따라 사업주에 대한 처벌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비난과 조롱의 대상으로 삼는 사람이 있다면 민·형사상 명예훼손죄를 적용할 수 있다. 황 변호사는 “클럽에 갔다는 사실만으로 움츠러들지 말고 적극적으로 검사를 받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게이 커뮤니티도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인권침해 사례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친구사이 측은 “방역당국과 지자체에 계속해서 커뮤니티의 목소리를 전하고, 연대단체와 협력해 인권침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확진자에 대한 비난과 조롱은 우리 커뮤니티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 만큼, 의지하고 이겨낼 수 있도록 서로에게 곁을 주자”고 했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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