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하세요. 조선일보" 고성 나온 정의연 기자회견

손가영 기자 2020. 5. 11.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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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지원 회계 불투명 의혹에 "왜곡" 반박… '윤미향 연봉' '영수증 공개' 질의에 "본질 왜곡"

[미디어오늘 손가영 기자]

위안부 피해 생존자 이용수 할머니의 공개 비판으로 논란에 휩싸인 정의기억연대(이사장 이나영) 활동가들이 언론의 아니면 말고식 의혹을 비판했다. 맥락을 취재하려 하지 않고 일부 사실 관계만 편파적으로 나열하며 일본군 성노예제 반대 운동 전체를 폄훼했다는 지적이다.

정의기억연대는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성산동 인권재단 사람 다목적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7일부터 보도 등을 통해 제기된 비리 의혹에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의 언론 보도는 피해자 지원금이 불투명하게 운영됐고 정의연이 정부와 피해자 사이를 가로막으며 피해자들을 자기 의도대로 이끌었다는 의혹이다.

▲정의기억연대는 11일 오전 10시30분 서울 마포구 성산동 인권재단 사람 다목적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7일부터 보도 등을 통해 제기된 비리 의혹 논란에 입장을 밝혔다. 사진=민중의소리

이번 논란은 이용수 할머니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데모(수요집회)해서 돈 걷은 걸 (피해자들한테) 하나도 쓴 건 없었다"거나 "2015년 한일협정 때 10억엔이 일본에서 들어오는데 (윤미향) 대표만 알고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직후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의혹 제기가 쏟아졌다. 동아일보는 국세청 홈택스 공시 자료상 2016~2019년 기부금 49억1600여만원을 모금해 18.7%인 9억2000여만원만 피해자 현금 지원으로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도 이를 계산하면 1인당 106만원이라며 "할머니들 위해 모은 성금인데 정작 받은 건 106만원"이라 비판했다.

회계 논란의 불똥은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으로 튀었다. 조선일보는 '윤 당선인 부부가 신고한 1년 소득세 100만원 수입으론 미국 유학 중인 딸 학비를 댈 수 없다'며 학자금 조달 의혹을 제기했다. 윤 당선인은 과거 "1년 장학금을 주는 학교로 찾아갔다"고 해명한 바 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또 '김복동 장학금'이 정의연 이사를 포함해 진보 사회단체 자녀들에게 지급됐다며 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재일조선학교 학생에게 지급했던 김복동 장학금은 지난 1월 김 할머니 사망 후 조의금 등 재원을 추가해 '시민단체 활동가의 대학생 자녀'를 수혜 대상으로 추가했다.

2015년 한일협정에 참여한 청와대·외교부 관계자들이 '윤 당선인이 협정 당시 일본 정부의 10억엔 출연을 미리 알았다'고 언론에 밝혀 논란이 확산됐다. 중앙일보는 10일 윤 당선인이 '일본 돈 받지 말라.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의연 전신) 돈 생기면 우리가 드린다'고 전화했다는 한 익명 피해자 할머니 편지를 공개하며 "개연성 있는 주장"이라고 보도했다.

▲9일 조선일보 4면
▲8일 중앙일보 2면

정의연 "피해자 지원 불투명? 억울"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정의연은 피해자 생계만 지원하는 인도적 지원 단체가 아니다"라며 언론이 정의연 사업 일부인 '피해자 현금 지원'에만 집중해 이번 왜곡이 일어났다고 반박했다. 정의연은 △피해자 지원 △수요시위 △기림사업 △국내연대 △남북연대 △국제연대 △나비기금 △연구조사 지원 △교육사업 △장학사업 △홍보사업 △모금사업 등 12개 사업을 운영한다.

정의연의 피해자 지원은 현금 지원에 치중돼 있지 않다. 피해자 지원금은 기본적으로 1993년 제정된 '위안부피해자법'에 따라 정부가 지급한다. 정의연 현금 지원은 크게 4차례 있었다. 1990년대 초 피해자 생계를 지원하려고 모금 운동을 벌여 생활지원금을 지원했고 1995년 일본이 '아시아여성기금'으로 사죄 없는 위로금을 지급하려 할 때 다시 모금 운동을 열어 지원한 적이 있다. 2017년에도 2015년 일방적 한일합의 결과에 반대해 '100만 시민모금 운동'을 진행해 할머니 8명에게 1억원씩 지급했다. 지난해부턴 여성가족부의 피해자지원센터 사업을 위탁받아 운영 중이다.

한해 사업 수익의 상당 부분은 기부금 수입이고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은 '지정 기부' 수입으로 용처가 따로 정해져 있다. 정의연이 공개한 회계 자료를 보면, 2019년 기부금 7억6500여만원 중 지정 기부 수입이 2억7800여만원이고 2018년엔 12여억원 중 6억500여만원, 2017년은 15여억원 중 2억8900여만원이다. 나머지 비지정 기부 수입에서 12개 사업 운영비가 자율로 지출된다.

사업비는 이런 비지정 기부 수입에 각종 행사 협찬 등 기타 수입을 합한 회계에서 지출한다. 2019년엔 사업비용 12여억원 중 4억5600여만원이 피해자 지원에 들어갔다. 2018년엔 4억4700여만원 중 2300만원을 지출했다. '100만 시민모금운동'으로 7억원을 모금했던 2017년엔 사업비 11억8500만원 중 8억6400만원을 피해자 지원에 썼다.

이나영 이사장은 수요집회 모금액에 관해 "2019년 총 459여만원을 모금했다. 모금액은 집회 진행에 다 사용된다"며 "진행비는 연간 1억1000여만원을 넘는다"고 해명했다.

한경희 정의연 사무총장은 각종 공시자료 기록이 미흡한 사실에 "상당히 큰 규모 사업을 진행하지만 마땅한 전달 인력이 굉장히 부족한 상황이다. 야근을 밥 먹듯 하며 일했지만 부족했다"며 "더 노력해서 미진한 부분 개선하겠다.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11일 조선일보 10면
▲이용수 할머니가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의 활동에 대해 비판을 제기한 것에 대응해 정의기억연대가 기자회견을 연 11일 오전 이나영 이사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2020.05.11ⓒ민중의소리

"왜곡 질문말라" 고성 나와

회견과 질의응답은 1시간 30분가량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왜곡된 질문을 그만하라"는 고성도 나왔다. 조선일보 기자가 '윤 당선인 연봉을 어디서 얼마나 줬느냐. 중복 지원 받았느냐'고 묻자 정의연 측은 "기자회견을 연 본질과 맞지 않는다. 피해 할머니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기사엔 응하지 않겠다"며 "중복 수령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 기자는 '윤 당선인 남편이 운영하는 언론사 홈페이지에 정의연 배너가 걸려있는데 광고비가 지출됐는지'와 '재단 운영 장학사업 중 윤 당선인 친척과 가족이 수령한 내용이 있느냐'고 물었다. 정의연 측은 "지출된 적 없다"며 "친척이 선정되는 게 왜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정의연 활동가들과 관련된 내용은 하나도 없다"고 답했다.

10여분 후 이 기자가 '피해자 지원 영수증 세부 내역을 전체 공개할 생각 있느냐'고 다시 묻자 오성희 활동가는 "그만하세요. 조선일보"라며 "질문에 문제가 있다. 나가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 활동가는 '(의혹) 해소가 안 돼서 그런다'는 기자 대답에 "그만하시라"고 소리쳤다.

오 활동가는 이어 "회견 자료를 보고도 해소가 안 되는 부분은 연락주시면 성실히 답변 드리겠다"며 "어떤 의도를 가지고 기사를 쓰는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의연 활동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명예회복이라는 점, 활동가들도 인권이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해달라"고 밝혔다.

정의연은 기자회견 이후 나온 기부금 사용내역을 공개 못한다는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명백히 의도적인 오보"라며 "기자회견을 통해 기부금 수입 내역과 지출내역을 상세히 문서로 배포했다"고 반박했다.

또한 정의연은 직원 1인당 월급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라는 조선일보 기자의 질문이 있었다면서 "급여액 부분은 공시 등을 통해 공개로 총급여액이 기재되어 있고 기자회견 자료에도 정의연 활동가 인원수가 기재되어 있었고 그 부분에 대해 소명했다"고 반박했다.

"이용수 할머니에게 계속 연락 중"

요미우리신문 기자가 '(정의연이) 한일 젊은이들 사이를 나쁘게 한다'는 이용수 할머니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자 정의연 측은 "수요시위는 개인 운동이 아닌, 전 세계 남녀노소 시민들이 30년간 참여하고 이끌어온 것"이라며 "할머니께서 서운해한 부분은 30년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폭염과 혹한 속에서 수요시위를 하며 고통을 겪으신 게 (배경으로) 있다. 그분을 거기 세운 건 수요시위가 아니라 일본"이라고 말했다.

'2015년 피해자들에게 일본 출연금을 받지 말라고 한 것은 단체 프레임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냐'는 중앙일보 기자 질문에 이상희 정의연 이사는 "(질문 자체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이 이사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2015 한일합의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할 때 할머니들 의사를 확인하려고 변호사들이 일일이 만나 뵙고 의사를 확인했다"며 "기본적으로 2015년 합의 내용과 정부 입장, 합의의 진정한 내용이 무엇인지 설명했다"고 말했다. 또 "기금 수령 여부는 할머니들이 결정하게끔 했다. 수령하신다는 할머니껜 '수령은 수령이고 우리는 우리대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정의연의 '일본 출연금 10억엔' 인지 시점에 대해서는 "정부 공식 발표 전에 전달받은 적 없다"고 답했다. 언론은 2015년 12월28일 정부 발표가 임박해 이상덕 당시 외교부 동북아국장이 윤 당선인을 찾아가 관련 내용을 설명했고, 2017년 외교부 한·일 위안부 합의 검증 태스크포스(TF) 검토 보고서에도 '15차례 이상 피해자와 관련 단체와 접촉했다'는 문구가 적혔다고 강조했다.

정의연 측은 "10억엔 부분은 언론에서 얘기가 이미 나왔다. 외교부는 정례적으로 설날 등에 정대협과 나눔의 집을 방문해 인사한다. 외교부에 (TF 보고서 내용을) 물어보니 그때라고 답했다. 이때 국장급·고위급 협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들은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발표 직전인 2015년 12월27일 외교부가 합의 내용을 일방 통보했으나 28일 실제 발표된 내용과 달라 당혹스러웠다고도 밝혔다.

이용수 할머니의 폭로 이유에 대해 이나영 이사장은 "30년 운동사다. 무엇보다 활동가들이 피해자와 가장 가까이 있었다. 부모님하고도 사이가 매번 좋을 수 없듯 서운한 것과 갈등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기쁨, 지지, 공감이 훨씬 많았을 테니 30년을 유지해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 서운한 감정을 느끼셨을 수 있고 할머니들께서 고령이시기 때문에 우리가 더 그 마음을 들었어야 했다. 이게 미흡했다고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고도 말했다.

이 이사장은 "윤 당선인도 (논란 후) 수차례 이용수 할머니께 전화드렸고, 어제도 직접 내려가서 만나 뵈려고 노력했는데 만나지 못했다고 들었다"며 "정의연도 할머니와 주변에 계신 분께 계속 연락을 드리고 있다. 할머니께서 굉장히 힘드실 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회견을 여는 것이 혹시 할머니 건강에 영향을 줄까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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