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우리의 '망한 경험' 배워라..나라면 유승민 세울 것" [보수의 미래]

임지선·김형규 기자 2020. 5. 1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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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보수의 미래](상)울타리 밖에서 본 보수
ㆍ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

『4·15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은 1987년 민주화 이후 가장 큰 격차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패배했다. 통합당의 참패 원인으로는 공천 실패, 리더십 부재, 막말 논란 등 여러 가지가 꼽힌다. 탄핵 세력과의 결별 등 과거와의 단절 의지가 부족했고, ‘정부 심판론’을 내세우면서도 대안세력으로 인정받을 만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합당은 선거가 끝나고 한 달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패인 분석을 위한 토론회 한 번 열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 당 수습방안도 여전히 안갯속이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고 했다. 보수와 진보의 건전한 경쟁은 민주주의를 강화·발전시키는 핵심 요소다. 통합당이 처한 현실은 단순히 한 정당의 문제가 아니라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기본 원리가 맞닥뜨린 위기다. 이에 ‘보수의 미래’를 묻는 기획 시리즈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첫 번째 순서는 진보진영의 입을 통해 듣는 보수 재건의 해법이다. 선거마다 승패를 주고받으며 비슷한 고민을 해온 민주당과 반대편에서 거리를 두고 바라본 정의당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보수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봤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이 지난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보수의 미래에 관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국민이 왜 우리를 싫어하는가를 들여다보는 형식적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58)은 지난 6일 국회에서 한 인터뷰에서 4·15 총선에 참패한 미래통합당을 향해 과거 더불어민주당의 ‘패배’ 역사를 되짚어볼 것을 권했다. 2004년 열린우리당 시절 총선에서 152석을 차지했지만 집권당으로서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4년 뒤 81석으로 ‘반토막’ 났던 경험을 떠올리면서다. 그는 “(통합당은) 당시 우리보다 덜 망한 것”이라고 했다.

우 의원은 “당시 우리도 선거 패배 이후 ‘노무현 정권’에 대한 평가가 금기였다”면서 “잘한 것도 있고 못한 것도 있다고 하는 대신에 우리 당이 어떻게 사랑받느냐 논의를 어마어마하게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통합당에 필요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찬반 입장을 따지기보다 토론회, 여론조사 등 집단적 반성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계파 갈등을 부각시키는 과거 이슈는 일단 묻어둔 채 앞으로 통합당이 나가야 할 방향에 논의를 집중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선 당의 주도세력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우 의원은 “당시 민주당은 친노가 아니었던 손학규 의원을 대표로 세웠다. 전당대회 없이 추대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국민의 심판을 받은 주류세력은 주도권을 넘겨줘야 한다”면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를 세우든지 유승민 의원을 세워봐야 한다”고 말했다. 친박(박근혜)계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내가 만약 통합당에 있었다면 유승민 의원을 주도세력으로 내세우겠다”고도 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2008년 총선 패배 이후 2010년 지방선거 때 김두관·이광재 등 40대 후보들로 싹 세대교체 했다”면서 “이들은 그동안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곳을 세대교체 바람으로 쓸어버렸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주류세력 교체, 노선 전환, 세대교체 등의 변화 없이는 국민들이 눈도 안 돌릴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번 총선에서 여권이 압승을 거뒀지만 한국의 정치 지형은 여전히 ‘보수 우위’라고 우 의원은 짚었다. “보수 유권자는 아무리 적게 잡아도 35%, 진보는 20%밖에 안 된다. 보수 유권자가 좋아할 정당이 없는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우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2년 대선에서 경제민주화 이슈를 꺼냈을 때, 그리고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2015년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따뜻한 보수’를 제시했을 때가 “가장 위협적이었다”고 꼽았다.

임지선·김형규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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