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만 쳐진 컴컴한 방, 5년전 차마 못쓴 블랙수면방 취재기
"남자친구 있으면 여기 오면 안 돼요."
벌써 5년이 지난 2015년 7월의 기록이다. '블랙수면방'을 찾은 '남성' 이용자의 말이다. 수습기자 당시 취재를 위해 서울 강남구 신논현역 인근 '블랙수면방'을 찾았다. 최근 코로나19(COVID-19) 확진자들이 다녀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그 곳이다.
5년 전 취재 이후 지금은 장소를 근처 다른 건물로 옮기긴 했지만 영업방식이나 내부 분위기 등은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속칭 '찜방'은 남성 성소수자들의 성적 욕구 해소를 위한 만남의 장소로 알려져 있다. 밀접한 신체접촉은 물론 성관계도 이뤄진다고 한다. 이태원 클럽을 다녀간 확진자가 들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의 온상이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크다.
카운터에 1만3000원을 주고 들어간 찜방의 첫 인상은 '어둠'이었다. 조명은 있었지만 코앞 얼굴조차 식별이 어려웠다. 휴대폰으로 발밑을 비춰가며 이동했다. 폭 1~1.5미터(m)의 복도 양옆으로는 약 1평(3.3㎡)의 방 10여 개가 늘어서 있었다.
온라인상 업소 설명은 사우나다. 사우나라는 설명과는 달리 사우나나 탕 시설은 없고 개별적으로 샤워만 할 수 있는 간단한 샤워부스 몇 개만 갖춰져 있을 뿐이었다. 업장 내 대부분 공간은 욕조시설이 아닌 휴게 공간으로 채워져 있다.
수면방에서 만난 이들의 목적은 '성욕 해소' 하나다. 이 곳에는 규칙이 있는데, 로커룸 열쇠팔찌를 왼 팔목에 차면 보텀(Bottom·여성 역할), 오른 팔목에 차면 탑(Top·남성 역할), 발목에 차면 올(All·양쪽 모두) 성향을 표시하는 것이다.
최근 몇몇 기사에서 언급된 것처럼 수면방에서는 속칭 '물관리'도 이뤄진다. 업장에 들어서면 입구 초입에 '뚱뚱하신 분', '끼 부리시는 분', '45세 이상' 등은 출입이 제한된다는 공지가 붙어 있다. 한 마디로 이 곳은 20~30대 호리호리한 체격의 성형을 좋아하는 이들을 위한 공간이었다.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은 주로 성소수자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온 경우가 많다. 은밀하게 운영되고 있음에도 찜방은 언제나 이용자들로 붐빈다. 취재 당시 월요일 저녁임에도 찜방 내 각 방에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찼고 복도에는 자신의 짝을 찾거나 짝을 기다리며 대기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찜방은 코로나19 확산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좁은 공간에 여럿이 모여 밀접한 접촉이 이뤄지는데 위생을 위한 시설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수건 한 장만 걸치고 돌아다니는데 마스크를 한다고 감염 예방에 효과가 있을 리 없다. 찜방 등을 중심으로 한 지역감염 확산이 우려되는 이유다.
강남구청에 따르면 경기 안양시와 양평군에 거주하는 코로나19 확진자들은 지난 4일 오전 12시30분부터 5일 오전 8시30분까지 블랙수면방을 방문했다. 이 업소는 확진자 발생 직후인 지난 8일 휴업을 공지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성소수자에 대한 비난 여론도 커지고 있다. 밀폐된 공간에서 성적 접촉이 이뤄지는 등 위생 측면에서 감염 우려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다만 방역당국은 이른바 '아웃팅' 우려로 '조용한 확산'이 이뤄질 수 있다며 지나친 비판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특정 커뮤니티에 대한 비난은 적어도 방역의 관점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접촉자가 비난을 두려워해 진단검사를 기피하게 되면 그 피해는 우리 사회 전체가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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