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경비원兄 "딸들 혼자 업어 키울 만큼 열심히 살던 동생이었는데.."

2020. 5. 12.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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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은 부인과 이혼하고 딸 아이 둘을 포대기로 업어 키울 만큼 열심히 살았던 아이였는데."

"어렸을 때 우애도 좋고 싸움 한번 안 하던 애였죠. 너무 착해서 모자라보일 정도였어요. 딸들을 혼자 키우면서 경비일이 아무리 궂어도 행복하게 해왔지만 주민으로부터 자기 일과 경비원을 비하하는 얘기를 들으니 동생이 견디지 못했어요."

그는 "가해 주민이 경비원 일을 그만두라고 협박했을 때에도 동생은 '딸이 아직 시집도 안 갔는데 일을 그만둘 수 없다'고 나한테 토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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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형 "동생, 너무 착해서 남의 말 곧이곧대로 믿던 아이"
마을주민 "자존감 높던 분, 폭언 듣고 산산이 부서진 듯"
서울 강북구 우이동의 한 아파트 주민들이 경비원 최모 씨를 추모하기 위해 붙인 메모들. 신주희 기자/joohee@heraldcorp.com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동생은 부인과 이혼하고 딸 아이 둘을 포대기로 업어 키울 만큼 열심히 살았던 아이였는데….”

지난 11일 오후 7시께 찾은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백병원 장례식장. 서울 강북구 우이동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다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한 최모(60) 씨의 빈소가 마련된 곳이다. 유족들은 최 씨가 입주민의 폭행과 폭언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고 보고 있다.

같은 날 만난 최씨의 형은 덤덤한 모습으로 생전 최씨의 모습을 전했다. 형의 손에는 숨진 ‘동생’의 진단서가 들려 있었다. 최씨는 지난 7일 병원을 찾아 가해자로부터 구타당해 비골(코뼈)이 골절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인터뷰 중 이따금 형은 영정사진을 바라보기도 했다. 영정 속의 최씨는 두 손을 허리에 올린 채 환하게 웃고 있었다.

“어렸을 때 우애도 좋고 싸움 한번 안 하던 애였죠. 너무 착해서 모자라보일 정도였어요. 딸들을 혼자 키우면서 경비일이 아무리 궂어도 행복하게 해왔지만 주민으로부터 자기 일과 경비원을 비하하는 얘기를 들으니 동생이 견디지 못했어요.”

덤덤히 동생 얘기를 전하던 ‘형’은 조카들 얘기를 할 때마다 긴 한숨을 뱉어냈다. 그는 “가해 주민이 경비원 일을 그만두라고 협박했을 때에도 동생은 ‘딸이 아직 시집도 안 갔는데 일을 그만둘 수 없다’고 나한테 토로했다”고 말했다.

최씨가 경비원으로 일했던 아파트도 비통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같은 날 오후 찾은 이 아파트 경비실 안에는 고인이 생전에 삐뚤빼뚤한 글씨로 ‘주민께 친절봉사’라고 작성하던 근무일지와 근무복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아파트 주민들은 단지 내에 분향소를 차려 최씨를 추모했다. 아파트 주민들은 한목소리로 “최씨는 좋은 사람이었다”고 했다.

경비실 인근에서 만난 아파트 주민 A(80)씨는 “아들 같이 대했다”며 최씨를 회상했다. 그는 “딸하고 혼자 사니까 노인정에 와서 밥 먹으라고 몇 번 얘기했었지. 그렇게 자존감 강하고 성실한 사람한테 ‘경비 주제에 왜 그러냐’면서 폭행하니 사람이 산산이 부서져서 가버린 거야”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아파트에서 22년 동안 살았지만 그런 경비원은 처음 봤었다”며 “재활용하러 나오면 직접 들어다 버려주고 손주들 오면 손잡아주면서 손으로 하트를 만들며 인사를 해주시던 분”이라고 덧붙였다.

아파트단지 내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정모(64)씨도 “최씨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누님, 저 병원에서 죽 먹고 있어요’였다”며 “(최씨가) 병원에 입원한 이후 매일 가게 문 닫고 찾아갔는데 그렇게 연락을 받은 다음날에는 병문안을 못 갔다가 새벽에 가 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최씨가 억울한 부분이 있어 주민들이 직접 변호사 선임비를 대신 마련하고 (최씨를) 다시 복직시키려고 했었는데”라고 덧붙였다.

최씨를 추모하기 위해 초를 사러 슈퍼마켓에 들렀던 주민 B씨도 “아파트 라인 경비원은 아니었지만 성실하고 착하셨던 경비원”이라고 했다. 이어 “시어머니와 후배가 최씨가 일하던 라인에 살았는데, 듣기로는 새벽 2시 쓰레기를 버리러 나올 때도 언제나 깨 있으셔서 쓰레기를 들고 가주셨다. 성실하신 분을 돌아가시게 해 아파트 주민으로서 죄책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앞서 유족들과 아파트 주민들에 따르면 최씨는 한 주민에게 경비실 화장실로 끌려가 폭행당해 코뼈가 골절되는 부상을 입고 지난 5일 병원에 입원해 있다 자택인 아파트에서 10일 투신했다.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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