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세청 "정의연 기부금 회계 오류" 곧 재공시 명령

김도년 2020. 5. 12.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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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주변을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92)가 위안부 관련 단체 후원금 사용이 투명하지 않다고 폭로하면서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이 할머니 측의 주장이 진실공방으로 치닫고 있다.뉴스1.

국세청이 회계 부정 논란이 불거진 정의기억연대(정의연)에 대해 회계 오류를 바로잡아 재공시하라는 명령을 내릴 방침이다. 100만원 이상의 지출은 단체명과 지급 목적, 수혜 인원, 금액 등을 별도로 적게 한 국세청 지침을 정의연이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수익금 이월 등 기본적인 계산과 기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점도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세청의 재공시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법인 총자산의 0.5%를 가산세로 내야 한다.


국세청이 검토한 정의연 회계, 결과는?
12일 세정당국에 따르면 국세청은 최근 정의연이 공시한 재무제표와 언론이 제기한 회계 부정 혐의에 대해 검토했다. 그 결과 의도적인 분식 회계(재무제표를 거짓으로 꾸밈)나 탈세 혐의 등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회계 오류는 분명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우선 정의연이 맥줏집에 3300여만원을 썼다고 기록한 것은 국세청 지침 위반이다. 국세청은 지난해 3월부터 공익법인이 기부금 사용 내역을 공시할 때 한 곳에 연간 100만원 이상을 지급한 경우 상세 내용을 적게 했다. 공시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 이 지침은 맥줏집 지출 내역이 기록된 2018 회계연도 재무 자료부터 적용된다. 그러나 정의연은 기부금 3339만8305원을 50곳에 지출했지만, 결산 공시에선 서울 '옥토버훼스트' 맥줏집을 운영하는 디오브루잉주식회사만 적어 놓았다. 지침대로 하면 정의연은 50곳 중 100만원 넘게 기부금을 지출한 곳은 별도로 나눠서 기재해야 한다. 세정당국 관계자는 "정의연의 1년 전체 모금사업비 총액과 맥줏집에서 쓴 금액이 일치한다"며 "'맥줏집 이외에 다른 곳에서 썼다는 내용이 누락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국세청은 정의연이 기부금 수익을 이월하면서 누락한 22억7300만원도 회계처리 오류로 봤다. 수입·비용 금액을 따져보면 맞아 떨어지지만, 회계장부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게 작성됐다는 것이다. 정의연은 '2018년 기부금품 모집·지출명세서'에 22억7300만원의 기부금 수익을 2019년으로 이월한다고 기록했다. 그러나 2019년 서류에는 이 이월 수익금을 '0원'으로 표기했다.

기부금 사용 내역에서 피해자 지원사업 수혜자를 ‘99명’ ‘999명’ 등으로 기재한 것도 공시 내역을 '대충' 쓰다 보니 생긴 오류라고 국세청은 봤다.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인권재단 사람에서 정의기억연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부금 관련 논란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국세청, 장부 수정 요구…안 하면 가산세
국세청은 정의연에 회계 오류가 있었던 것은 분명한 만큼 이에 대한 수정 공시를 요구하기로 했다. 통상 국세청은 매년 7월 공익법인 결산 내역을 검토해 회계처리에 문제가 있는 곳에 재공시를 요청한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국민 알권리 차원에서 좀 더 일찍 수정을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의연 외 다른 시민단체나 공익 법인에 대해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7월 중 일괄적으로 공시 점검을 한 후 문제가 있는 곳은 재공시 등을 요청할 계획이다.

세정당국 관계자는 "공익법인이 결산 내역을 허위 공시했을 때는 국세청장이 1개월 이내 기간을 정해 수정을 요구할 수 있다"며 "이에 응하지 않으면 가산세를 부과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세청 세종청사 전경. [국세청]



"산수조차 안되는 공익법인, 세법 무력화"
회계 전문가들은 공익법인은 가족 간 재산 상속·증여 과정에서 탈세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는 만큼 결산 공시를 더욱 엄격하게 감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익법인이 상장기업처럼 주주 감시가 없다고 해도, 단순한 '산수'부터 틀리는 것은 상속·증여세법상의 의무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공익법인은 대기업·자산가의 탈세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가 있어 회계 투명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산수조차 안되는 부실 회계는 세법을 무력화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점검이 제대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연은 수요집회 등 일본군 위안부 관련 사회운동을 하는 공익법인이다.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가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성금을 할머니들에게 쓴 적이 없다"고 밝히면서 기부금 횡령, 회계 부정 의혹 등이 일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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