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형편에 뭐? 기부?" 여기저기 재난지원금 부부싸움

김은정 기자 2020. 5. 12.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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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려면 당신 몫 4분의 1만 기부해. 어디 어울리지도 않게 상류층 행세야?”

정모(40·서울 서초동)씨는 11일 남편이 긴급재난지원금을 기부하려 한다는 소리를 듣고 부부싸움을 벌였다. 세대주로 돼 있는 남편이 “둘 다 월급 꼬박꼬박 나오고 먹고 살기 어렵진 않잖냐”면서 기부하는 게 좋겠다고 했지만, 정씨 생각은 달랐다.

정씨는 “남편 회사에서 은근 기부 분위기가 있는 모양”이라며 “하지만 앞으로 내야 할 세금이 얼마 더 늘어날지도 모르고, 이번에 다 줄 때 받아서 애들 책도 사고 소상공인 매상을 올려주는 게 취지에 맞다고 생각한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정씨 부부는 남편이 정 원한다면 4인 가족 앞으로 나오는 지원금 100만원 중 본인 몫으로 25만원만 기부하는 데서 타협점을 찾았다.

긴급재난지원금이 부부싸움 유발요인으로 떠올랐다. 받느냐, 기부하느냐를 놓고 의견일치를 본 가정도 많지만, 뜻밖에 부부간에 생각이 다른 경우도 왕왕 생겨나고 있다. 특히 18일부터 시작되는 오프라인 신청 때는 세대주 아닌 세대원도 신청이 가능하지만, 11일부터 이번주 안에 받는 카드사 온라인 신청은 세대주만 신청할 수 있어 더욱 갈등요인이 되고 있다.

은행원 이모(44·서울 목동)씨는 부인에게 “행여라도 세대주라고 갑질 할 생각하지 말라”는 소리까지 들었다고 했다. 이씨는 “기부하는 것보다 지역 소상공인들을 위해 소비하는 게 본래 긴급재난지원금 취지에 맞지 않느냐고 와이프가 조목조목 따지는 통에 가정의 평화를 위해 받기로 했다”며 “회사에선 받았는지 기부했는지 굳이 말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전했다.

/일러스트 박상훈

이런 다툼은 중년 부부라고 예외는 아니다. 무조건 여자들이 받자는 입장인 것만도 아니다.

윤모(63·서울 종로구)씨 부부는 남편이 기부 반대, 부인인 윤씨가 기부 찬성인 입장이어서 의견충돌을 빚었다. 윤씨가 세대주인 남편을 대신해 카드사 홈페이지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버튼을 누르다 실수로 기부하기를 눌렀고, 이를 알게 된 남편이 노발대발 화를 내며 당장 기부를 취소하라고 한 것이다. 윤씨는 “기왕 이렇게 된 거 기부하자, 어차피 하위 70%만 지급했다면 못 받을 돈 아니었냐고 했다가 다툼만 커졌다”면서 “그 돈 없다고 못사는 것도 아닌데, 남편이 이렇게 쪼잔한 사람인 줄 몰랐다”고 했다.

KBS가 지난 7~8일 이틀간 10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재난지원금 관련 여론조사에서는 ‘아예 신청하지 않겠다’는 사람이 2.3%, ‘신청을 하되 일부라도 기부하겠다’는 사람이 8.9%로 총 11.2%가 기부 뜻이 있다고 답했다. 고소득자일수록 기부 의사를 나타낸 비율이 높았고, 연령별로는 18~29세 젊은층에서 기부율이 18%로 가장 높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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