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의 눈] 5·18 희생자 김안부 씨..타박사? "총 맞고 숨져"
[앵커]
“5.18 사태는 폭동이란 말 이외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광주에서의 집단발포는 무장한 시민군으로부터 군대를 보호하기 위한 ‘자위권 발동 차원'이었다고 주장해왔습니다.
5.18 민주화 운동 당시 숨진 민간인 희생자수. 공식 기록에 따르면 백 예순다섯명. 그럼, 이들의 사망 원인은 어떻게 기록돼 있을까요?
kbs는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앞두고 시민 희생자 전원의 검시 기록을 다시 들여다봤습니다.
앞으로 나흘동안 연속 보도를 통해 5.18의 진실에 한발 더 다가가보겠습니다.
오늘(12일) 첫 번째 순서로 일곱 식구의 생계를 책임지던 평범한 30대 가장의 죽음을 추적합니다.
김정대 기자입니다.
[리포트]
5·18 민주화운동 당시 두 번째로 희생된 고 김안부 씨.
김 씨는 5월20일 새벽 광주 옛 전남양조장 공터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습니다.
사망 추정 시각은 전날인 5월 19일 밤 10시.
홀어머니와 아내, 아홉 살 아들과 갓 돌이 지난 막내딸 등 일곱 식구의 생계를 짊어진 36살의 평범한 가장이었습니다.
40년이 흘렀지만, 아내 김말옥 씨는 남편의 시신을 목격했던 그 당시, 그 현장을 잊을 수 없습니다.
[김말옥/고 김안부 씨 처 : "(죽은) 애기 아빠가 장난하는가 했는데 그것이 아니고 돌아가셔 버리니까. 나도 우리 아저씨를 보듬고 나도 기절을 해버렸어요."]
김안부 씨의 광주지방검찰청 검시기록에는 사인을 '타박사'로 분류했습니다.
하지만, 취재팀이 확인한 전남대 의대의 사체 검안서에는 전혀 다른 사인이 등장합니다.
당시 검안의는 뇌에 출혈이 발생하거나 손상되는 '뇌좌상'을 사인으로 봤습니다.
또 머릿속에 총탄이 박힌 이른바 '맹관총상'이 인정된다며 가로 세로 1㎝의 사입구, 즉 총탄이 들어간 구멍의 크기까지 기록했습니다.
[문형배/5·18 당시 검안의 : "(1×1㎝ 사입구는) 총상이 아니면 그런 흔적이 나올 수가 없죠… 두부의 타박상에 의해서 사망을 했다면 두개골이 완전히 파괴되고 부서질 정도가 돼야 하고…"]
군이 작성한 검시 참여 결과 보고도 석연치 않습니다.
검사와 의사, 군의관 등이 참여해 작성한 문건에는 김 씨의 사망 원인을 '두부 맹관상'이라고 기재했다가 선을 긋고 '타박사'로 고친 내용이 확인됐습니다.
40년이 지나도록 유족마저 '타박사'로 알고 있는 고 김안부 씨의 죽음.
총에 맞은 김 씨의 사인이 왜 '타박사'로 뒤바뀌었는지 40년 만에 드러난 기록들이 되묻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정대입니다.
김정대 기자 (kongmyeo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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