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연 기부금 장부서 사라진 2억4000만원..엉터리 회계 논란

이유정 2020. 5. 13.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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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점순 할머니에 지급' 일괄기재
정대협, 2018년 총지출보다 많아
국세청 "정의연 회계지침 위반"
7월엔 모든 시민단체 일괄 점검
12일 오전 회계 투명성 논란에 휩싸인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서울 마포구 사무실 앞 모습. [연합뉴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2018년 국세청 기부금 공시 내역에서 그해 3월 작고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안점순 할머니에게 4억7000여만원을 지급했다고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국세청 홈택스 공시에 따르면 정대협은 2018년 결산보고서에서 ‘기부금품의 수입·지출 명세서’ 항목의 ‘국내 사업 지급처’에 ‘(대표)지급처’로 고 안점순 할머니의 이름을 적고 현금으로 4억7593만9767원을 지출했다고 공시했다. 지출 목적은 국제협력, 생존자 복지, 수요 시위, 문화 홍보, 국내 연대 등 10개 항목이었고 수혜 인원은 9999명으로 적혀 있었다. 고 안점순 할머니는 2000년대까지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증언 활동을 해 왔다. 2018년 3월 30일 90세로 별세했다.

공시 기록으로 보면 정대협은 안 할머니가 작고한 그해에 현금으로 4억원이 넘는 거액을 지급했다. 하지만 이 액수의 세부 내역은 공시 내역에 등장하지 않았다. 또 정대협의 기부금 수입·지출 월별 현황에 따르면 그해 1~12월 지출 총액이 4억6908만8097원이다. 그런데 작고한 안 할머니에게 지급했다는 금액이 1년 지출 총액보다 더 많다.

정대협의 이 같은 회계 처리는 그해 진행했던 추모제 등 각종 국내사업 지출 내역을 모아 고 안점순 할머니를 ‘대표’로 해서 일괄 기재하며 벌어진 것일 수 있다. 그렇다 해도 정대협이 ‘뭉텅이 기재’ 방식을 이용해 4억여원의 구체적 지출 내역 공개를 피하며, 기부금 회계를 불투명하게 운영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중앙일보는 이날 정대협의 사실상 후신인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한경희 사무총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에게 여러 차례 해당 내용을 문의했지만 답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국세청은 ‘3000만원 맥줏집 지출’ 등의 논란이 불거진 정의연에 대해선 회계 오류가 분명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를 바로잡아 재공시하라는 명령을 내릴 방침이다. 100만원 이상의 지출은 단체명과 지급 목적, 수혜 인원, 금액 등을 별도로 적게 한 국세청 지침을 정의연이 지키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국세청의 재공시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법인 총자산의 0.5%를 가산세로 내야 한다.

앞서 정의연은 2018년에 기부금 3339만8305원을 50여 곳에서 지출하고도 결산 공시에선 서울 ‘옥토버훼스트’ 맥줏집을 운영하는 디오브루잉주식회사 한 곳만 적었다. 한경희 사무총장은 “국세청 기준에 따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세청 지침에 따르면 정의연은 50여 곳 중 100만원 넘게 기부금을 지출한 곳을 별도로 기재해야 한다. 국세청의 ‘100만원 이상 별도 기재’ 지침을 적용할 경우 고 안점순 할머니에 대한 정대협의 4억7000여만원 지출 공시도 해당 지침을 미이행한 게 된다.

행안부 “정의연 기부금 출납부 제출하라”…서부지검은 윤미향 횡령 의혹 수사

국세청은 정의연 외 다른 시민단체나 공익법인에 대해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7월 중 일괄적으로 공시 점검을 한 후 문제가 있는 곳은 재공시 등을 요청할 계획이다.

반면에 정의연은 이날 저녁 입장문을 내 “기부금품 지출 명세서 표기와 관련해 명세서에는 대표적인 지급처 한 곳(명)만 기록하도록 돼 있다”고 주장했다. ‘옥토버훼스트’ 지출과 관련해 한 곳만 기록한 것은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의연의 기부금 지출 내역을 놓곤 논란이 계속됐다. 국세청 홈택스에 오른 자료에 따르면 정의연은 2018년 기부금 지출이 모두 5억6470만원이라고 공시했다. 하지만 공시한 국내외 사업 지출을 합하면 3억2453만원이 나와 총액 5억6470만원과는 2억4017만원 차이가 난다. 경제민주주의21 대표인 김경율 회계사는 “기부금과 정부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시민단체라면 1원이라도 꼼꼼히 회계처리를 해야 한다”며 “2019년 기부금 지출액도 유사하게 펑크가 나 부실한 회계 처리가 계속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정의연은 2019년 기부금 총지출액을 8억6226만원으로 기입했지만 이 중 국내 사업으로 7억6521만원을, 국외 사업으로 4037만원을 지출했다고 신고했다. 국내외 지출을 합치면 총지출액에 비해 5668만원 차이가 난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정의연에 기부금 모집 내역과 지출 내역이 담긴 출납부 제출 공문을 지난 11일 보냈다고 밝혔다. 행안부 관계자는 “언론에 정의연의 기부금 관련 의혹이 계속 나오고 있어 확인하는 차원에서 22일까지 서류를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행정부에 따르면 이번 서류 제출 요구는 정의연이 행정절차를 준수하고 서류를 제대로 갖췄는지 보는 차원이며 기부금품의 구체적 사용처까지 확인하지는 않는다. 대검찰청은 이날 정대협 상임대표를 지낸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에 대해 횡령과 사기 혐의를 수사해 달라는 시민단체의 수사 의뢰 사건을 서울 서부지검에 배당하기로 결정했다.

이유정·김민상 기자, 세종=김도년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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