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한국일보

[삶과 문화] 청년들은 왜 MBTI에 푹 빠졌나

장재열 입력 2020.05.13. 04:32

"너 MBTI 뭔데?" "나? ENFP" "그래 너 F 있을 거 같더라."

요즘 어디에서나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 대화입니다.

MBTI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성격 유형 검사중 하나입니다.

이 MBTI 검사는 총 16가지 유형으로 나뉘어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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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너 MBTI 뭔데?” “나? ENFP" “그래 너 F 있을 거 같더라.”

요즘 어디에서나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 대화입니다.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에만 들어가도 자기 소개란에 써놓을 만큼, 요즘 청년들에게 대 유행 중이거든요. 여러분은 어떤 MBTI 유형이신가요? 저는 ENTJ입니다. 지도자형이지요. 목적이나 계획이 있으면 확실하게 해내야 합니다. 제가 문제에 부딪혀 괴로워할 때도 위로보다는, 해결을 위해 같이 머리를 맞대 주시면 더 기뻐요. 하지만 명령조로는 말하지 말아 주세요. 저는 전형적인 ENTJ 인간이니까요. 아니, 근데 그 전에 MBTI니, ENTJ니 이게 다 뭐냐고요?

MBTI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성격 유형 검사중 하나입니다. 2차 세계대전 시기에, 심리학자 모녀인 캐서린 쿡 브리그스(Katharine C. Briggs)와 그의 딸 이저벨 브리그스 마이어스(Isabel B. Myers)가 분석 심리학의 아버지, 카를 융의 성격 유형 이론을 바탕 삼아 만들었습니다. 개발자 모녀 두 사람의 성을 따서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라고 부르는 것이지요.

이 MBTI 검사는 총 16가지 유형으로 나뉘어 있는데요. 수검자의 답변을 바탕으로 외향-내향(E-I) 지표, 감각-직관(S-N) 지표, 사고-감정(T-F) 지표, 판단-인식(J-P) 지표 등 4가지 기준에 따라 나눠집니다. 4가지 유형을 조합해 보면 ENTJ, ISTP 등 총 16가지로 나오는 것이고요. 검사 결과를 통해 정신적 에너지가 외향적인지 혹은 내향적인지, 또 정보 수집 시 감각과 직관 중 어느 기능을 더욱 사용하는지 등 성격적 특성과 행동의 관계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적인 검사이지요. 전 세계에서 가장 보편적인 성격 유형 검사인 만큼 인터넷을 통해서 누구나 혼자서 해볼 수 있다는 점이 유행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하지만 단지 ‘해보기 쉽다’라는 점만이 유행의 핵심일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소름 돋게 너무 정확해서? 그것도 아닐 겁니다. 심리학 현장에서는 MMPI(미네소타 다면적 인성검사)만큼 유의미한 심리검사로 인정하지 않거든요. 비판과 쟁점도 상당한 검사입니다. 즉, 맹신할 만큼 대단히 적중률이 높진 않다는 겁니다. 이런데도 청년들이 이 검사를 즐기고, 자기 표현의 수단으로 쓰는 데에는, 이 행위를 통해서 무언가 말하고 싶은 어떤 강력한 욕구가 있지 않을까요? 그 힌트는 어디에 있을까요?

이 검사는 오래전부터 인기가 있습니다만, 현재 유행과의 결정적 차이라면 후속 콘텐츠의 생산과 소비입니다. 쉽게 말해 예전에는 자기 성격 유형을 확인하는 데 그쳤었지만, 지금은 다음과 같은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공유되고, 소비됩니다. ‘각 성향별로 이런 것에 상처받는다!’든가 ‘F 성향과 T 성향끼리 대화할 때 주의할 점’ 이런 제목을 가진 것들이지요. 즉, 성격 유형별로 ‘나를 이렇게 대해 주세요’라는 함의를 담은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겁니다. 나의 특성, 나의 개별성을 MBTI라는 도구로 드러내면서 ‘존중’받기를 원하는 심리의 발현이랄까요.

누군가는 분명히 이렇게 말할 겁니다. “아니, 자기가 존중받고 싶다면서 16가지 유형에 스스로 갇히는 건 모순 아니야?” 맞습니다. 인간은 모두 다릅니다. 16가지가 아니라, 78억 명 모두가 전혀 다르지요. 하지만 청년들은 이렇게 생각한 게 아닐까요? 한 개인의 개별성을 온전히 존중받기를 바라는 건, 한국 사회에서 사치일지도 모른다고요. 청년들은 다 열정적이고, 다 패기 있어야 한다고 한가지 이미지로 치부해 버리는 고압적인 문화 속에서, 그나마 16가지 중에 하나로라도, ‘나’라는 사람의 개별성을 존중받기 바라는 마음이 아닐까요?

장재열 청춘상담소 좀놀아본언니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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