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 피케티, 코로나 극복 위한 '그린 뉴딜' 제안
“코로나 바이러스로 멈춰선 경제를 다시 일으키기 위해 각국 정부는 거액을 투자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예전과 달리 건강, 혁신, 환경과 같은 새로운 분야에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
2013년 ‘21세기 자본’을 펴내 세계적인 관심을 끌어모았던 토마 피케티(49) 파리경제대 교수가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해결하기 위해 환경 분야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는 ‘그린 뉴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피케티는 지난 9일 일간 르몽드에 ‘위기 이후, 녹색 기금의 시대’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해 “코로나 사태가 보다 평등하고 지속 가능한 새로운 발전 모델을 채택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그는 “경제 정책의 우선 순위에 변화를 주고 재정 운용과 관련한 금기에 도전하면 가능하다”고 했다.
피케티는 “공공 부문이 경제 활동을 되살리고 고용을 늘리기 위해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 사태 극복을 위해 정부가 주도하는 케인즈식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피케티는 “정부의 경기 되살리기는 건강, 혁신, 환경과 같은 과거와 다른 새로운 분야에 대한 투자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병원, 학교, 대학, 열효율 혁신, 지역사회 서비스 등의 분야에서 엄청난 규모의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고 했다.
피케티는 ECB(유럽중앙은행)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유럽 은행들의 연쇄 도산을 막기 위해 막대한 통화 공급을 했던 것처럼 시중에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주가를 부양하는 데 쓰여서는 안되고 환경에 투자하는 ‘녹색 경기 부양’이 돼야 한다고 피케티는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 창출된 막대한 통화량은 민주적 절차 없이 밀실에서 결정됐으며 결국 부동산 가격을 올려 부자들을 더 부유하게 만들었다”며 “불평등이라는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는 실패했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 위기는 돈을 풀되, 환경을 중심으로 과거와 다른 방식의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ECB는 시중의 자산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코로나 극복을 위해 7500억유로(약 1000조원)를 풀어 놓기 시작했다. 이와 별개로 유럽 공동기금을 추가로 조성하자는 주장이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에서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독일, 네덜란드, 스웨덴 등 재정 상태가 양호한 나라들이 반대해 표류중이다. 재정이 나쁜 남유럽 국가들을 도와주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국 국민들이 낸 세금을 투입하기 싫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피케티는 EU가 공동으로 일종의 영구채를 발행하자고 했다. 영구채란 만기 없이 이자만 ‘영원히’ 내는 채권을 말한다. 그는 EU가 단일 금리의 채권을 함께 발행해 공동기금을 만들고, 이에 대한 이자 등 채무 부담은 ECB가 영구적으로 책임지게 하자고 했다. 이런 영구채 개념의 코로나 극복용 유럽 공동기금 조성은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앞서 제안한 바 있다. 산체스 총리는 최대 1조5000억유로(약 2000조원)를 조달해 EU 공동의 영구 채무로 처리하면 각 회원국의 국가 부채로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 피케티는 “스페인의 제안을 EU가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피케티는 유럽 공동기금 조성에 반대하는 독일에 대해 한발 양보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패전국이던 독일에 대해 전쟁 배상금 상환을 승전국들이 1953년 동결시켜줬던 것을 다시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피케티는 2013년 ‘21세기 자본’으로 주목을 받은 뒤 지난해 6년만에 ‘자본과 이데올로기’라는 후속작을 펴냈다. ‘자본과 이데올로기’에서 피케티는 불평등 해소를 위해 정부가 모든 젊은이에게 종잣돈을 주자는 도발적인 주장을 내놨다. 25세가 되는 모든 남녀에게 성인 1인당 평균 자산의 60%인 12만유로(약 1억6000만원)를 지급하자고 했다. 핀란드 등에서 논의된 ‘기본 소득’에서 더 나아가 ‘기본 자산’을 주자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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