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외부감사 받을 이유없다"는 정의연대..사실일까?

박종오 2020. 5. 13.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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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100억·연간 기부금 20억 이상 회계감사 대상
정의연대 작년 총자산 21억, 기부금 8억..미해당
독립성 위해 회계감사 안된다?.."더 적극 받아야"
"영세공익법인 감사비용은 회계업계 봉사로 풀 수도"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지난 11일 열린 기자 회견에서 아래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저희가 왜 의혹에 몰려서 외부 회계 감사를 받아야 되는지 잘 모르겠고요. 변호사한테 물어봤는데 그럴 이유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고 (합니다). 모든 시민단체들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행동이죠.”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정의연대는 일반 기업처럼 외부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을 법적 의무가 없고, 회계 감사가 공익법인 등 시민단체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해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이사장의 발언은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절반’만 맞는다.

◇기부금 年20억 넘으면 의무 회계감사…‘정의연’은 기준미달



13일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올해부터 연간 총수입이 50억원 이상이거나 연간 기부금 20억원 이상을 받는 공익법인(종교·학교 법인 제외)은 반드시 외부 회계법인으로부터 회계 감사를 받아야 한다. 이전에는 자산 100억원 이상인 중대형 공익법인만 의무 감사 대상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공익법인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적용 대상을 대폭 확대한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개정안은 지난해 국무회의를 통과하고 올해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올해 회계연도부터 자산 100억원 미만인 소규모 공익법인도 외부 회계 감사를 받고 내년 초 그 결과를 공개해야 하는 것이다.

다만 이 이사장이 일하는 정의기억연대는 적용 대상이 아니다. 정의연대의 지난해 총자산은 21억1001만원, 연간 기부금 수익은 8억2551만원으로 기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같은 단체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의 작년 기부금(2억9174만원)을 합쳐도 전체 기부금 수익이 11억1725만원으로 외부 감사 적용 기준인 연 20억원에 못 미친다.

따라서 정의기억연대가 외부 회계 감사를 받아야 하는 법적 의무가 없다는 이 이사장의 말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의 말이 공익법인 등 모든 시민단체가 독립성 등을 위해 외부 회계 감사를 받지 않는다는 의미라면 틀린 이야기다.

정의연대는 기준 미달로 적용 대상이 아닐 뿐 이미 2000개 가까운 공익법인이 의무적으로 외부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고 있고, 투명성 강화라는 사회의 방향성에 따라 그 적용 대상이 계속 확대되는 추세여서다.

◇공익법인 투명성 강화, ‘재벌→시민단체’ 확대될까

한 시민이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 ‘전쟁과 여성 박물관’ 앞을 걸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금까지 정부의 공익법인 관리 강화의 초점은 주로 대기업 소속의 대형 공익법인 쪽에 맞춰져 있었다. 공익법인이 재벌그룹의 편법 상속과 증여, 오너의 지배력 강화 수단 등으로 악용된다는 지적에 따라서다.

정부가 지난해 상속·증여세법을 개정해 자산 1000억원 이상 또는 총자산 5조원 이상인 대기업 집단 소속 공익법인이 6년간 외부 회계 감사인을 자율 선임하면 이후 3년은 국세청이 감사인을 지정하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 제도’(2022년 시행)를 도입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러나 이번 정의연대 논란을 계기로 시민단체 등 소규모 공익법인까지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남의 돈을 기부받아서 사용하는 것인 만큼 돈을 어디에 쓰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회계 업계 관계자는 “결국 두루뭉술한 회계 처리가 문제가 된 것”이라며 “회계 장부를 제대로 작성했는지 외부의 제3자가 들여다보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외부 회계 감사 대상을 대폭 확대하는 정책을 올해 막 시행해 그 효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고, 영세 공익법인의 경우 회계 법인에 내야 하는 감사 비용이 부담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금도 세법에 담긴 공익법인 관리 제도만 20개 정도 되는데, 이게 부족하니 규율을 더 만들자고 하는 것은 정답이 아닐 수 있다”면서 “외부 감사 대상 확대의 실효성과 비용 등 여러 가지 측면을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영세 공익법인의 경우 회계 업계에서 자원봉사 등의 형태로 지원을 확대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종오 (pjo2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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