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에 치명상을 입히는 지도자의 경솔한 행동
[열국지로 보는 사람경영-20] 국가든 기업이든 조직을 이끄는 지도자는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합니다. 경솔한 처신이나 언사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니까요. 이런 점에서 춘추전국시대 초기에 살았던 송나라 군주 민공은 반면교사로 삼을 만한 인물입니다. 이야기의 발단은 제나라와 노나라의 갈등에서 시작됩니다. 노나라의 명장 조귀의 활약으로 '장작' 전쟁에서 대패한 제나라는 송나라를 끌어들여 복수를 하려고 합니다. 제와 송나라는 오래전부터 우호를 맺어온 관계였습니다. 송민공이 제나라의 출병 요청을 받아들여 가장 신임하는 장수이자 절친한 사이였던 남궁장만을 파견한 이유지요. 남궁장만은 엄청난 장사였고 무예도 뛰어났습니다. 그는 송민공의 명령을 받고 부장인 맹획과 제나라로 달려갑니다. 객관적인 전력만 놓고 보면 제와 송나라 연합군의 승리는 거의 확실했습니다.
하지만 힘만으로 전쟁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남궁장만은 막강한 전투력에도 불구하고 노나라의 교묘한 유인 작전에 말려들어 생포되는 운명을 맞습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그의 패배로 이번 전쟁도 노나라의 승리로 끝납니다. 다행히 남궁장만은 이듬해 다시 송나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제나라와 노나라 모두 적대적인 관계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마침 주나라가 노나라에 제나라와의 혼사를 중재할 것을 요청하며 정세가 급변했던 것이 남궁장만이 구사일생으로 살아날 수 있었던 배경입니다.
노나라는 제나라와 화친하며 전쟁 포로인 남궁장만을 즉시 송나라로 보냅니다. 송민공은 남궁장만을 다시 장수로 임명했고 예전과 다름없이 신임합니다. 그러나 아주 사소한 일로 둘 사이에는 틈이 생깁니다. 민공이 남궁장만을 노나라 죄수라고 놀린 게 화근이었습니다. 민공은 농담으로 한 말인데 남궁장만은 매우 불쾌하게 받아들였으니까요. 그런 감정이 얼굴에 분명하게 나타났는데도 민공은 같은 농담을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사달이 벌어집니다. 어느 날 두 사람은 내기 장기를 뒀습니다. 진 사람이 한 말의 술을 먹기로 한 것이지요. 남궁장만의 무예를 당할 자가 없었던 것처럼 송민공의 바둑 실력을 넘어서는 사람도 드물었습니다. 다섯 판을 뒀는데 다 민공이 이겼습니다. 벌 술로 많이 취한 남궁장만은 약이 올라 한판 더 두자고 조릅니다. 그러자 민공은 남궁장만이 가장 싫어하는 농담을 또 합니다. "죄수는 늘 패배하는 자인데 어찌 또 두자는 것인가?" 남궁장만은 얼굴만 울그락불그락하며 아무 말도 못했습니다. 바로 그때 내시가 들어와 민공과 이런 대화를 주고받습니다. "방금 주나라 사신이 도착했습니다. 천자(군주)가 새로 바뀌었다는 것을 알리러 온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주나라에 사신을 보내 하례를 드려야 하지 않겠나?" 옆에 있던 남궁장만은 민공에게 요청합니다. "저는 아직 번화한 주나라 수도를 구경하지 못했습니다. 원컨대 이번 기회에 사신으로 그곳을 가보고 싶습니다." 그러나 송민공은 진지하게 듣지 않고 또 불필요한 농담을 던집니다. "송나라에 사람이 없다고 해도 어찌 죄수를 사신으로 보낼 수 있겠나?" 이 말에 주변에 있던 이들은 모두 웃었습니다. 남궁장만만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죠.
그 이후 장면은 믿기 힘들 만큼 빠른 속도로 진행됩니다. 마음속에 들끓었던 화를 참지 못했던 남궁장만은 송민공에게 욕을 퍼부었고 민공도 심한 말로 나무랍니다. 그러면서 남궁장만이 가지고 있던 창을 빼앗아 공격하려 하자 남궁장만은 바둑판을 들어 민공을 내리칩니다. 그리고는 쓰러지는 민공을 큰 주먹으로 때립니다. 민공은 그 자리에서 즉사합니다.
홧김에 돌발적으로 임금을 시해한 남궁장만은 민공과 가까운 대신들을 죽이거나 추방합니다. 농담 한마디가 엄청난 반역의 역사로 발전한 것입니다. 남궁장만은 꼭두각시 정권을 세우고 권력을 오로지하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지지기반이 약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송민공을 따르는 세력에 의해 축출됐고 일족과 함께 비참한 최후를 맞습니다. 이 사건으로 송나라는 한바탕 혼란을 겪고 국력도 약해집니다. 지도자의 경솔한 말과 행동이 국가에 치명상을 입힌 것입니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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