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직필]미군 없는 민주주의

송기호 변호사 2020. 5. 13. 20:4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1980년 8월 위컴 당시 주한미군사령관은 한국인은 ‘미국이 이해하고 있는 민주주의’를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주의 준비를 하지 않은 쪽은 미국이었다. 비밀해제된 미 국방부의 문서들을 보면 미국은 광주시민의 정당한 저항이 1979년의 이란혁명과 같은 사태로 전개되지 않도록 전두환 신군부를 지원했다. 1980년 5월 광주에서는 미국이 광주 학살을 막기 위해 항공모함 2척을 부산에 입항시켰으니 이제 살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환호했던 시민들도 있었다. 그러나 미국이 항공모함을 보낸 것은 사실이었으나 목적은 다른 데에 있었다.

광주시민의 피는 헛되지 않았다. 한국 민주주의는 코로나19 대응의 세계 모범이 되는 동력이 되었다. 반면 한국에 민주주의를 말했던 미국은 코로나19 사망자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되었다. 그런데도 막상 미국은 백신을 공동 개발하려는 국제연대에 돈 한 푼 내지 않았다.

문제는 미국의 민주주의이다. 미국은 ‘한국이 이해하고 있는 민주주의’를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민주주의는 총을 가질 자유가 아니라 시민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살 자유이다. 미국 민주주의는 전 국민 건강보험을 성취하는 데에 계속 실패했다. 미국의 제약회사가 백신을 개발하더라도 미국인들 중 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 그러니까 가장 백신 접종이 필요한 사람들은 제대로 접종을 받지 못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미국은 코로나19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미국은 세계적 차원의 문제 해결자가 아니라 문제 자체가 되었다.

미국은 왜 민주주의를 준비하지 못했는가? 미국의 군사주의 때문이다. 미국은 자국의 국익을 주로 군사력으로 관철하려는 나라이다. 미국은 유일하게 전 지구 공간과 우주에 선을 그어 각각의 전투 사령부(UCC)를 설치하는 나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의회에 요구한 2021년 연방정부의 재량 지출 예산의 66%가 군사비이다.

흔히 ‘그린북’이라고 부르는 미국 국방부의 국방비추계보고서에 의하면 2020년 회계연도의 미국 군사비 총액은 7244억달러이다. 미국의 비영리 의료보험연구단체 ‘맥팩’의 자료에 의하면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미국인의 신규 가입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오바마케어’)에 사용한 예산은 그 10분의 1이 되지 않는다. 그 결과 미국 의회 회계국의 2018년 통계에 의하면 65세 이하의 미국인 중 2900만명이 의료보험이 없다. 그리고 미국 노동자의 약 절반은 직장에서 해고될 경우 의료보험 혜택도 함께 상실한다. 미국이 세계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된 배경이다.

미국은 코로나19 위기 앞에서 더 이상 군사주의 모순을 감당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에 주한미군 주둔지원비로 한국에 5조원을 요구한 것은 단지 그가 장사에 능한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만큼 미국 군사주의의 모순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코로나19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군사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전 국민 건강보험을 만들어야 한다. 이는 미국이 국민에게 건강하게 살 자유를 보장하는 민주주의를 준비하는 과정이다. 동시에 이 길은 한국에는 미군 없는 민주주의를 준비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는 지금, 미군 없는 민주주의를 생각해야 한다. 트럼프는 한국에 주둔비 지원 50% 증액을 요구하면서 미군이 한국을 ‘지켜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군이 지켜주지 않으면 성립할 수 없는 민주주의라면 이를 민주주의라 할 수 없다.

미군에 대한 체계적 계획이 필요하다. 제도적이고 정기적인 평가 방법과 통제 틀을 마련해야 한다. 이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의 주둔지원비 증액 요구에 대하여 엄격한 원칙을 견지하는 것은 의미가 크다.

첫째가 국군 주요 전투부대의 작전통제권 환수이다. 합참의장을 통한 한국 대통령의 작전통제권은 헌법적 절차 없이 한미연합사 사령관에게 위양되었다. 전시뿐만 아니라 평시의 작전통제권도 ‘코다’라는 이름으로 군사훈련 등의 핵심 사항을 여전히 연합사 사령관이 행사한다. 시급하게 바로잡아야 한다.

40년 전과 다르게 미군은 한국 민주주의에 복종해야 한다. 한국 민주주의가 행사하는 전략적 자주성 범위 안에서만 미군이 존재해야 한다. 미군은 미국의 해외 미군 기지 중 최대 규모인 평택 기지에 주둔해 있다. 미군이 행사하는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것이 한국 민주주의에 손상을 주어서는 안 된다.

코로나19 대응 속에서 맞는 5·18민주화운동 40주년에 우리는 긍지를 가지고 한국 민주주의를 정성을 다해 가꾸어야 한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우리가 지켰고, 지킬 수 있다.

송기호 변호사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