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숙 사파기금 대표 "재난 극복 앞장선 분이, 재난 앞에 가장 먼저 쓰러져서야"

정대연 기자 입력 2020. 5. 13. 21:45 수정 2020. 5. 14.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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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노동재난연대기금'에 재난지원금 모금 운동 전개
한국식 방역모델 성공은 택배기사 등의 '그림자 노동' 덕분
그들 몫 돌려주는 '사회적연대'와 활발한 토론의 계기 기대

[경향신문]

권영숙 사파기금 대표는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을 노동 약자를 위한 연대기금으로 조성하려 한다. 그는 “한국의 방역 모델이 칭송받고 있지만, 사회적 연대는 여전히 결핍돼있다”고 밝혔다. 권영숙 대표 제공



“전 세계적으로 한국의 방역 모델이 칭송받고 있지만 그 모델에서 가장 결핍된 것이 사회적 연대입니다. 긴급재난지원금을 ‘공돈’으로 소비하기보다 코로나19 재난의 불평등성을 온몸으로 겪고 있는 노동 약자들을 위한 연대기금으로 조성하려 합니다.”

11일부터 전 국민에게 지급되는 재난지원금 신청이 시작됐다. 최대 100만원(4인 이상 가구 기준)에 이르는 이 돈을 ‘코로나19 노동재난연대기금’으로 조성하자는 사람들이 있다. 권영숙 사회적파업연대기금(사파기금) 대표(55)가 그중 한 명이다.

사파기금은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희망버스가 한창이던 2011년 여름, 돈이 없어 투쟁을 포기하는 노동자들을 위한 기금을 만들자는 권 대표의 제안에 많은 시민들이 십시일반으로 호응하면서 시작됐다.

지난 9년 동안 주목받지 못한 채 투쟁하는 영세사업장 비정규직 노동자, 정리해고자, 이주노동자, 장애인의 파업과 생계를 지원해왔다.

권 대표는 13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한국의 방역 모델은 고강도 노동시간을 견뎌야 했던 간호사, 감염병 노출 위험에도 노동을 멈출 수 없었던 택배노동자 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하지만 확진자, 감염병 퇴치의 최전선에 나선 의료진, 권리와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회적 약자들에게 우리 사회는 얼마나 연대를 했나”라고 물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에서도 한국사회가 봉쇄 없이 작동한 것은 노동 약자들의 ‘그림자 노동’ 덕이 컸음에도, 이들이 가장 먼저 경제적 타격을 입고 재난 앞에 쓰러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달 28일 38명의 사망자를 낸 경기 이천 물류창고 화재 사고를 언급하며 “방역에는 성공했지만 매년 2000명 넘게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는 현실은 그대로”라고 했다.

재난으로 인한 고통은 평등하지 않다. 노동의 가장 약한 고리인 특수고용노동자, 일용직 등은 해고, 무급휴직 등 ‘노동재난’ 상황이다.

권 대표는 “그래서 연대기금이 필요하다”며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은 달라져야 한다. 연대기금은 누구나 평등한 시민으로서 사람답게 살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더 나은 세상을 향해 내딛는 사회적 연대운동”이라고 말했다.

재난지원금을 받지 않고 정부에 기부할 수도 있다. 이는 고용보험기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정부에 하는 ‘기부’와 사파기금의 차이에 대해 권 대표는 “이 운동은 시혜적 기부가 아니라 사회적 연대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이라며 “연대는 그들이 받아야 할 정당한 몫을 돌려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장 모이는 돈의 액수보다 운동 과정에서 코로나19 이후 한국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토론이 활발해지기를 원한다. 권 대표는 “연대를 실천함으로써 앞으로의 사회를 함께 만들어나가고 상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파기금은 지난 1일부터 모금운동을 시작했다. 오는 7월 말까지 진행한다. 조성되는 기금은 코로나19로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세사업자·비정규직·이주노동자와 코로나19 국제연대, 활동가를 위해 사용한다.

자세한 참여 방법은 사파기금 홈페이지(https://sapafund.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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