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여개표소 분류기 이상했다" 선관위 "기계 이상없다"

김방현 입력 2020. 5. 14. 05:02 수정 2020. 5. 14.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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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군 개표 참관인들 "분류기 이상했다
1번 투표용지 묶음에 2번 용지가 섞이기도"
선관위 "1번과 2번 용지가 섞일 일 절대 불가
재확인용 표가 많을 경우 재검표 많이 한다"
공주·부여·청양 지역구에서 정진석 후보 당선

“투표지가 분류기를 통과하면서 이상한 장면을 여러번 봤습니다. 1번 후보 표가 지나치게 많이 나와 재검표를 하면 역전되기도 했어요. 또 2번 후보 표는 유독 많이 재확인용(미분류표)으로 분류됐습니다. 주로 사전투표용지에서 그런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지난 4월15일 충남 부여군 부여읍 유스호스텔에서 개표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독자제공


4.15총선 당일 충남 부여군 개표소에서 일했던 개표 참관인들이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증언한 내용이다. 13일 충남 부여군 선거관리위원회와 개표 참관인들에 따르면 A씨는 지난 4월 15일 부여군 부여읍 유스호스텔에서 진행된 개표 작업에 미래통합당 정진석(기호 2번) 후보측 참관인으로 참여했다.

이곳에서는 부여군 16개 읍·면 지역 투표용지를 집계했다. 그는 개표소 제2 개함부(전체 3곳)에 자리해 개표 상황을 살폈다. 개표는 오후 6시 이후 옥산면 관내 사전선거 투표지(415장)부터 시작됐다. 자동분류기를 이용한 개표는 3~4분 만에 끝났다.

A씨에 따르면 후보별 득표수는 제2개함부에 있던 개표사무원(사회복무요원)의 노트북 컴퓨터 화면에 나타났다. 이를 본 A씨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1번 후보가 2번 후보보다 지나치게 많은 표를 얻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노트북 화면에 뜬 득표수는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후보(1번)가 180여표 정도를 얻어 미래통합당 정진석 후보를 100표 가까이 앞섰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노트북 컴퓨터를 다루는 개표사무원을 포함한 선관위 측에 집계한 투표지를 보여달라고 요구했다”고 했다. A씨는 “개표 용지를 보니 1번 투표용지 묶음에 2번 투표용지가 섞여 있는 것도 발견했다”고 말했다.

A씨는 “개표를 다시 해야 한다”고 했고, 부여군 선관위는 A씨의 주장을 수용했다고 한다. 결국 투표용지 415장을 다시 모아 분류기로 재검표했다. A씨는 “이 과정에서 개표사무원이 노트북 컴퓨터를 껐다가 켠 다음 분류기를 작동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재검표 결과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후보 159표, 미래통합당 정진석 후보 170표였다. 정 후보가 11표 차이로 앞서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지난 4월 15일 충남 부여군 부여읍 유스호스텔에서 개표가 진행되는 동안 미래통합당의 참관인 A씨가


이에 대해 부여군 선관위 관계자는 "재검표를 한 것은 맞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선관위는 “A씨의 주장처럼 1·2위 표차가 많이 나서 재검표를 한 게 아니고 다른 선거사무원이 재확인용 투표용지함(59표)과 바로 옆에 있던 무소속 정연상 후보(3표 득표)의 투표지를 섞어 놓은 것을 발견하고 투표용지 전체를 모아 재검표한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선관위는 또 "재검표를 하기 위해 노트북 컴퓨터에 있던 옥산면 개표 데이터만 지운 것일 뿐 컴퓨터를 재부팅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투표지 분류기와 노트북 컴퓨터를 담당했던 개표사무원은 "A씨가 화를 냈고, 재검표가 이루어진 것은 맞지만, A씨가 왜 화를 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개표사무원 C씨는 "기계(분류기) 가 이상해서 재검표 한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날 미래통합당측 또 다른 참관인 D씨도 A씨와 유사한 주장을 했다. 그는 “관내 사전선거와 관외 사전선거 투표지를 읍·면 단위로 개표했는데 1번 후보의 득표함에 2번 표가 쌓이는 장면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며 “게다가 2번 후보는 유독 재확인용(미분류)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증언했다.

D씨는 “그때마다 항의해서 분류기를 재가동해 2번 후보의 표를 읍·면 단위별로 많게는 30~60장씩 되찾아 왔다”며 “이런 현상은 사전투표지를 개표할 때 자주 발생했다”고 했다. 그는 “개표기가 워낙 빨리 작동해 유심히 관찰하지 않으면 개표가 어떻게 진행되는 조차 알기 어렵다”라고도 했다.

이에 부여군 선관위는 “분류기를 다시 돌려 재검표하는 일은 전국적으로 많이 있다. 예를 들어 유권자에 교부된 용지와 실제 투표한 용지 숫자가 맞지 않을 때나 재확인 투표지가 많이 쌓일 경우 분류기를 다시 돌리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부여 읍·면 단위 선거구는 유권자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웬만하면 분류기를 재가동해 점검하는 게 빠르다"고 했다.

이어 선관위 관계자는 “투표지 분류기를 작동했을 때 1번 후보 득표함에 2번 후보 투표용지가 섞이는 일은 절대 일어날 수가 없으며, 기표가 불분명한 용지는 재확인용으로 분류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선관위는 “분류기를 연습 사용할 때는 투표용지가 깨끗하고 정확하게 기표가 돼 있기 때문에 재확인용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1%도 안 된다”며 “그런데 실제 투표용지는 기표 행태가 천차만별이어서 재확인용으로 분류될 확률이 20% 이상 높아지기도 하며 기계에는 이상이 없을 것”라고도 했다.

사전투표 마지막날인 지난 11일 서울 지역 한 사전투표소 모습. 뉴스1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공주·청양·부여 지역 사전 투표결과, 부여에서는 16개 읍·면 가운데 정진석 후보는 11곳에서, 박수현 후보는 5곳에서 이겼다. 반면 공주 12개 읍·면·동에서는 박수현 후보가 12곳, 정진석 후보가 4곳에서 승리했다.

청양군 10개 읍·면에선 박수현 후보가 6곳, 정진석 후보는 4곳서 앞섰다. 개표를 종합한 결과 정진석 후보가 박수현 후보를 2624표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부여=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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