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욱 "투표용지는 도장만 찍으면 기표지"..선관위는 26일동안 몰랐다

김명지 기자 2020. 5. 14.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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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욱 '투표용지' 미스터리
경기도 구리, 與윤호중 사무총장 지역구

민경욱 미래통합당 의원이 14일 경기도 구리시 투표용지 분실사건과 관련해 "잔여투표지에 도장만 찍으면 적법한 기표지가 된다. 그러므로 투표가 끝나는 순간 잔여투표지는 화약이요, 투표함은 불이 된다"고 했다. 민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둘은 될수록 멀리 떨어뜨려야 한다"며 "그런데도 선관위 직원들은 그 화약을 불바다인 개표장에 들여놓았다"고 했다.

민 의원은 지난 11일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고 4·15 총선 개표조작 의혹의 '빼박 증거'라며 문제가 된 투표용지 6장을 흔들었다. 그는 토론회 사흘전인 지난 8일에는 "세상이 뒤집어질 증거를 폭로하겠다. 조작선거 사건이 분수령을 맞을 것"이라고도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 투표용지가 경기도 구리 선관위에서 유출된 것으로 확인하면서, 개표조작 의혹은 새로운 전개를 맞았다. 이 투표용지 6장이 이번 선거가 '부정 선거'는 아니더라도 '부실 선거'라는 증거가 됐기 때문이다.

문제의 투표용지가 발견된 경기도 구리는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의 지역구다. 윤 사무총장은 이번 총선에서 58.6%(6만4668표)를 얻어 통합당 나태근 후보 39.4%(4만3456표)를 큰 격차로 누르고 4선을 달성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두 가지다. ‘누가 투표용지 6장을 빼돌렸는가’와 '왜 선관위는 빼돌릴 때까지 몰랐나' 이다.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4월 15일 선거 당일 구리시 교문동 구리시체육관에서 수택2동 제2투표구에서 이송된 투표함을 열어 개표하는 작업을 했다. 개표 도중 투표자 수보다 투표용지가 2장 더 많은 오차가 생겼다.

이에 선관위는 오후 8시 30분쯤 봉투에 봉인돼 선거 가방에 들어 있던 잔여 투표용지를 꺼내 확인했고, 남은 투표용지는 봉투에 담아 선거 가방에 넣었다. 16일 새벽 개표가 완료될 때까지 봉인하지는 않았다. 잔여 투표용지를 다시 봉인해 보관해야 한다는 선관위 매뉴얼을 따르지 않은 것이다.

잔여 투표용지와 투표록 등을 보관하는 선거가방은 구리시체육관 내 체력단련실에 보관돼 있었다. 선관위는 개표가 모두 끝난 뒤에 잔여 투표용지 등 관련 서류를 구리시 선관위 사무실로 옮겼다고 한다. 선관위는 그 뒤로 민 의원이 지난 11일 국회 토론회에서 투표용지 6장을 공개할 때까지 한달여동안 투표용지가 사라진 것을 몰랐다는 것이다.

선관위의 설명이 맞는다면 문제의 투표용지는 15일 오후 8시 30분부터 16일 새벽 개표 종료 사이 사라졌다. 문제는 누가 잔여 투표용지 6장을 빼내갔느냐는 것이다. 체력단련실은 CCTV가 설치돼 있었지만 투표용지가 보관된 장소는 카메라 사각지대라 드나드는 사람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한다. 구리시체육관에는 경보 시스템이 설치돼 있는데 선거일 이후 경보가 울린 적도 없다고 한다.

투표용지 탈취는 공직선거법에 위반된다. 공직선거법을 보면 투표 용지 탈취에 대한 형벌은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형,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 을 받을 수 있다. 지난 2007년 대법원은 선거 단속 업무 중인 감시관의 카메라를 뺏은 사람에게 벌금형 250만 원을 처벌했다.

선거일 이후인 4월 16~17일에 유출됐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선관위에 따르면 4월 16일 오전 4시 이후 개표 작업을 위해 설치됐던 시설을 철거하기 위해 외부인들이 드나들기 시작했다. 잔여 투표용지가 보관됐던 체력단련실은 잠금장치가 채워져 있지 않았다고 한다. 사실상 아무나 드나들 수 있었던 것이다. 공직선거법에는 '투표관리관은 투표가 끝난 뒤 지체없이 투표함, 잔여 투표용지 등을 관할 구·시·군선관위에 송부해야 한다'고 돼 있다.

개표 당일 개표소인 구리시 체육관엔 선관위 관계자, 개표 사무원, 참관인 등 300여 명이 있었다. 선관위는 이 가운데 투표용지를 훔친 사람이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선관위는 지난 12일 투표용지를 확보한 민 의원을 포함해 대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민 의원은 함구하고 있다. 그는 언론에 "제보자 보호 차원에서 누가 줬는지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민 의원이 투표용지 탈취 사실을 알면서도 받았다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선관위는 "잔여 투표용지 관리가 부실했던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선거 조작과 인과 관계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투표용지 유출에 대한 관리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 장진영 변호사는 "사전투표용지를 투표함에 제대로 보관하지 않고 바구니 같은 데 해서 배송하는 그런 사진들은 나와있다"며 "그런 것들은 보면 국민들이 조직적으로 누가 어떻게 안 했다 하더라도 선거 관리에 대해 불안해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장 변호사는 이번 총선에서 서울 동작갑으로 통합당 공천을 받고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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