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가전 매장 '디지털플라자'..20년간 14년을 적자 본 이유는?

김태윤 2020. 5. 14.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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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가전·디지털 양판점인 ‘디지털프라자’가 만성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막대한 고정비용 때문에 이익을 내기 어려운 업종 특성 탓도 있지만 최근 달라진 소비 트렌드를 쫓아가지 못하기 때문이란 지적이 높다. 가전도 온라인 구매가 늘었지만 오프라인 매장 확장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 디지털프라자 메가스토어 강남본점


삼성 가전 전체 매출의 6% 담당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디지털프라자를 운용하는 삼성전자판매의 지난해 매출은 2조7630억원, 영업 손실은 79억원이다. 삼성전자판매는 2000년 삼성전자 계열사로 편입됐고, 삼성전자가 지분 100%를 갖고 있다.

디지털프라자는 삼성전자 가전·디지털 제품의 국내 판매 거점이다. 지난해 삼성전자 가전(CE) 부문의 국내외 매출(44조7600억원) 중 약 6% 정도가 디지털플라자에서 발생했다. 20년 전보다 매출은 약 다섯배, 매장 수는 네 배 넘게 늘었다.

삼성전자 디지털프라자 실적 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지난 20년간 흑자 본 해는 6년뿐
디지털프라자가 흑자를 낸 건 지난 20년간 여섯 해뿐이다. 특히 2010년 이후 지난해까지는 10년 연속 영업 손실을 냈다. 매출 대비 적자 규모가 큰 것은 아니지만 만성 적자가 고착화 됐다. 2018년의 경우 매출 2조5470억원에 영업손실 181억원, 2016년엔 매출 2조2010억원에 영업손실 248억원을 기록했다. 2000년 이후 영업손실이 가장 컸던 해는 2014년으로 334억원이다.

디지털플라자의 만성적인 적자 원인은 출점 경쟁이 첫 손에 꼽힌다. 실제로 롯데하이마트, LG전자 베스트샵, 전자랜드, 일렉트로마트(이마트) 등 대형 가전 양판점들은 치열한 매장 출점 경쟁을 치르고 있다. 손님을 모으기 위해 주요 도시에 경쟁적으로 매장을 늘리면서 파는 만큼 매장 임차료나 인건비, 판매비용 등 고정비용도 급증했다.


과도한 고정비에 비효율적 운영 지적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업종 특성상 경쟁 업체도 고정비가 많이 들기는 마찬가지인데, 10년째 영업 적자를 기록한 곳은 디지털프라자뿐이다. 업계 1위인 롯데하이마트는 3~5%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해 왔고, LG전자의 베스트샵 역시 지난 10년 중 한 해를 빼곤 소폭이나마 흑자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프라자가 매장 수를 대폭 늘려 왔는데 롯데하이마트와 점유율 격차는 크고, 매장 수가 훨씬 적은 LG 베스트샵보다도 실적이 안 좋다”며 “결과적으로 디지털프라자가 비효율적으로 운영된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롯데하이마트의 매장 수는 466개, 디지털프라자와 베스트샵은 각각 428개와 395개다. 관련 업계에서는 롯데하이마트의 시장 점유율은 약 40%, 디지털프라자와 베스트샵은 각각 25% 안팎으로 보고 있다. 베스트샵의 지난해 매출은 2조8280억원으로 2년 연속 디지털프라자를 앞섰다.

지난 4월 문을 연 삼성 디지털스토어 마곡본점


경쟁업체들은 온라인 판매 강화 중
디지털플라자의 만성 적자는 오프라인 중심의 판매 구조도 결정적이다. 가전제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데도 디지털프라자는 오프라인 중심의 판매 정책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양판점들은 e커머스 업체에 대응하기 위해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롯데하이마트는 최근 일부 매장을 통폐합하고 온라인에서만 1조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LG전자는 온라인 가전 유통을 담당하던 김종용 상무를 올해 초 베스트샵 대표로 선임했다. 전자랜드 역시 온라인 계열사인 SYS글로벌을 지난해 흡수합병해 온·오프라인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20년 동안 오프라인 중심 안 변해
디지털프라자에는 이런 움직임 보이지 않는다. 왜일까. 익명을 원한 디지털프라자 관계자는 “고객이 매장에서 제품을 보고 사든 온라인이나 양판점에서 구매하든, 삼성 가전이 팔리고 시장 점유율이 올라가는 건 매한가지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가전제품을 팔고 마케팅이 중요한 회사에 인사팀 출신 임원이 대표를 맡는 경우가 많았다"며 "올해가 창립 20주년인데,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매장 중심 정책이 변한 게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판매 측은 "최근 디지털프라자가 고객중심 체험 매장으로 변모해가면서 꾸준히 매출이 늘고 영업손실은 줄고 있다"며 "삼성닷컴을 통해 온라인 판매를 강화하는 등 향후에는 온라인 마케팅에도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고객들에게 삼성제품을 구매하는데 종합적인 경험과 편의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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