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재난지원금, 어디서 주로 쓰나 보니.. 업종별 결제현황

문수정 정진영 기자 2020. 5. 14.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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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첫날인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여기서 정부 지원금 쓸 수 있어요?” “그럼요. 들어오세요.” “쓸 수 있대. 오늘은 내가 여기서 살게.” 14일 서울 송파구 한 식당입구에서 벌어진 60대 여성 4명과 식당 주인의 대화 한토막이다. 식당을 운영하는 천모(52)씨의 얼굴엔 화색이 돌았다. 천씨는 “송파사랑상품권이 풀렸을 때도 그렇고, 정부가 주는 지원금을 쓸 수 있게 되면서 손님이 확실히 늘었다”며 “이렇게라도 경기가 좀 살아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전국민을 대상으로 지급하는 긴급재난지원금이 13일부터 풀렸다. 재난지원금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유흥주점, 골프장 등 레저시설, 오락실 등 사행업장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오프라인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다. 오는 8월 31일까지 쓰지 않으면 회수되기 때문에 3개월여 동안 재난지원금이 소비 진작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재난지원금을 받으면 어디에서 주로 쓰게 될까. 이제 막 본격적으로 재난지원금이 지급됐기 때문에 당장 확인은 어렵지만 지방자치단체에서 지급한 재난지원금과 제로페이 사용처를 분석해보면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국민일보가 입수한 ‘서울시 재난긴급생활비 업종별 결제현황’(제로페이 통한 결제만 집계)을 보면 지난 6일 기준 약 333억2500만원이 결제됐고, 이 가운데 65.1%인 216억8500만원 정도가 재래시장, 동네마트, 편의점 등 도·소매업장에서 쓰였다.

이어 숙박 및 음식점업장에서 쓰인 지원금이 83억8300만원(25.2%) 정도다. 서울시가 지원한 재난긴급생활비의 90% 이상이 생필품 구매와 의식주를 해결하는 데 쓰인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중위소득 100% 이하에게 지급된 만큼 생계를 위해 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며 “꼭 필요한 데 소중하게 쓰였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첫날인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자체 재난지원금, 생계 위해 쓰였다

서울시로부터 55만원을 받은 신모(56·여)씨는 장보는 데만 지원금을 사용하고 있다. 그의 재난지원금 주 사용처는 서울 송파구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과 농협 하나로마트다. 신씨는 “쌀 사고, 채소나 생선 사고, 가끔 고기도 샀다”며 “남편이 식당을 운영하는데 장사가 너무 안 돼서 지원금으로 생필품만 사도 금방 끝난다”고 말했다. 신씨는 정부지원금도 시장이나 마트에서 다 쓸 계획이라고 했다.

경기도 양평군에서 밭농사를 짓는 송해복(71)씨는 경기도와 양평군에서 받은 재난지원금 44만원을 농자재 사는 데 다 썼다. 송씨는 “하우스에 씌우는 비닐도 사야하고 비료도 필요했는데 마침 지원금이 나와서 알차게 잘 썼다”며 “농사짓는 데 필요한 건 다 살 수 있다니까 동네에서도 보면 농자재 마트 같은 데서 많이 쓰더라”고 말했다.

소상공인에게 재난지원금은 실제로 단비 같다.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윤준우(51)씨는 “서울시에서 재난지원금이 나온 뒤로 어르신들이 굉장히 많이 오신다. 이틀에 한 번씩 오시는 분들도 있다”며 “원래 나오던 매출의 30% 정도는 재난지원금으로 결제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 재난긴급생활비는 서울사랑상품권, 제로페이, 선불카드 등으로 발급됐기 때문에 재난지원금으로 결제하는지 여부를 현장에서 바로 알 수 있다. 윤씨는 “쓰시는 분들도 굉장히 좋아하시고, 저희도 손님이 많이 늘어서 좋다”며 “가끔 경기도에서 오신 분들이 서울에서 왜 안 되느냐고 화를 내시기도 해서 난감한 적도 있지만 설명하면 많이들 납득하신다”고 말했다.

서울시 재난긴급생활비 결제 현황을 보면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 외에도 교육·서비스업(3.6%)과 협회 및 단체, 수리 및 기타 개인 서비스업(2.9%)에서도 쓰였다. 학원비나 각종 수리비로도 유용하게 사용된 셈이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김모(42·여)씨는 서울시 지원금으로 보일러를 고쳤다. 김씨는 “따뜻한 물이 안 나와서 수리가 급한 상황이었는데 서울사랑상품권을 받는다고 해서 결제할 수 있었다”고 했다.

고3 수험생 자녀를 둔 황모(50)씨는 “경기도와 수원시 지원금으로 학원비를 냈다. 받기 전에는 실감이 안 났는데 받고 나서 꼭 필요한 데 쓰니까 재난소득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아동돌봄쿠폰도 영유아를 키우는 가정에서 요긴하게 쓰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커뮤니티나 육아 카페 등을 보면 아동돌봄쿠폰으로 유모차, 자전거, 카시트 등 제법 값비싼 제품들을 샀다는 게시글들이 눈에 띈다.

아동돌봄쿠폰과 경기도 재난소득을 지원받은 주모(33)씨는 6개월된 아이의 카시트를 사는 데 썼다. 주씨는 “앞으로 들어올 정부재난지원금은 기저귀 값으로 쓰고, 이제 이유식을 해야 하는데 소고기 사는데도 유용하게 쓸 것 같다”고 했다.

서울 강서구의 한 편의점에 게시된 지역 화폐 사용 안내문. 연합뉴스

집 근처 편의점, 최대 수혜자

서울 등에서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 가운데 하나로 제로페이를 선택하면서 제로페이 사용도 급증했다. 서울시와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자체 재난지원금이 본격 지급된 지난달 제로페이 결제 건수는 290만건, 결제 금액이 1030억원에 이른다. 이는 지난 1월(결제 건수 약 38만건, 결제금액 약 132억원)보다 결제 건수는 7.6배, 결제 금액은 7.8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제로페이 사용은 편의점에서 두드러진다. QR코드 방식의 제로페이 결제가 편의점에서 사용하기 쉽기 때문이다. 편의점에서는 식재료, 생활용품, 간편식의 매출이 4~8배 이상 증가했다. 맥주, 와인, 안주류 등 주류 관련 매출과 블루투스 이어폰 등 생활가전 판매도 급증했다.

GS25가 지난달 제로페이와 코나카드(재난지원금이 입금되는 선불카드)로 결제된 매출을 분석한 결과 수입육(710.7%), 국산 돼지고기(394.9%), 축산가공품(347.7%) 등의 매출이 3월보다 크게 늘었다. GS25 관계자는 “제로페이와 코나카드 전체 매출이 같은 기간 94.8% 늘어난 것을 감안해도 축산 매출은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분석했다.

CU에서는 지난달 제로페이·코나카드 이용 건수가 3월보다 6배나 늘었다. CU에서는 와인(777.1%), 두부 밀가루 등 식재료(738.3%), 조미료류(723.6%), 김밥(718.8%), 육가공류(603.6%) 등의 매출이 크게 늘었다. 핸드폰 충전기, 이어폰 등 소형가전(682.4%)과 양말 등 의류용품(568.2%), 목욕용품(589.7%)의 매출 급증도 눈에 띈다.

세븐일레븐도 비슷하다. 4월 제로페이 이용 매출은 전월보다 4배 가까이 늘었다. 와인(621.7%), 조미료·장류(527.6%), 샴푸·치약 등 생필품(361.3%), 냉동식품(344.7%) 등이 높은 매출 신장률을 보였다.

편의점에서 사용된 제로페이는 100% 재난지원금은 아니다. 기존에 제로페이를 사용했던 이들도 있고, 서울시가 지난달 서울사랑상품권을 할인 판매하면서 구매자가 크게 늘었다.

서울시 재난긴급생활비 지원 대상자는 아니지만 서울사랑상품권 100만원을 선결제한 차지훈(36)씨는 “아내랑 둘이 와인이나 맥주를 마시면서 주말을 보내는 게 유일한 즐거움이다. 제로페이를 할인 판매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편의점에서 와인, 맥주를 사려고 선결제를 했다”고 말했다.

정부에서는 제로페이가 더 다양한 곳에서 많이 쓰이기를 기대하고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제로페이는 소상공인들에게 결제 수수료 부담이 없어서 제로페이 사용이 더 늘면 좋을 것 같다”며 “재난지원금 지급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매출 증대와 소비 활성화를 위한 측면도 있는 만큼 소상공인들에게 부담이 덜한 수단을 이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문수정 정진영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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