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조선일보

[김광일의 입] 윤미향 개인계좌 모금, 유용인가 횡령인가

김광일 논설위원 입력 2020.05.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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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 집회가 열렸다.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수요 집회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제 참여하지 않겠다"고 한 뒤 처음 열린 집회였다. 정의연 사람들과 일부 일반 시민들, 그리고 취재진들만 모였을 뿐 위안부 피해 할머니는 한 분도 나오지 않은 집회였다.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 정치인들은 보였다. 그런데 정작 정의연 이사장을 지낸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자는 나오지 않았다.

엿새 만에 침묵 깬 이용수 할머니는 월간중앙과 인터뷰를 했다. 한마디로 이렇게 말했다. "(윤미향은) 지금이라도 이실직고하는 게 옳은 거지. 양심도 없다." 이 할머니는 윤미향이 2015년 12월 28일 일본이 10억 엔을 내기로 한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윤미향 씨는 "할머니의 기억이 달라져 있다"고 했다. 여권 일각에서도 이 할머니에게 치매 증세가 있을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기억력 쇠퇴 쪽으로 몰아갔다. 그러나 이번 인터뷰 과정에서 이용수 할머니는 위안부 피해자 인권 활동, 그리고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상황을 정확하게 기억했다. 열세 살 적 일까지 또렷하게 기억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할머니가 후손에게 목돈을 물려주려고 태도를 바꿨다고도 했다. 그러나 할머니는 "나는 부정이 없고 혼자 몸이니 당당하게 대항하는 거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노골적으로 윤미향 당선자를 비난했다. "(윤미향이) 사리사욕을 챙기려고 다 미뤄놓고,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이건 아니다. 돈을 빼먹었지 않나."

이용수 할머니는 수요 집회와 젊은이들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수요 집회 보다는) 한마디를 하더라도 옳게 가르치는 게 중요하다. (수요 집회에 학생들이) 나와 봐야 배우는 거 하나도 없다." "일본에 면죄부를 줄 순 없다. 아베 총리는 항상 거짓말을 한다. (…) 다만 운동하는 방법을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다음 세대가 일본에 당당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이용수 할머니와 윤미향 당선자는 화해할 수 있을까. 이 점에 대해 이용수 할머니는 단호하게 말했다고 한다. "(정의연이나 윤미향하고는) 화해는 안 한다. 화해는 할 수 없다. 정대협(정의연)은 고쳐서 못 쓴다. 해체해야 한다."

어제 이용수 할머니는 조금 더 정제된 문장으로 다. "제가 겪은 아픔이 반복되지 않도록 지난 30년간 정의연과 더불어 활동해왔다." "그 과정에서 나타났던 사업 방식의 오류나 잘못을 극복해야 한다."

어제 김광일의입 방송에서 정대협·정의연의 회계 의혹에 대해 여섯 가지 쟁점을 말씀드렸다. 오늘 새로 하나를 추가한다. 한 신문의 논설위원이 추적해서 밝혀낸 내용인데, 정대협 상임대표, 그리고 정의연 이사장이었던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이 본인 명의의 개인 계좌로 모금을 해왔다는 사실이다. 주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외국에 나가거나 사망했을 때 "편하게 모시고 싶다" "돈이 부족하다"면서 할머니를 앞세운 ‘앵벌이 모금’을 해왔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가령 2015년 길원옥 할머니가 유럽에 갈 당시 여행 경비, 2016년 위안부 할머니들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베트남 위령제 후원금 모금, 2018년 3월 안점순 할머니의 장례비용, 그리고 2019년 1월 김복동 할머니가 세상을 떴을 때, 그때마다 개인 계좌로 성금을 모았다.

공익법인의 회계처리를 하려면 모든 통장은 반드시 법인 명의여야 한다. 개인 계좌로 모금한 돈은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지금으로서는 알 도리가 없다. 윤미향 당선자는 개인 계좌로 모금한 액수가 얼마였으며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밝혀야 한다. 게다가 윤미향 당선자는 개인 계좌를 하나만 유지하면서 모금을 한 것이 아니라, 건별로 계속 새로운 계좌를 만들어서 사용했다. 전문가들은 "통상 부정한 용도로 쓰이는 통장을 운영할 때 리스크를 줄이는 방식"이라고 했다. 그런 것을 다 떠나서 "법인 기부금을 개인 명의로 받는다는 것은 아무리 열악한 시민단체라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로 그 자체로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중대한 사안"이라고 했다.

오늘 동아일보 칼럼은 이용수 할머니의 작심 발언인 "속을 만큼 속았고, 이용당할 만큼 이용당했다"는 말을 소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어제 (이용수 할머니가 입장문에서) 진영 다툼을 그치고 한일 교류와 현 시대에 맞는 사업 방식을 촉구한 것 역시 어떤 지일파 정치인도 못 해낸 ‘큰 정치’가 아닐 수 없다. "친일세력의 부당한 공격"이라고 호소한 윤미향보다 이 할머니가 비례대표에 적격이다.’

여권 인사들은 윤미향을 두둔하고 엄호하기에 여념이 없다. 지금 관건은 윤미향 당선자가 정의연의 회계 의혹에 대해 소상하게 밝히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친문 방송인 김어준씨가 "(기부자 중에 이름이 공개되는 걸) 원하지 않는 분이 많아 못 내놓는다"고 하자 윤미향씨는 "그렇다"고 했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지금 사태를 "친일세력의 윤미향 길들이기"라고 했다. 하태경 통합당 의원은 "투명회계가 왜 친일인가"라고 했고,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윤미향은 가히 조국 우등생"이라고 했다. 공익법인의 회계에 부정이 있다면 당장 비례대표 당선 직을 내려놓고 수사를 받아야 한다.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김광일의 입’, 상단 화면을 눌러 감상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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