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정의롭고 용감한 '삐삐'..린드그렌 그 자체

은정진 입력 2020. 5. 14. 18:23 수정 2020. 5. 15.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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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리드 린드그렌(1907~2002)은 75년 동안 100여 개 언어로 번역된 '말괄량이 삐삐' 시리즈로 잘 알려진 스웨덴 출신 작가다.

덴마크 전기작가인 옌스 안데르센이 쓴 린드그렌의 전기 《우리가 이토록 작고 외롭지 않다면》은 삐삐처럼 거침없고 씩씩하게 진보적 시대정신을 이야기했던 작가라는 수식어 뒤에 존재했던 린드그렌의 우울과 불안의 그림자를 조명한다.

사랑하지 않는 남자의 아내가 되길 거부한 그는 스웨덴을 떠나 덴마크에서 출산해 홀로 아이를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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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토록 작고 외롭지 않다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1907~2002)은 75년 동안 100여 개 언어로 번역된 ‘말괄량이 삐삐’ 시리즈로 잘 알려진 스웨덴 출신 작가다. 하지만 그가 스웨덴 반핵운동과 동물복지법 논쟁을 촉발시킨 환경운동가라는 걸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그는 아동문학 작가이자 아동 포르노그라피, 청년 주택문제 등 사회적 문제에 목소리를 낸 사회운동가였다.

덴마크 전기작가인 옌스 안데르센이 쓴 린드그렌의 전기 《우리가 이토록 작고 외롭지 않다면》은 삐삐처럼 거침없고 씩씩하게 진보적 시대정신을 이야기했던 작가라는 수식어 뒤에 존재했던 린드그렌의 우울과 불안의 그림자를 조명한다.

아버지뻘 되는 상사에 의해 17세에 혼외자를 임신한 린드그렌은 자신을 신체적·정신적으로 구속하고 통제하려는 사회적 폭력들을 마주한다. 사랑하지 않는 남자의 아내가 되길 거부한 그는 스웨덴을 떠나 덴마크에서 출산해 홀로 아이를 키운다. 지적 노동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못했던 린드그렌은 스톡홀름에서 스웨덴 최초의 여성 변호사 에바 안덴, 코펜하겐 위탁모 그룹 일원인 마리 스테벤스, 페미니스트 잡지 편집장 아다 닐손 등을 만난다. 책은 여성들과의 연대에 힘입어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하며 성장한 린드그렌이 이전의 자신처럼 소외된 약자들을 위한 조력자이자 대변자로서 활동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린다.

부당한 상황을 인지하고 맞서 싸우며, 언제나 약자에게 힘을 보태 아픔을 나누겠다는 그의 생각은 동화에서도 드러난다. 1970년대 혁명 정신을 반영한 ‘사자왕 형제의 모험’은 동화답지 않게 죽음을 정면으로 다뤄 찬사와 비판을 동시에 받았다. 말과 행동에 거침없는 힘센 여자아이를 내세운 ‘말괄량이 삐삐’도 교훈 일색이던 아동문학의 금기를 깨고 어린이의 주체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어린이도 예술을 통해 충격을 경험해야 한다”는 그의 문학적 신조로 탄생한 작품들이다.

저자는 린드그렌의 굴곡진 삶과 함께 스웨덴 정치상황과 국제 정세 변화까지 단단한 필체로 되살려내며 세상에서 억압과 불의에 휘둘리는 모든 소수자를 지지하는 그의 철학을 구체화해 전달한다. (김경희 옮김, 창비, 492쪽, 2만5000원)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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