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의연, 국가보조금 3억 받고 장부엔 '0'..국민 세금도 누락

김도년 입력 2020. 5. 15. 05:02 수정 2020. 5. 15.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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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회계 투명성 논란에 휩싸인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서울 마포구 사무실 앞 모습. 연합뉴스.

부실 회계 논란이 제기된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지난 2017년부터 받은 국가 보조금을 회계장부에 누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 보조금은 납세자가 낸 세금이어서 정부 지침상 엄격한 회계처리를 요구받는다. 그러나 정의연은 보조금을 받고도 수익 내역을 '0원'으로 기록하거나, 받은 액수보다 적은 금액을 기록했다.


정부가 준 돈과 회계장부 상 금액 달라
14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건강치료, 맞춤형 지원 사업 명목으로 정의연에 6억9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정의연은 이 중 4억3000만원을 쓰고 남은 1억7900만원은 정부에 반환했다.
그러나 이 같은 내역은 정의연 회계장부와 일치하지 않는다. 정의연이 공개한 지난해 '운용성과표'에는 보조금 수입으로 5억3800만원을 받아, 이와 똑같은 금액을 지출한 것으로 나와 있다. 운용성과표는 기업으로 따지면 손익계산서로 공익법인이 얻은 수익과 비용 등을 기록한 회계장부다.

정의기억연대는 2017년 8500만원, 2018년 3억원의 정부 보조금을 받았지만, 회계장부인 '운영성과표' 상 '보조금 수익' 내역에는 이런 내용이 기록돼 있지 않다. [국세청]



2017·2018년 장부엔 아예 보조금 누락
지난 2017년과 2018년 회계 장부에는 정부로부터 받은 보조금이 전혀 기록돼 있지 않다. 정의연은 2017년 전시 성폭력 실태 기록과 학술행사 홍보, 국제협력 활동 등으로 8500만원을, 2018년에는 위안부 피해자 국내 전시사업 명목으로 3억원의 정부 보조금을 받았다. 그러나 해당 연도 정의연 운용성과표에는 보조금 수입이 '0원'으로 기록돼 있다.

공익법인 회계기준 실무지침상 정부·공공기관으로부터 받은 보조금은 이를 받은 시점에 수익으로 반영해야 한다. 수익으로 인식할 때도 반드시 '보조금 수익'이란 별도의 계정으로 기록하게 돼 있다. 여가부로부터 2017년과 2018년 보조금을 받았다면, 그해 회계장부에는 보조금 수익으로 기록한 내역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국가 보조금은 지출한 돈 만큼을 뺀(상계) 금액만을 수입으로 기록할 수 없다. 가령 보조금을 1억원을 받고 8000만원을 공익사업에 썼을 때 남은 2000만원만 보조금 수익으로 기록해선 안 된다. 공익법인은 공공으로부터 받은 지원금을 어디에다 썼는지를 세부적으로 보고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공익법인의 보조금 수익은 반드시 별도의 계정으로 정확하게 기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의기억연대 출신 더불어시민당 윤미향 당선인에 대한 수요집회 기부금과 한일 위안부 합의 관련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10일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에 빗물이 맺혀 있다. 연합뉴스



"보조금 누락은 납세자 보고 의무 소홀"
전문가들은 국가 보조금 지급 사실을 회계장부에서 누락한 것은 납세자인 국민 전체에 대한 보고 의무를 소홀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의연이 맥줏집 한 곳에서 3000여만원을 썼다고 기록한 것과 같은 기부금 공시 오류는 이해관계가 소수 기부자로만 그친다. 그러나 정부 보조금은 국민 전체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엄격한 회계 투명성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보조금 횡령 등 고의로 누락할 의도가 있었다면 이는 분식회계(거짓으로 재무제표를 꾸밈)에 해당할 수 있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국민 세금은 '눈먼 돈'처럼 쓰여선 안 된다"며 "다른 공익법인들도 국세청에 공시하는 회계장부상의 보조금 수익과 지출 내역을 투명하게 기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본지는 정의연의 국가 보조금 수익 누락 이유 등을 확인하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정의연은 수요집회 등 일본군 위안부 관련 사회운동을 하는 공익법인이다.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가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성금을 할머니들에게 쓴 적이 없다"고 밝히면서 기부금 횡령, 회계 부정 의혹 등이 일었다.

황수연 기자,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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