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시진핑 방한 공들이는데.."中 빼자" 본격적으로 압박하는 미국

이유정 2020. 5. 15.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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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시대 한국 앞에 놓인 고차방정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시대에 미·중간 갈등이 본격화하면서 한국 앞에는 풀어야 할 역대급 고차 방정식이 놓였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안 그래도 미·중 사이에서 힘겨운 줄타기를 해온 한국으로선 고민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연결고리로 밀착하는 한·중
한국과 중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연결 고리로 밀착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전화 통화를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요청에 응해 전화통화를 갖고 양국의 코로나 방역과 협력 문제를 논의했다. [사진 청와대]


통화에서 두 정상은 5월 1일 시작한 ‘한ㆍ중 패스트트랙(신속통로)’ 개설에 의미를 뒀다. 청와대는 “두 정상이 양국 신속통로 제도 신설을 한 것은 협력의 모범사례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중국 외교부도 "패스트트랙이 지역의 공급망 및 물류 체인의 소통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패스트트랙 제도는 양국 기업인들에 한해 14일 의무격리 조치 완화 등 예외 입국 절차를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 외교부는 패스트트랙 신설을 양국 코로나19 협력의 상징으로 밀고 있다.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문제로 냉랭해졌던 양국 관계를 코로나19 협력으로 풀겠다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2월 말 코로나19가 국내적으로 ‘1차 대폭발’을 일으켰을 때, 온갖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중국 전역 입국자에 대한 입국 제한을 끝내 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화룡점정은 시 주석의 연내 한국 방문이다. 청와대는 시 주석의 요청으로 이뤄진 이번 통화에서 "시 주석이 금년 중 방한하는 데 대해 굳은 의지는 변하지 않았다”고 언급한 사실을 공개했다. (중국 외교부는 발표문에서 '금년 방한'을 언급하지 않고 "한·중 관계를 보다 높은 수준으로 이끌기 위해 전략적 의사소통을 강화하고 싶다”는 시 주석의 발언을 담았다)

하지만 미국의 중국 몰아붙이기는 신종 코로나 이전 시기와는 질적으로 차원이 다르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나서 중국의 코로나19 사태 책임론을 연일 부각한 데 이어 중국과의 관계 단절 언급까지 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폭스 비즈니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중국과 모든 관계를 끊을 수 있다(We could cut off the whole relationship)”는 폭탄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중국과의 관계를 끊을 경우 5000억 달러(약 614조원)를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루 전날 “내가 오랫동안 말해왔듯이, 중국을 다루는 건 비용이 든다. (미·중) 무역합의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중국에서 시작한 감염 사태에 세계가 얻어맞았다”며 중국을 조준한 데 이어 이날엔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에 대한 가장 강도 높은 발언을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발언은 말 폭탄에만 그치지 않고 있다. 한국은 코로나19를 계기로 그동안 닫혔던 중국의 빗장을 열겠다는 구상이지만 미국은 정반대로 중국 차단의 결의를 다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중국을 제외한 우군 그룹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에 나섰다.


3월 시작된 미국의 큰 그림, 'ABC(Anything But China·중국 빼고 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기업인들과의 라운드테이블에서 경청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대표적으로 미국은 현재 중국을 철저히 배제하는 새로운 세계 시장질서를 구축하려는 ‘큰 그림’을 구상하고 있다. 이런 시도는 이미 3월부터 감지됐다. 미국은 그동안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온 중국과 얽힌 각종 산업 공급망을 뜯어고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 3월 말부터 미국의 제안으로 한국을 비롯한 7개국이 코로나19 차관급 실무 회의를 격주로 진행하고 있다. 7개국은 미국, 한국, 일본, 인도, 호주, 뉴질랜드, 베트남이다. 이는 트럼프 정부가 추구해온 인도ㆍ태평양 전략의 진화한 버전이다. 아시아 시장에서 중국을 대신할 대체재로 베트남을 넣은 것이 눈에 띈다.

일견 실무자들 간 방역 공조회의로 보였던 7개국 회의의 ‘노림수’는 4월 말 드러났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4월 29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미국은 우리 친구들인 호주, 인도, 일본, 뉴질랜드, 한국, 베트남과 글로벌 경제를 진일보시키기 위한 최선의 사례와 정보를 공유할 것”이라고 회의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의 논의는 세계 공급망(global supply chains)에 관한 것”이라며 “어떻게 우리가 이번과 같은 사태(코로나19)가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공급망을 재편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이 지난 1월 14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팰로앨토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같은 움직임을 두고 미 행정부 내 익명의 관리는 로이터 통신에 “미 정부는 믿을 수 있는 파트너들로 세계 공급망을 다시 짜려 한다. 이는 ‘경제 번영 네트워크’(Economic Prosperity Network)”라고 말했다. 미국이 벌써 이름까지 붙여 중국을 제외한 ‘믿을 만한’ 미국의 우방국들로 아시아ㆍ태평양 시장을 재편하려 한다는 얘기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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