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미술관에서 만나는 40년 전 '오월 광주'

노형석 2020. 5. 15.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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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공개 사료·예술가 신작 전시 곳곳서
역사박물관 '오월 그 날이 다시 오면'
서울기록원 '넘어넘어: 진실을 말하는..'
광주서도 '하늘과 땅..' '오월 별이 된..'
고 이강하 작가와 광주에서 2인전을 열고 있는 손기환 작가가 80년대 그린 <타! 타타타타타>. 군홧발과 헬기의 비행 장면이 병치된 파란 하늘과 그 아래 남도 농촌의 풍경을 통해 신군부의 광주 유혈 진압을 풍자했다.

박물관과 미술 공간도 올해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다양한 행사를 준비 중이다. 특히 상당한 분량의 미공개 사료를 바탕으로 한 기획전과 예술가들의 신작을 바탕으로 한 전시들이 눈에 띈다.

먼저, 80년 5월 광주의 기억을 다른 각도에서 되살리는 역사적 자료를 새로 발굴해 엮은 아카이브 전시가 관객을 찾는다.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은 5·18기념재단,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전남대 5·18연구소,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과 함께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특별전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10월31일까지)을 열고 있다.

5월 민주화운동 당시 초등학생, 고교생, 대학생, 전도사, 주부 등 다양한 광주 시민이 써내려간 일기 16점과 정부 당국의 통제로 기사화하지 못한 당시 기자들의 취재수첩·메모 5점을 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선보인다. 시민군이 광주를 해방시킬 당시, 시민들이 주먹밥을 만들어 나눠줬던 양은 함지박, 계엄군 군복과 진압봉, 총알 흔적이 남은 철제 캐비닛과 의사 가운, 광주의 비극을 형상화한 일본 작가 도미야마 다에코의 판화 <광주의 피에타> 등도 주목거리다. 1층 전시실에서는 국가기록원이 소장한 항쟁 당시 정부기록물도 볼 수 있다. 국방부와 광주 동구청에서 만든 80년 5월18일~27일까지의 상황 일지를 각 날짜별로 재구성해 보여준다. 수습상황 보고, 피해신고 접수 상황 등 세계기록유산 10여점이 처음으로 원본 전시되고 국군기무사령부가 앨범으로 정리·보관해 온 사진집도 나왔다.

항쟁에 대한 최초의 다큐적 기록물로 유명한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이하 <넘어넘어>)의 지난 30여년간 판본을 보여주는 전시회도 열린다. 서울 은평구 통일로 서울기록원 특별전 ‘넘어 넘어: 진실을 말하는 용기’다. 1985년 찍은 초판본부터 지난해까지 나온 개정판, 국외본 등 판본 10종과 숨은 저자 이재의씨의 취재 노트를 공개한다. 전시는 서울시와 광주시가 공동 주최하는 40주년 기념사업 오월 평화페스티벌의 딸림 행사다.

항쟁의 현장 광주에서는 미술인들이 곳곳에서 작품 전시회를 차렸다. 원로 화가 강연균씨는 광주시 동구 제봉로 예술공간 집에서 항쟁기 체험을 바탕으로 30여년간 이어온 5·18연작 ‘하늘과 땅 사이’의 목탄 신작을 보여주는 5번째 연작 전시를 22일까지 연다. 시민군으로 참여했던 김근태 작가는 6월21일까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토우와 한지 인형으로 시민 군상을 표현한 특별전 ‘오월 별이 된 들꽃’을 차렸다. 역시 시민군 출신으로 항쟁에 얽힌 목판화 등을 남기고 작고한 이강하 작가(1953~2008)의 관련 작품과 80년대 민중미술운동을 했던 손기환 작가의 작품이 함께 만난 2인전도 6월 30일까지 광주 양림동 이강하미술관에서 열린다. 오월미술 작품과 기록물 아카이빙 사업을 갈무리한 5·18기념재단의 특별전도 6월16일까지 5·18기념문화센터와 오월 미술관 등에서 마련되며, 지역 작가·기획자들이 꾸린 오월미술제 ‘직시, 역사와 대면하다’는 24일까지 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과 광주시립미술관 금남로 본관 등에서 이어진다.

서울의 경우, 북촌 아트선재센터에서 재단법인 광주비엔날레가 주최하는 국제기획전 ‘메이투데이(MaytoDay)-서울’이 6월3일~7월5일까지 열린다. 5월과 하루를 각각 뜻하는 영 단어 ‘메이(May)’와 ‘데이(Day)’를 병치시켜 80년 5월 항쟁에 대한 기억을 오늘(Today)의 시점에서 재조명해보자는 뜻을 담았다. 독일의 중견 큐레이터 우테 메타 바우어가 광주의 비극을 읊었던 김준태 시인의 시에서 영감을 받아 ‘민주주의 봄’을 주제로 광주비엔날레에서 발표한 주요 작품을 재조명하면서 국내 참여미술과 사진·영상 등의 아카이브 자료를 선보일 예정이다. 김진하 나무갤러리 관장이 따로 만든 목판 섹션도 중요 감상 거리다. 군사독재에 맞섰던 참여 예술가들의 중요한 미디어이자 대중 선전수단으로 쓰였던 80년대 목판화를 집중 조명한다. ‘메이투데이’ 전은 한국 외에 대만과 독일, 아르헨티나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전시를 개막해 8월 말 광주에서 하나의 이야기 전시로 묶어내면서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독일과 아르헨티나는 전시를 미룬 채 일정을 조정 중이다. 대만은 타이페이 관두미술관에서 이달 1일 ‘오월 공-감: 민주중적중류’란 제목으로 전시가 개막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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