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록지 않은 코로나19 치료제·백신개발.."렘데시비르 능가해야"

정성원 2020. 5. 15.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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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코로나19 치료제·백신개발 대응방안' 포럼
"치료제, 표준치료제 인정 '렘데시비르' 능가해야"
"백신, 안전성-신속성 딜레마..완성일 예측 못해"
"자체개발 노력하면서 국제사회와 공조 투-트랙"
[용인= 뉴시스] 김종택기자 =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이 지난 13일 오후 경기 용인시 기흥구 혈장치료제 개발 기업인 GC녹십자를 방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완치자 혈장을 활용한 혈장 치료제 개발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2020.05.13.semail3778@naver.com

[서울=뉴시스] 정성원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19 치료제·백신개발 범정부 지원단' 분과위원장들은 15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진행된 '코로나19 완전 극복을 위한 치료제·백신개발 등 대응 방안 마련' 회의에 참석해 이 같이 밝혔다.

각국에서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위해 경쟁적으로 나선 가운데, 현재 우리나라도 치료제·백신 개발을 위해 민·관 합동 범정부 지원단과 이를 뒷받침하는 실무추진단을 구성해 대응방안을 논의 중이다.

전문가들은 치료제·백신 자체 개발을 위해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한편, 코로나19라는 공동의 적과 싸우는 국제사회와 공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나라 연구성과를 국제 표준에 맞추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치료제·백신 개발에 전 세계 총력…안전성-신속성 딜레마

이날 치료제 및 백신 개발이 결코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왔다. 국제적으로 개발 경쟁이 이어지고 있는 한편, 안전성과 신속성을 모두 충족한 개발이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은 ▲약물 재창출 ▲혈장치료제 ▲항체치료제 ▲신약 등 4가지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김성순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장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코로나19 관련 임상시험이 610건, 유럽에서 24건이 진행 중이다. 특히 영국에선 국가보건서비스(NHS) 주관하에 영국 내 165개 병원에서 코로나19 환자 5000명을 목표로 약물 재창출, 항체치료제, 혈장치료제 등 대규모 임상시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이 중 가장 활발한 개발 방식은 약물 재창출이다. 약물 재창출은 안전성이 입증돼 시중에서 사용 중인 약물에 대해 새로운 효과를 연구하는 방법으로, 코로나19에 효능이 있다고 인정되면 임상 1~2상을 생략한 채 환자 치료에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현재 해외에선 '클로로퀸',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칼레트라', '아비간', '렘데시비르' 등 화학물의약품 임상시험 382건이 진행 중이다. 관절염치료제인 악템라, 케브잘, 에이즈 치료제 레론리맙 등 바이오의약품 57건에 대해서도 임상시험이 실시되고 있다.

국내서도 렘데시비르 3건, 하이드록시-클로로퀸 1건, 레보비르 1건 등 식품의약품안전처 계획승인을 받은 11건의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빠르면 올해 말 출시가 기대되지만,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다음주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이 수행한 렘데시비르 위약대조군 임상시험 논문이 발표될 예정인데, 이 논문 발표에 따라 렘데시비르가 가장 엄격한 시험을 통과한 최초의 코로나19 표준 치료제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오명돈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앞으로 개발되는 치료제는 표준치료제가 된 렘데시비르보다 더 낫거나, 최소한 못하지 않다는 거를 증명해야 한다"면서 "코로나19 치료제가 나온 건 반가운 소식이지만, 치료제 개발을 위해 우리가 뚫고 나가야 할 장벽은 하나 더 늘었다"고 덧붙였다.

백신 개발도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국제적으로 100여종이 개발 중이지만, 안전성을 갖추면서도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신속성을 추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성백린 연세대학교 교수는 "백신은 건강한 사람에게 접종해야 하기 때문에 안전성이 중요하고, (백신이) 장기간 지속해야 한다"면서도 "팬데믹(Pandemic) 상황에서 신속하게 개발돼야 한다는 딜레마가 있는데, 임상기간 10여년을 1~2년으로 단축하겠다는 건 매우 부담스럽고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백신은 부작용이 없고, 반복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면역 지속성이 보장돼야 하는 만큼 개발 조건이 까다롭다. 또 많은 사람이 접종할 수 있도록 생산이 수월해야 하는 등 여러 조건이 맞아야 한다.

황응수 대한백신학회 회장은 "아무런 제약 없이 순조롭게 백신 개발이 진행되면 최단 8~10개월 정도 예측할 수 있지만, 이는 개발 중간에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는 등 안전성이 증명돼야만 가능한 일"이라면서 "안전성이 없다면 다른 물질을 찾아 처음부터 다시 연구해야 하는 등 완성 시기를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용인= 뉴시스] 김종택기자 = 지난 13일 오후 경기 용인시 기흥구 GC녹십자에서 연구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완치자 혈장을 활용한 혈장 치료제 개발을 하고 있다. 2020.0513.semail3778@naver.com

◇자체 개발과 국제공조 병행…국제표준 맞추는 노력

전문가들은 치료제·백신 개발을 위해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명돈 교수는 "코로나19의 경우 환자 80%는 저절로 낫는 경우고, 무증상 환자가 10~100배 더 많다고 보기 때문에 예방 목적의 치료제는 사실 효과성이 떨어진다"면서 "치명률이 2% 또는 이보다 낮은 코로나19 치료제를 모든 환자에 적용 가능한 것으로 만들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보통 발병 10일까지는 바이러스가 증식하지만, 이후엔 면역체계로 바이러스가 더 이상 증식하지 않기 때문에 항바이러스제는 발병 후 10일 이전에 투입해야 효과가 있기 때문에 치료제는 항바이러스제가 우선"이라면서 "사이토카인 폭풍처럼 예외적인 상황을 보이는 환자를 위한 면역반응 조절제는 항바이러스제 다음에 만드는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치료제·백신 자체개발과 함께 국제공조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나라 개발 방식을 국제 표준에 맞추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명돈 교수는 "국제사회에서 코로나19와 공통으로 싸우고 있다. 우리나라가 범정부지원단을 꾸려 치료제 백신 개발에 노력하듯이 영국, 미국에서도 공공 파트너십을 운영 중이다"라면서 "치료제 개발에 국제 공조를 하면 자원과 시간 낭비 없이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백린 교수도 "해외에서 백신을 먼저 개발해서 우리나라도 그 백신을 사용하려면 기술 도입을 위한 특허안이 필요하다"면서 "옥스퍼드대와 함께 침팬지아데노바이러스 벡터 공동개발을 투트랙으로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황응수 회장은 "세계보건기구(WHO) 백신 연구개발 목록에 100여개 연구소와 기업, 대학 등이 포함돼 있는데, 그 중 우리나라는 불행히도 포함되지 않았다"면서 "국내 기업과 연구기관 등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WHO에 등록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그러면서 "국제 표준을 따라가려면 등록과 절차가 진행돼야 하는데, 임상시험에 진입하게 되면 반 이상이 문서 등록 과정"이라면서 "국내 개발을 위해서라도 식약처 허가 등 문서 등록과정을 잘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조강연에서 김성순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장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의 국내외 동향'을, 황응수 대한백신학회장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의 국내외 동향'을 소개했다.

이어 주제발표에서는 오명돈 서울대병원 교수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추진 방안을, 성백린 연세대학교 생명공학과 교수가 코로나19 백신 개발 추진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이왕준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은 방역물품·기기 수급과 국산화 추진 방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ungs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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