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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삼시세끼》, 나영석 PD의 절치부심

정덕현 문화 평론가 입력 2020. 05. 15.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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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을 '힐링'으로 변모시킨 나영석의 기지

(시사저널=정덕현 문화 평론가)

tvN 《금요일 금요일 밤에》는 나영석 PD에게는 아픈 손가락이다. 지금껏 《꽃보다》 시리즈와 《삼시세끼》 《윤식당》 《알쓸신잡》 《신서유기》 등 하는 프로그램마다 연전연승하던 나영석 사단의 거의 유일한 실패 사례가 됐기 때문이다. 2%대(닐슨코리아) 시청률로 종영한 《금요일 금요일 밤에》는 나영석 PD가 유튜브 시대를 맞아 야심 차게 시도한 숏폼 콘텐츠였다. 하지만 짧은 아이템 여러 개를 묶어낸 《금요일 금요일 밤에》는 그 시도 자체의 의미만 있었을 뿐, 생각만큼 반향을 얻지 못했다.

그러니 차기 프로그램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는 나영석 사단에 큰 숙제였다. 마침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는 나영석 사단의 선택의 폭을 좁혀 버렸다. 《윤식당》이나 《꽃보다》 시리즈, 나아가 《알쓸신잡》 《신서유기》 등 여행을 콘셉트로 하는 프로그램들은 언감생심 도전 자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나영석 PD에게는 비장의 카드 《삼시세끼》가 남아 있었다.

ⓒtvN

코로나19와 맞아떨어진 《삼시세끼》 어촌편

《삼시세끼》 어촌편5는 기대했던 만큼 첫 회부터 9.2%의 높은 시청률을 내며 단박에 나영석표 예능의 진가를 드러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차승원과 유해진의 '부부케미'에 이들과 딱 어우러지는 보조 손호준이 더해졌으니 말이다. 이른바 '손이 차유' 트리오는 애초 《삼시세끼》 어촌편의 초심을 그대로 재연해 냈다. 2014년 《삼시세끼》의 스핀오프로 시도된 어촌편은 무려 13.3%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래서 이듬해에 시즌2가 방영됐다. 하지만 그 후 시즌3와 4에 이서진과 에릭, 윤균상이 출연하면서 원년 멤버들의 모습을 볼 수는 없었다. 대신 차승원과 유해진은 《스페인하숙》을 통해 얼굴을 보였다. 그래서 5년 만에 '손이 차유'로 돌아온 어촌편에 대한 기대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삼시세끼》 어촌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 요소 중 하나는 만재도라는 섬이다. 이 섬에서 살아가는 따뜻한 사람들과 동네를 뛰어다니는 개들조차 훈훈한 풍경을 더해 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번번이 낚시를 하러 가서 빈손으로 돌아오곤 하던 유해진을 돕는 어촌계 사람이나, 간간이 군것질이 그리워 찾아가곤 했던 만재슈퍼 같은 곳에서 느껴지는 정(情)은 《삼시세끼》 어촌편 특유의 정서를 만들어줬다.

하지만 이번 편은 코로나19로 인해 만재도가 아닌 무인도 죽굴도에서 촬영됐다. 만재도 주민들이 그립긴 하지만, 이 시국에 많은 촬영팀이 들어간다는 건 민폐다. 외부 사람이 없는 이 섬은 유해진이 달려서 휘 돌아오는 데 11분이면 되는 자그마한 섬이다. 그래서 아마도 평상시였다면 고립된 느낌을 줄 수도 있는 장소였다.

하지만 그 고립된 장소가 다름 아닌 섬이다. 그래서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도 가슴이 탁 트이는 바다를 언제든 볼 수 있다. 마스크 따위는 쓰지 않고 활보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은 코로나19 시국에 '고립'을 '힐링'으로 변모시켰다. 그렇게 자연 풍광이 살아 있는 곳에서 마음 맞는 사람들과 특별한 일을 하기보다는 그저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모습을 보여줬다. 코로나19 시국에 이만한 힐링이 있을까.

섬에 들어간 이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이제 척척 자신들이 할 일들을 찾아서 하는 면모를 보여줬다. 차승원은 먼저 깍두기와 김치를 담갔고, 유해진은 장작을 모아 불을 피웠으며 손호준은 이들을 살뜰히 보조해 줬다. 사실 무인도라 필요한 물건들을 살 수 있는 곳이 없지만, 제작진이 미리 마련해 놓은 '세끼하우스'에는 삼시 세끼를 챙겨먹고도 남을 식재료와 양념들은 물론이고 간식거리까지 충분했다. 집 바로 옆에 마련된 텃밭에는 채소들이 가득하고 쌀도 충분하니 뭐가 문제일까.

tvN 《삼시세끼》 어촌편5의 한 장면 ⓒtvN
tvN 《삼시세끼》 어촌편5의 한 장면 ⓒtvN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 주는 행복

마침 추적추적 내리는 빗속에서 딱 어울리는 수제비를 떼어 넣어 점심을 해결하고, 해변에서 따 온 전복으로 전복회에 된장국, 콩나물밥을 해 먹는 호사를 부린다. 축축한 하루를 뽀송하게 건조시켜줄 것 같은 아궁이에 불을 지펴 따뜻해진 방에 누워 맥주 한 잔씩 마시며 나누는 대화는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물론 모든 일이 잘 풀려 나가는 건 아니다. 던져 놓은 통발에는 고기 한 마리 없고 전날 잡았던 전복도 어쩐 일인지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없으면 없는 대로 이들의 삼시 세끼는 풍성한 느낌을 준다. 잔뜩 따 온 거북손을 부쳐 먹고 잔치국수에 넣어 끓여 먹고, 저녁에는 먹을 게 마땅치 않자 고구마와 감자를 삶고 구워 먹는다. 고구마와 감자를 먹는 조촐한 저녁이지만, 유해진은 마치 레스토랑 주인이 스테이크 주문을 받듯 '웰던'이니 '미디엄 레어'니 하는 식으로 주문을 받는 너스레를 떤다. 예쁜 접시에 얹어진 고구마와 감자 그리고 김치는 그래서 레스토랑에서 먹는 스테이크처럼 먹음직스럽게 느껴진다.

아무것도 없어도 어떤 마음가짐이냐에 따라 그 상황이 전혀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건 시청자들을 공감시킨다. 코로나19로 인해 거의 집에 콕 박혀 지내는 상황이고 그래서 매 끼니를 챙겨 먹는 일이 힘겹기도 하지만, 함께하는 이들과의 소소한 일상이 이토록 소중할 수 있다는 것을 이들은 보여준다.

나영석 PD는 《삼시세끼》와 함께 이 프로그램의 스핀오프라고 할 수 있는 《삼시네세끼》 또한 시도했다. tvN에서 《삼시세끼》가 끝나고 5분짜리로 편집돼 방영될 《삼시네세끼》는 유튜브를 통해 전편이 공개될 예정이다. 《금요일 금요일 밤에》가 유튜브 시대를 겨냥한 숏폼 도전으로 실패 사례를 남긴 것이라면, 《삼시네세끼》는 나영석 PD의 절치부심이 느껴지는 프로그램이다.

데뷔 23주년을 맞은 젝스키스(은지원, 이재진, 김재덕, 장수원)가 삼시 세끼를 해 먹는 과정을 담은 이 프로그램을 나영석 PD는 이렇게 표현했다. "보통 《삼시세끼》가 순한 맛이라면 이건 아주 매운맛"이라고. 《신서유기》를 연출하는 신효정 PD와 함께하는 만큼 큰 웃음이 기대되는 도전이다.

《삼시세끼》 어촌편5를 통해 코로나19 시국에 지친 시청자들에게 힐링을 선사하고, 그 스핀오프로 《삼시네세끼》를 내놓음으로써 유튜브 도전을 계속 이어가는 나영석 PD. 위기를 기회로 만든 슬기로운 행보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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