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 소독하고 거실로..유학생 가족의 모범 격리기

박병일 기자 2020. 5. 15.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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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간의 고독한 싸움

<앵커>

코로나19에 걸린 것은 죄가 아니지만, 걸린 것을 알면서도 속이거나 거짓말하면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자가격리 대상자 대부분이 우리 모두의 건강을 위해서 14일이라는 시간을 잘 지켜줬습니다.

고독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자가격리자들을, 박병일 기자가 찾아가봤습니다.

<기자>

서울 송파구에 있는 한 고층 아파트. 현관 입구부터 다른 집과는 확연하게 다릅니다.

[저희는 들어오면서 본인이 알아서 (소독)하고….]

온몸에 소독제를 뿌리고 문을 열고 현관에 들어가고 나서도,

[여기서도 한 번 더 (소독)하는 거예요.]

다시 한 번 전신 소독. 그런 뒤 중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정면과 측면 통로가 커다란 부직포로 막혀 있습니다.

여기서 또 한 번 소독 과정을 거칩니다.

[(이 집안에 들어오면서 세 번을 소독하네요.) 한 번 더 있어요. (또 있어요?)]

부직포를 열고 들어가면 또 부직포로 막힌 공간이 나오는데, 여기서 네 번째 소독을 하고 들어가면 비로소 거실이 나옵니다.

아들이 일본 유학 도중 귀국해 자가격리되자 가족과 동선이 겹치는 곳마다 이런 방역 공간을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박태효/자가격리자 : (답답하지 않으세요?) 내일 나갈 거라서, 뭐…. (오늘이 마지막 격리생활 하는 날입니까?) 네.]

어머니는 격리 대상자가 아닌데도 혹시라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될까봐 단 한 번도 집 밖에 나가지 않았습니다.


[최성숙/자가격리자 어머니 : 우리 애가 딱 집에 오고 나니까 저 나름대로 무게감이 딱 생기는 거예요. 그래서 나도 꼼짝없이 집에 있어야겠다.]

전북 장수의 외딴 마을.

산길 따라 한참 오르자 낡은 빈집이 나타납니다.

대전에 사는 간호사 딸이 대구에서 의료 봉사를 마친 뒤 음성 판정을 받았는데도 혹시 몰라 스스로 격리했던 곳입니다.

[김삼현 : (딸에게) '왜 왔느냐'고 하니까 '아빠 여기 오지 마라'고 해서 알아들었지. 바로 눈치챘지.]

외롭고 힘든 폐가에서의 격리 생활.

그녀는 격리 도중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오히려 다행이라고 말합니다.

[김성덕/간호사 :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제가 친구들 만나러 갔거나 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 아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까지 자가격리된 23만여 명 가운데 위반자는 300여 명.

전체의 0.1%에 그칩니다.

그동안 확진자가 급속히 줄었던 배경에는 방역당국의 적극적인 관리와 함께 가족과 이웃을 배려하는 자가격리자들의 고독한 싸움이 있었습니다.

(영상취재 : 이찬수)   

박병일 기자cokkiri@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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