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 난 기관총, 지연된 대응 사격.. 최전방 괜찮나 [박수찬의 軍]
군 당국이 지난 3일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DMZ) 우리측 감시초소(GP)에 대한 북한군 총격사건 조사 결과를 13일 공개했다.
합동참모본부는 K-6 기관총 원격사격체계(KR-6)에 장착된 기관총 내 공이(탄환의 뇌관 격발장치)가 파손되는 등 일부 문제가 있었으나 전반적인 대응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번에 문제가 된 원격사격체계는 GP와 일반전초(GOP)를 중심으로 배치된 무기다. 육안 식별이 어려운 거리에 있는 적을 아군 지휘통제실에서 감시하면서 유사시 원격 조종해 사격하는 무기체계다. 감시 카메라와 K-4 유탄기관총(40㎜ 고폭탄), K-6 기관총(12.7㎜)으로 구성된다.
2013년 3월 방위사업청이 원격사격체계 사업을 공고했을 때, 군은 “장병들의 생존성과 사격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하며 홍보를 했다. 하지만 3일 북한군의 GP 총격에서는 대응사격을 지연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공이가 파손돼 사격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합참 관계자는 13일 “상황 종료 후 사단 정비팀이 분해하니 파손돼 있었다”며 “하루에 한번 점검했는데 발견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합참은 KR-6 기능고장을 사건 발생 다음날인 4일 현장조사에서 인지했다고 밝혔다. 앞서 사건 당일인 3일 언론브리핑에서 북한군 총격이 ‘우발적 오발’이라는 입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설명할 정도로 북한군 동향을 잘 파악하고 있던 합참이 정작 해당 GP의 KR-6 오작동은 뒤늦게 알았다는 말이 된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사건이 발생한 3일 이후 언론에서는 GP 총격과 관련해 숱한 의혹이 제기됐지만, 합참은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입을 굳게 다물다가 13일에서야 관련 의혹 해소에 나섰다.
2015년 8월 4일 북한 DMZ 지뢰도발 사건에서도 이와 유사한 상황이 벌어졌다. 8월 12일 국회 국방위 속기록에 따르면, 한민구 국방부장관은 “현지 군단 합동조사단이 4~5일 조사를 했고, 4일 늦게 북한 목함지뢰에 의한 도발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이 보고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방부의 공식 발표는 10일에 이뤄졌다. 5일 오후 언론에 “북한 소행이 의심된다”며 공식 발표 시점까지 엠바고(보도유예)를 요청했지만, 실제 발표까지 일주일 가까이 걸린 셈이다. 왜 그랬을까. 유엔사 조사결과가 8월 9일 오전에 나왔기 때문이다.
유엔사는 “대한민국의 주권을 전적으로 존중하면서 정전협정 준수와 집행에 관한 책임을 유지하고 있다”고 반박했지만,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과정에서 유엔사 역할이 확대될 수 있다는 의혹이 더해지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더 큰 문제는 범정부 차원의 조율이 제대로 이뤄졌는가다. GP 총격 사흘 뒤인 6일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6일 우리 군 철거 GP가 있는 DMZ 평화의 길 파주 구간과 판문점을 방문했다.
견학 재개를 위한 준비 상황 점검차 장관이 현장을 찾았다고 하지만, 정전협정과 9·19 남북 군사합의를 동시에 위반한 GP 총격에 대해 북한이 침묵하고 있고, 군의 공식 발표도 없었던 상황에서 정부 고위 인사가 전방 지역을 방문한 것은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는 행동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강원도 철원 DMZ를 뒤흔든 GP 총격 사건은 북한의 우발적 오발로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우리측의 대북 전통문에 북한은 침묵하고 있으나, 군은 북한이 회신할 것으로는 보지 않는 눈치다. 하지만 최전방의 경계태세부터 외교안보정책 조율, 브리핑 방식 등을 놓고 드러난 혼선과 문제점이 드러난 상황은 2015년 8월 북한 지뢰도발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일선 부대원들의 신속하고 용감한 대응을 효과적으로 뒷받침해 줄 정부와 군의 적절한 움직임이 필요한 시점이다. 모든 GP가 철수하지 않는 한 DMZ는 여전히 위험지대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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