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에 뒤통수..1년 노력한 나몰래 위안부 쉼터 팔았다"

채혜선 입력 2020. 5. 17. 07:00 수정 2020. 5. 17.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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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성시 금광면에 위치한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왼쪽)과 그 집 안에 있는 컨테이너. 이 컨테이너에서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인 아버지가 지냈다고 한다. 채혜선 기자

경기도 안성시 중앙로에서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운영하는 A씨는 지난해 6월쯤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의기억연대 전신) 대표(현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인)라는 여성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고 한다. 안성시 금광면 서운산 자락에 있는 위안부 피해자 쉼터인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을 팔아달라는 전화였다. 이후 A씨는 윤 당선인과 수십차례 통화하며 이 집을 팔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A씨는 포털 부동산 사이트 등에 이 쉼터를 4억5000만원에 거래한다고 올려놨다.


“전화 수차례…나 몰래 팔았다니 황당”

A씨 공인중개사사무소가 네이버 부동산에 올려놨던 글. [사진 네이버 캡처]

A씨는 16일 “윤 당선인이 이 쉼터를 할머니들이 워낙 고령이고 올 일이 없으니 팔겠다고 했다”며 “윤 당선인도 여기를 워크숍 장소로 쓰고 있다고 했다. 들어가 보면 알겠지만, 실제 딱 그렇게 펜션처럼 지어진 곳이다. 주변 시세를 고려해 4억5000만원에 팔기로 협의했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윤 당선인 측이 1년 가까이 연락한 A씨를 거치지 않고 지난달 이 쉼터를 팔았다는 게 A씨 주장이다. 매수인이 누구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그는 “이 집이 팔렸다고 하니까 너무 황당했다”며 “전속계약 수준으로 나를 통해서만 팔 수 있는 집이었는데 어떻게 그렇게 됐는지 모르겠다. 뒤통수 맞은 격이다”고 말했다.
A씨는 쉼터가 팔렸다는 사실을 안 뒤 윤 당선인에게 수차례 전화했으나 윤 당선인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대신 윤 당선인 아버지와 연락은 닿았다. A씨는 “아버지가 다른 공인중개업자와 계약해 팔았다고 하는데 주변 사무소에 다 물어봐도 그런 곳은 없다”며 “누구에게 팔았냐고 물어봐도 확인도 안 해준다. 최근까지 여러 사람을 만나며 이 집을 팔려고 했는데 신의를 배반한 것 아니냐”고 했다.

또 A씨는 윤 당선인 아버지를 이 쉼터의 ‘관리인’이라고 했다. 동네 주민들도 윤 당선인의 아버지가 이 쉼터를 관리했다고 입을 모았다. 윤 당선인 아버지가 월급을 받았다고 한 주민도 있었다.

주민들은 윤 당선인 아버지가 쉼터 뒤 컨테이너(노란 원)에서 지내며 밭일 등을 하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한 주민은 “윤 당선인 아버지가 컨테이너에서 왔다 갔다 하며 밭일 등을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쉼터 뒤쪽엔 컨테이너 하나가 있었다. 윤 당선인 아버지와 여러 차례 대화를 나눠봤다는 또 다른 주민은 “아버지가 상주했던 건 아닌데 월~목요일에 있다가 금·토·일 요일에는 안 보이곤 그랬다. 위안부 관련 단체에서 월급을 받는다고 들었다”고 했다.


주민들 “위안부피해자 쉼터인 줄도 몰랐다”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 우편함은 녹슬어 있었다. 채혜선 기자

이곳에서 할머니들을 봤다고 한 주민은 찾기 드물었다. 대신 이곳이 젊은 사람 여럿이 왔다 갔다 하며 워크숍 장소로 쓰인 것 같다는 목격담은 잇따랐다. 한 주민 부부는 “두세달에 한 번씩은 차 여러 대가 서 있었다. 그때마다 또 놀러 왔구나 싶었다”며 “아이들도 자주 봤고 많이 오면 열댓 명은 와서 있다가 가고 그랬다”고 말했다. 이 부부는 “할머니는 없는데 가족 단위로 자주 사람들이 오니까 이곳이 할머니 가족들이 와서 쉬다 가는 곳인 줄 알았다”며 “최근 보도들을 보며 쉼터라는 곳이 할머니를 위한 곳이었다는 걸 알았다”라고도 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쉼터가 동네에 있다는 건 처음 들었다”고 한 부동산 중개업자도 있었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이날 오후 발표한 해명자료에서 윤 당선인 아버지가 쉼터 관리인으로 있었다는 내용에 대해 “교회 사택 관리사 경험이 있던 윤 당선인 아버지가 뒷마당 한쪽에 마련된 작은 컨테이너 공간에 머물며 쉼터를 관리했다”고 했다. 또 “2014년 1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월 120만원, 2018년 7월부터 2020년 4월까지는 월 50만원을 지급했다. 친인척을 관리인으로 지정한 점은 사려 깊지 못했다고 생각하며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정의연은 “쉼터는 할머니들의 쉼과 치유라는 주목적 외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알리는 교육 공간이기도 했다. 기지촌 할머니와의 만남의 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자원활동가와 함께하는 모임 등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쉼터가 본 목적과 다르게 쓰였다는 일각의 지적을 해명한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연락을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받지 않았다.

안성=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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