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억 비싸게 쉼터 산 정대협..중개 이규민 "판 사람 마음"

유지혜 2020. 5. 17.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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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개한건 이규민 민주당 당선인
당시 주변 시세 4억원 안 넘고
대지 평당가 45만원인데
242평짜리 7억 5000만원에 매입
경기도 안성시 금광면 서운산 자락에 있는 위안부 피해자 쉼터인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 전경. 채혜선 기자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정의기억연대의 전신)가 2013년 경기도 안성의 위안부 피해자 쉼터를 시세보다 수억 원 비싸게 산 것으로 확인됐다. 주택 거래는 이규민 당시 안성신문 대표가 중개했고, 주택을 판 사람은 안성신문 운영위원장인 건축업자 김모 대표였다. 이규민 대표는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성시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는데, 윤미향 민주당 당선인이 공개 지지했다.
정대협은 2013년 9월 경기도 안성시 금광면 상중리에 있는 2층짜리 단독주택을 7억 5000만원에 매입했다. 현대중공업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쉼터 조성에 쓰라고 10억원을 지정 기탁한 데 따른 것이었다.

등기부 등본에 따르면 주택은 연면적 195.98㎡(약 59평), 대지면적 800㎡(242평)으로 2012년 건축됐다. 정의기억연대는 16일 “건물(신축) 매입은 당시 형성된 시세대로 구입했다”고 밝혔다.


7달 뒤 같은 동네 255평 주택은 2억원 매매
하지만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을 확인한 결과 이는 사실과 달랐다. 2014년 4월 같은 상중리에 있는 대지면적 843㎡(약 255평)짜리 1층 벽돌집은 2억원에 매매됐다. 2011년에 지어진 집이었고, 정대협이 산 주택과 불과 1㎞ 정도 떨어져 있었다.
쉼터 주택에서 10여㎞ 떨어진 금광면 삼흥리에 있는 2층짜리 철근 콘크리트 구조 주택은 연면적 1124㎡(약 340평)에 2009년에 건축됐는데, 2012년 7월 3억 8000만원에 팔렸다. 정대협의 매입가는 주변 시세보다 수억 원은 비싸다.
정대협이 주택을 구매한 경위를 보면 7억 5000만원이란 가격은 더 수긍이 가지 않는다. 전혀 모르는 제3자로부터 매입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좋은 일 돕는다며 되레 비싸게 팔아
2013년 11월 쉼터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 개소식 당시 안성신문 보도에 따르면 “안성신문 운영위원장이기도 한 김모 대표가 운영하는 OO스틸하우스에서 집을 지었고, 주인을 기다리던 집과 쉼터를 찾던 정대협을 연결해준 것이 안성신문 이규민 대표”라고 돼 있다.
기사대로라면 집을 지은 김 대표와 이 당선인은 안성신문을 매개로 아는 사이였다. 당시 쉼터 개소식 소식을 다룬 언론은 이 당선인이 대표로 있던 안성신문과 윤 당선인의 남편이 대표로 있는 수원시민신문 뿐이었다. 수원시민신문 기사는 윤 당선인의 남편이 쓴 것으로 돼 있는데, 사실 안성신문 기사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었다. 이 당선인은 평화의 소녀상 건립 운동에도 참여했고, 윤 당선인은 지난 1월 이 당선인의 선거사무소 개소식 때 영상 응원 메시지를 보내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윤미향 당시 정대협 대표에게 쉼터로 쓸 주택 매입을 주선해준 이규민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이 당선인 블로그]

결국 김 대표와 이 당선인, 윤 당선인 세 사람은 각기 잘 알던 특수관계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그런데도 오히려 시세보다 몇 배 높게 판 것이다. 등기부 등본상 당시 주택 소유주는 김 대표의 부인 한모씨로 돼 있고, 2007년 4월 대지 매입가는 3525만원이다.


이규민 “가격은 파는 사람 마음 아니냐”
이에 대해 이 당선인은 17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당선인이)좋은 뜻에 쓴다고 해서 내가 장소를 세 곳 정도를 장소를 봤다. 그 집이 누가 봐도 탐낼 집이었다”고 말했다.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판 데 대해서는 “뭐 (김 대표)본인이 그렇게 불렀으니까. 파는 사람 마음이고, 본인이 가격을 매겼다. 특수자재를 썼다나, 자재가 굉장히 좋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16일 중앙일보 통화에서 “내가 살려고 지은 집이고,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좋은 벽돌을 써서 열심히 지었다. 주변이랑 왜 비교를 하느냐. 그런 집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원래는 8억~9억원을 생각했다. 더 비싸게 팔려고 했는데 이 당선인이 좋은 뜻으로 쓸 것이라고 하니까 팔았다”고 말했다.


대지가, 평균 건축비 다 합쳐도 4억 안 돼
하지만 건축비를 고려해도 7억 5000만원에는 미치지 못한다. 김 대표 스스로 2012년 4월 자치안성신문 인터뷰에서 “스틸하우스 건축비는 내외장재 선택에 따라 달라지지만 한국철강협회 스틸하우스클럽 통계에 의하면 평당 350만원에서 400만원 내외로 지어지고 있다”고 했다. 평당 400만원이 들었다고 가정할 때 쉼터 주택의 연면적(약 59평)을 고려하면 건축비는 약 2억 3600만원이다.
또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대협의 주택 매입 석 달 전인 2013년 6월 같은 안성시 금광면 상중리에서 연면적 721㎡(약 218평)짜리 대지가 팔렸는데 매매가 1억원, 즉 평당 약 45만원이었다. 이를 쉼터 주택의 대지면적에 적용해보면 1억 890만원이다. 평균 최고 건축비를 100% 반영해 더해도 3억 500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부동산 업계 “커미션이거나 나쁜 계약”
정대협이 수억 원에 이르는 돈을 더 주고 주택을 매입한 배경은 확실치 않지만, 해당 지역 부동산 중개업자들도 7억 5000만원은 의아하다는 반응이었다. 한 중개인은 “애초에 당시 7억 5000만원을 주고 샀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며 “업계에선 커미션이 있었거나 매입자가 금전적으로 큰 손실을 보는 아주 나쁜 계약을 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7억 5000만원에 사서 4억 2000만원에 판 게 헐값 매각이 아니라, 애초에 웃돈을 주고 산 뒤 이제야 제값을 받고 판 것으로 보는 게 맞다는 것이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연합뉴스]

시기적으로도 공교로운 부분이 있다. 등기부 등본에 따르면 주택 대지는 2007년 4월 김 대표의 부인이 샀는데, 주택 소유권 보존 등기는 2012년 11월에 했다. 대지를 사고 5년 7개월 뒤에야 주택을 지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현대중공업이 정대협을 위해 10억원을 기탁하겠다고 밝힌 게 2012년 8월이다. 김 대표의 인터뷰에 따르면 스틸하우스 건축 기간은 약 40~50일이다.
유지혜 국제외교안보에디터, 안성=채혜선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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