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유승민 "5·18 폄훼 사과".. 통합당, 극우세력과 결별 '신호탄' 될까?

김형규 기자 입력 2020. 5. 17.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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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6일 국회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는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권도현 기자


“국민 보통의 시선과 마음가짐에 눈높이를 맞추겠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60)가 당내 일부 인사들의 5·18 민주화운동 관련 망언에 대해 사과하며 한 말이다.

통합당은 이번 총선에서 5·18 민주화운동과 제주 4·3 사건, 세월호 참사 등을 소재로 한 후보들의 막말 논란이 여러 차례 불거졌다. 이미 사회적 평가나 합의가 이뤄진 사건에 엉뚱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민심을 잃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주 원내대표의 5·18 망언 사과는 당 안팎 극우세력의 이 같은 돌출 발언과 선을 긋고 통합당을 ‘합리적 보수’를 대변하는 정당으로 다시 세우려는 시도로 해석되며 주목받고 있다.

■ “YS 정신 이어받아 5·18 정신도 받들겠다”

주 원내대표는 주말인 지난 16일 입장문을 내고 “5·18 민주화운동의 희생정신이 씨앗이 돼 오늘 우리 모두가 누리는 민주주의가 존재할 수 있었다”며 “우리 당은 단 한 순간도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폄훼하거나 가벼이 생각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당 일각에서 5·18을 폄훼하고 모욕하는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 있어왔고, 아물어가던 상처를 덧나게 했던 일들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며 “이유를 막론하고 다시 한 번 5·18 희생자와 유가족, 상심하셨던 모든 국민께 안타깝고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고 사과했다.

주 원내대표는 “개인의 일탈이 마치 당 전체의 생각인양 확대 재생산되며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을 일으키는 일은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 된다”며 “5·18을 기리는 국민 보통의 시선과 마음가짐에 눈높이를 맞추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 15일 국회의장실을 방문해 문희상 국회의장과 환담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주 원내대표는 “5·18 민주묘역을 조성하고 특별법을 제정해 5·18을 민주화운동으로 명명한 것도 고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에서 시작됐다”며 “통합당은 YS 정신을 이어받은 유일한 정당으로서 5·18 민주화운동의 제대로 된 역사적 평가를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더 이상 5·18이 정치 쟁점화 되거나 사회적 갈등과 반목의 소재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5·18 관련 3개 단체를 법정단체화하고 법적 근거에 따라 예산 지원이 가능하도록 한 ‘5·18 민주유공자 예우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데 힘을 모으겠다”고 약속했다.

■ 통합당, 극우와 결별할 수 있을까

주 원내대표의 사과는 자유한국당 시절이던 지난해 2월 소속 의원들이 국회에서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를 열고 망언을 쏟아낸 것에 대해 1년3개월여만에 재차 사과한 것이다. 당시 “5·18은 폭동”(이종명), “5·18 유공자라는 괴물집단”(김순례), “5·18은 우파가 결코 물러서면 안 되는 문제”(김진태) 등 의원들의 망언에 대해 나경원 원내대표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존재할 수 있다”고 옹호해 논란이 커졌다. 이후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당을 대표해 사과했지만 세 의원에겐 ‘솜방망이 징계’를 내려 형식적 사과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통합당은 그동안 잊을만 하면 5·18 왜곡·폄훼 논란을 일으켜 왔다. 5·18 진상규명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야당 몫 진상규명위원으로 ‘북한군 개입설’ 등을 주장한 차기환 변호사,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 등을 잇따라 추천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번 4·15 총선 때는 광주 서구갑에 출마한 주동식 후보가 토론회에서 “광주는 80년대의 유산에 사로잡혀 제사에 매달리는 도시”라고 발언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 “박근혜 탄핵도 인정”

이런 상황에서 주 원내대표의 5·18 망언 사과는 통합당이 당 내외 극우세력과 결별하려는 첫 시도로 평가된다. 통합당 안팎에선 역사 문제의 정치쟁점화가 실익이 전혀 없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특히 총선 기간 터진 5·18과 제주 4·3, 세월호 관련 망언은 중도층 민심을 자극해 수도권을 비롯한 격전지 참패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선거 후 집중 거론됐다.

주 원내대표는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와 함께 오는 18일 열리는 5·18 기념식에도 당을 대표해 참석할 예정이다. 황교안 대표의 사퇴로 총선 후 당대표가 부재한 상황에서 원내지도부로 취임한 뒤 첫 현장 방문으로 광주를 찾는 것이다.

유승민 미래통합당 의원이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하루 앞둔 17일 광주 망월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윤상원 열사의 묘비를 만져보고 있다. 강윤중 기자


당내 ‘개혁 보수’를 대표하는 인물인 유승민 의원(62)은 17일 광주를 찾아 하루 먼저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유 의원은 같은 당 유의동 의원(49), 김웅 당선인(50)과 함께 광주를 찾았다. 유승민 의원은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나 “광주 시민들이 40년 동안 말로 다할 수 없는 고통과 상처를 안고 살아오신 것에 대해 마음 속 깊은 위로를 드린다”며 “광주에서 밝혀지지 못한 역사적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을 통합당도 반드시 해야 된다”고 말했다. 통합당 장제원 의원도 이날 따로 참배 후 방명록에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흘리신 광주의 피와 눈물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적었다.

통합당의 입장 전환은 일단 긍정적 평가를 얻고 있다.

민생당 박지원 의원(78)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의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사과와 ‘5·18 민주화 유공자 예우법’ 개정안에 찬성하겠다는 발언을 환영하고 높이 평가한다”고 적었다. 이어 “진실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인사들을 처벌하는 법안도 찬성하고, 발포명령자 등 진상규명 활동을 적극 지원할 것도 촉구한다”고 했다.

박 의원은 이어 “세월호 진상규명과 박근혜 탄핵의 인정도 절대 필요하다”며 “주호영 원내대표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썼다.

김형규 기자 fideli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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