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수출규제 '반전의 10개월'.. 소재 국산화로 '극일' 해냈다

김규태 입력 2020. 5. 17. 17:39 수정 2020. 5. 1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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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디스플레이 큰 고비 넘겨
LGD, 불화수소 100% 국산화
공급처 늘린 포토레지스트도 안정
삼성디스플레이 "수급 문제 없어"
역풍 맞은 日, 수출규제 완화 추세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에 대한 업계 우려는 대부분 사라졌고,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더 문제가 됐죠."(국내 무역업계 수석연구원)

일본 정부가 지난해 7월 대한국 수출규제 방침을 밝힌 지 약 10개월이 지났지만 최대 피해업종으로 여겨져온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는 큰 고비를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이 부품·소재 3종의 수출을 규제하고,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가)에서 배제한 상황에서 생산차질은 전혀 빚어지지 않았다. 국내 기업이 추진한 핵심소재의 국산화, 공급다변화 정책이 실현되면서 자립도가 높아지는 등 분위기도 반전되는 추세다.

그러나 일본산 소재·부품 의존도가 여전히 높고, 수출규제 정책이 지속되고 있어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17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일본이 지난해 7월 4일 한국에 수출할 때 일반포괄허가 대상에서 개별허가 대상으로 바꾼 소재는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개 품목이다. 이 중 반도체 업계는 노광공정에 쓰이는 포토레지스트, 디스플레이 업계는 세정·식각 공정에 사용되는 불화수소의 수급을 가장 우려했다.

당시 기업들이 보유한 국내 재고는 최대 2개월 분량 정도로, 일본의 수출제한으로 생산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시각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들이 핵심소재를 대부분 일본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에 수출이 막힐 경우 공장가동 중단 등 심각한 생산차질이 예상됐다"고 했다.

그러나 일본의 수출규제 직후 각 기업들이 부품·소재 국산화와 공급처 다변화를 추진하면서 피해를 최소화해 분위기가 완전히 역전됐다. LG디스플레이는 수출규제 3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불화수소를 100% 국산화했고, 현재 안정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일본산 액체 불화수소를 모두 국산 제품으로 대체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기존에 공급받던 일본산과 비교해도 국내산 불화수소의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일본 수입의존도가 93.1%(2018년 기준)에 달했던 반도체용 포토레지스트와 관련, 유럽 기업 등으로 공급처를 확대하면서 재고를 안정적으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는 "소재 부품 등 수급 차질이 없도록 공급처 다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의 빗장도 점차 풀리는 추세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서 확인한 결과 반도체용 불화수소는 일본의 수출규제 직후인 지난해 10월과 11월 대일본 수입량이 각각 0.3t, 0.4t에 불과했지만 올 3월과 4월에는 492.8t, 511.8t으로 급증했다.

포토레지스트도 지난해 10월 49.4t, 11월 50.7t에서 올 3월 90.9t, 4월 97.1t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폴리이미드는 지난해 10~11월 2개월간 39.6t에서 올 3~4월엔 48.4t으로 수입량이 22.2% 늘었다. 올 초부터 2019년 6월 수출규제 이전 수준으로 대일본 수입량 수준을 회복하는 추세다.

일본은 지난해 말 포토레지스트에 한해 수출규제도 완화했다.

다만 정부와 기업은 소재 관련 탈(脫)일본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불화수소의 경우 국내 기업인 솔브레인이 기존보다 2배 이상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신증설했다.

또 각 기업들은 미국과 중국 제품을 실제 생산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포토레지스트는 미국 듀폰사로부터 국내 생산시설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하며 공급 기반을 마련했다. 불화폴리이미드도 코오롱인더스트리, SKC에서 자체 기술을 확보, 각 기업과 해당 소재에 대한 시제품을 테스트하고 있다.

3대 품목 외에 일본의 추가 수출규제가 우려되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용 블랭크마스크는 SKC가 지난해 생산공장 신설을 완료했고, 섀도마스크 역시 삼성디스플레이가 국산화를 위해 개발 중이다.

다만 아직까지 일본의 소재·부품 의존도가 높고 수출규제 방침도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부담이 작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여러 소재들을 국산화하고 공급처도 다변화했지만 아직 공급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최대한 조심스럽게 일본의 수출규제 상황을 바라보고 있다"며 "언제든 수출규제가 부활할 수 있기 때문에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라고 했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김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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