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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때는 시세 두 배, 팔 때는 반값.. 안성 쉼터 논란 증폭

박지원 입력 2020. 05. 18. 06:02 수정 2020. 05. 18.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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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연 '안성 쉼터' 논란 증폭 / 윤미향 남편이 연결고리 역할 / 당시 실거래가 공시 등 참조 땐 / 건축비·땅값 합쳐 4억 안넘어 / 윤 "좋은 재료 써 비용 더 들어" / 정의연 "서울은 예산 부합 안 돼 / 최종부지 3곳 중 안성 낙점" 해명 / 건축비 평당 600만원 등 정보 공개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해 기부금으로 매입한 쉼터를 둘러싸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용수 할머니의 지난달 22일 대구 기자회견 이튿날 매입가의 절반에 가까운 4억2000만원에 팔린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은 초기 매입 비용이 7억5000만원에 달했다. 지난 4·15 총선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규민 당선인(경기 안성)이 지인의 신축 건물을 정대협이 쉼터로 매입하도록 소개하고 매입 뒤 당시 정의연 이사장인 더불어시민당 윤미향 당선인의 아버지가 건물을 관리해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장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92)가 피해자 지원단체인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옛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의 기금운용이 불투명하다고 지적한 이후 관련 의혹들이 연일 불거지는 가운데 피해자들을 위한 쉼터가 원래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17일 정의기억연대가 운영한 경기도 안성시 금광면 소재 쉼터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의 모습. 뉴스1
◆쉼터 비싼 매입가와 장소변경 왜

17일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대협이 2013년 9월 안성시 금광면 서운산 자락(상중리 441-3)에 마련한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은 연면적 195.98㎡(약 59평), 대지면적 800㎡(242평) 규모다.

정의연은 건물(신축)을 당시 형성된 가격으로 매입했다고 해명했으나 시세 부풀리기 의혹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등기부 등본에는 주택 대지가 2007년 4월 건축업자인 김모 금호스틸하우스 대표의 부인 한모씨 이름으로 매입된 것으로 나온다. 땅값은 3500만원대였다. 신축 뒤 주택 소유권 보존 등기는 2012년 11월에야 이뤄졌다. 대지를 사고 방치한 뒤 5년7개월 뒤 주택을 지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현대중공업이 쉼터 조성을 위해 10억원을 기탁하겠다고 밝힌 건 2012년 8월이다. 스틸하우스 건축 기간은 빠르면 두세달에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축자재 등 건축비가 다른 주택과 달리 고가라는 해명에도 인근 주택들과 시세 차이는 확연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시에 따르면 도보로 5분 거리인 대지면적 843㎡(약 255평)짜리 2011년 신축 주택은 2억원대에 매매됐다. 쉼터 건물의 건축비를 평당 400만원 안팎으로 가정하더라도 실제 건축비와 땅값을 합하면 4억원이 넘지 않는다는 게 건축업계의 진단이다.

윤 당선인은 이날 한 언론 인터뷰에서 “좋은 재료로 튼튼하게 지어 건축비가 많이 들었다는 설명을 했다”며 “기존에 봤던 곳이나 사용 목적을 고려했을 때 비쌌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고 반박했다.

특히 쉼터 장소가 당초 서울 마포구 성미산에서 안성으로 바뀐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정의연 측은 SNS를 통해 배포한 해명 자료에서 서울지역이 예산에 부합하지 않았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측도 서울에 국한되지 않길 희망해 서울 밖 부지를 물색했으며 최종 선정된 3곳을 이사회에 보고해 안성 쉼터가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자료에는 건축비가 평당 600만원이었고 내부 면적과 구조 등 세부정보가 공개됐다.
굳게 닫힌 안성 쉼터 정의기억연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쉼터로 운영하다 지난달 매각 계약을 체결한 경기도 안성시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 문이 17일 굳게 닫혀 있다. 안성=연합뉴스
◆이규민 당선인이 매입 주선… 윤미향 남편은 연결고리

주택 거래는 이규민 당시 안성신문 대표가 중개했고 주택 매도자는 안성신문 운영위원장인 건축업자 김 대표였다. 이 대표는 윤 당선인이 선거때 공개 지지했던 인물이다. 이들의 연결고리는 윤 당선인 남편인 김삼석씨로 알려졌다. 김씨와 이 대표는 각각 수원시민신문과 안성신문을 운영해온 지역시민운동 선후배 사이다. 안성신문 온라인판 기사에는 매입 당시 ‘주인을 기다리던 집과 쉼터를 찾던 정대협을 연결해 준 것이 안성신문 이규민 대표’라고 적시돼 있다.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 정의기억연대 사무실 모습. 이제원 기자
정의연은 해당 부지는 여러 후보지 중 한 곳이었고 원 건물주와는 2013년 6월 예정지 답사 중 처음 만났다고 해명했다.
쉼터의 저가 매각을 놓고 인근 화장터 건설 게획이 알려지면서 시세가 떨어졌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 기간 땅값은 오히려 상승했다. 큰 손실이 기록된 데 대해 정의연은 결과적으로 기부금에 손실이 발생한 점은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17일 윤미향 전 정의연 이사장의 부친이 쉼터를 관리하며 머문 경기도 안성시 금광면 소재 쉼터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 뒷마당 컨테이너의 모습. 뉴스1
◆펜션으로 쓰인 쉼터, 관리인은 윤 당선인 부친… 주민들 “쉼터 있는지 몰랐다”

쉼터 관리는 교회 사택 관리 경험을 지닌 윤 당선인의 아버지가 지난달까지 월 50만∼120만원을 받고 맡은 것으로 확인됐다. 복수의 주민들은 “윤 당선인의 아버지가 상주했던 건 아니고 주중에 건물 옆 컨테이너에 머물며 밭일 등을 했다”고 전했다.

일부 온라인 블로그 등에선 이 쉼터가 일반인을 위한 펜션 등으로 사용됐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실제로 이곳에선 경기지역 시민단체나 일부 진보정당이 수련회를 갖기도 했다. 정대협 관계자들은 페이스북에 이곳에서 술자리를 갖는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동네 주민들은 “2∼3개월에 한 차례씩 모임이 있었지만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부친이 관리를 맡은 것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사정이 뻔한 시민단체 형편에 별다른 프로그램이 없는 곳에 인건비를 많이 쓸 순 없다고 생각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사라지는 쉼터 흔적들

안성 쉼터 의혹이 제기된 뒤 ‘온라인 흔적’들이 삭제되고 있다. 수원시민신문은 2013년 11월 27일 작성한 ‘정대협, 안성에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 새 둥지 마련’이란 기사를 내렸다. 윤 당선인 남편인 ‘김삼석 기자’가 직접 작성한 이 기사는 쉼터 매입 당시 안성신문 이 대표가 중개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수원=오상도 기자, 유지혜·최형창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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