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하나로마트는 '북적'..남의 잔치 된 재난지원금?

2020. 5. 18.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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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중 유일하게 쓸수 있는 하나로마트 '북적'
글로벌 브랜드 애플·이케아·샤넬도 '함박웃음'
남대문·용산 등 전통 상권에 온기는 '아직..'
17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입구에 마트 내 입점한 임대매장에서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소연·김빛나·박재석 기자] #“맥북 에어도 재난지원금 가능해요?” “네. 고객님 돈에 재난지원금을 보태는 식으로 같이 결제하시면 됩니다.”

지난 16일 오후 8시께 서울 중구 명동 프리즈비 매장 안. 늦은 저녁인데도 불구하고 매장 안은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었다. 매장 입구부터 매장 중간중간에는 ‘프리즈비 정부 재난지원금 사용 가능’ 팻말들이 있었다. 13인치 맥북에어 앞에 선 손님이 재난지원금 사용 여부를 묻자 매장 직원은 친절하게 답변했다. 평소보다 매장에 사람이 몰리다 보니 몇몇 제품이 동나기도 했다.

매장 관계자는 “재난지원금 문의도 많이 오고, 재난지원금 인기 덕분에 일부 제품이 품절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17일 오후 4시 기준으로 아이폰se2는 품절, 에어팟 프로와 애플펜슬은 소량만 남아 있었다.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이 풀린 첫 주말 하나로마트, 식당, 편의점 등 소비시장이 모처럼 들썩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되면서 손님들 발길이 뚝 끊겼던 유통현장이 지원금 덕에 다소나마 숨통이 트인 것이다.

다만 매장별로 온도차는 있었다. 대형마트 중 유일하게 지원금 사용이 가능한 농협 하나로마트는 평소보다 고객들이 늘었지만, 전통시장은 하나로마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손님이 덜 들었다. 또 애플, 이케아, 샤넬 등 일부 명품매장에서 지원금 사용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연일 북새통을 이뤘지만,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안경점, 골프매장 등은 상대적으로 한산했다.

재난지원금 특수 톡톡히 챙긴 애플…하나로마트도 ‘즐거운 비명’

17일 오후 5시께 서울 사직동 소재 하나로마트는 계산하려는 고객들의 줄이 길어져 북새통을 이뤘다. 근거리 쇼핑 확산으로 기업형 슈퍼마켓(SSM) 형태인 이 매장의 고객 수가 늘긴 했어도 이날처럼 계산대 앞에서 오래 기다렸던 건 오랜만의 일이다.

계산대에 올려진 물건들도 당장 필요한 두부나 계란 등 한두 가지 먹거리가 아니라 고가의 한우부터 샴푸, 휴지 등 다양한 생필품이 대량으로 올라왔다. 매장 직원인 A씨도 “정부의 재난지원금이 풀리면서 대량으로 생필품을 사가시는 고객들이 많아졌다”며 “특히 한우가 인기”라고 전했다.

애플이나 이케아, 샤넬 등 글로벌 브랜드 매장에서도 지원금 사용이 가능하다고 알려지면서 고객들이 모여들었다. 미국 애플의 전자제품 판매를 대행하는 서울 소재 ‘프리스비’ 매장에서는 아이폰se2 등과 같은 인기 제품은 품절 사태를 빚기도 했다. ‘글로벌 가구유통 공룡’으로 불리는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의 광명점도 몰려든 고객들로 주차가 어려울 정도였다.

샤넬이나 구찌, 버버리, 디올 등 일부 해외 명품매장의 플래그십 스토어도 지원금 사용이 가능해 일부 매장은 물건을 보려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특히 샤넬 매장은 최근 가격을 올렸는데도 지원금을 사용해 제품을 사려는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남의 잔치 된 재난지원금…남대문·용산은 ‘뜨뜻미지근’

소상공인들이 모여있는 남대문, 용산 등 서울의 전통적인 상권은 아직 지원금 소비 열풍이 본격화하진 않았다. 가는 사람만 가는 상권의 특성에다 지원금 결제가 가능하다는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아직 소비 회복의 온기가 덜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지원금 사용이 가능하냐는 문의가 평소보다 많아져 이곳들 역시 기대감은 커지는 분위기다.

지난 16~17일 이틀간 방문한 전자기기 전문 매장이 몰려있는 용산·신도림 분위기는 예상외로 썰렁했다. 당초 취지와 달리 재난지원금이 소상공인에게 흘러가지 않는 것이다. 신도림 테크노마트에 입점한 A게임 매장 매니저는 “재난지원금은 카드 결제로 가능한데 카드 결제 건수 자체가 차이 없었다”며 “문의 전화는 이번주에 4~5건 정도 온 것 같다”고 했다.

사용 첫 주말인 만큼 상황을 지켜보자는 목소리도 있었다. 용산 전자랜드 B게임 매장 사장은 “아직 홍보가 덜 돼서 그런 거라 생각한다”며 “전자랜드에서 사용 가능한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테니 기자님이 잘 알려주시라”고 말했다.

17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한 상점에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가능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도 예상만큼 지원금 덕을 보지 못했다. 남대문시장에서 10년 이상 장사했다는 박모(44·남) 씨는 “긴급재난지원금 쓰러 여기까지 오겠냐”며 “지원금 쓰신 분들은 아직 없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30년 이상 분식을 판매한 전모(68·여) 씨 역시 “손님이 3분의 1 이상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빈자리를 긴급재난지원금 받은 사람들이 시장을 방문할까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특히 남대문시장은 내국인보다 외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주로 영업을 하다보니 하늘길이 막힌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금 확대로 효과 보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았다.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분식집을 운영하는 안모(62·여) 씨는 “나온 지 얼마 안 돼서 쓴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며 “대부분 생필품 사는 데 쓰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 다른 가게에서 영업하는 윤모(53·여) 씨 역시 “재난지원금 쓰신 분들은 두 분 정도 있었다”고 말했다. 윤씨는 “받은 지원금으로 시장 상인들의 물건을 조금씩 사줬다”고 했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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