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미래 세대에게 '물순환 도시'를

박재현 |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2020. 5. 19. 03:0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물은 생명의 원천이다. 인류는 물에서 태어나 물과 함께 번영했다. 물을 이용하는 법을 깨우친 인류는 유프라테스와 티그리스 두 강 사이, 나일강과 인더스강 주변에서 관개 영농을 시작하면서 문명을 탄생시켰다. 과학과 기술을 통해 물을 이용하고 통제함으로써 인류 문명을 발전시켜 온 것이다.

하지만 20세기 이후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전되면서 개발 중심의 가치관은 산과 들을 도시와 공장지대로 바꾸었고, 에너지 소비 증가는 기후변화를 불러왔다. 인구가 늘면서 물 수요가 늘었고, 이는 다시 오수의 배출로 이어졌다. 도시는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뒤덮였으며, 풀이나 나무가 자랄 곳은 사라져갔다. 빗물은 땅속으로 스미는 대신 한꺼번에 유출되어, 하수관거나 처리시설이 감당하기 버거울 정도다. 최근 빈발하는 도심 침수, 도시 하천 범람, 하수 월류 등이 이를 말해준다. 강수량이 적어도 문제다. 지하수 저장량이 부족해 지하수 고갈, 하천 건천화가 발생하고, 가뭄이나 물 부족이 심화된다. 증발산이 줄어들면서 도시 열섬, 열대야 등의 현상도 나타난다. 기후변화로 인한 국지적 집중호우와 가뭄, 기온 상승 등은 이 같은 문제를 증폭시킨다.

최근 한국은 저영향개발(LID·Low Impact Development) 기법을 도입한 ‘물순환 도시’에서 그 해결책을 찾고 있다. 자연의 자정력을 이용하여 수질오염과 기후변화에 강한 도시를 만들자는 것이다.

자연이 가진 수질 정화기능과 수량 조절기능을 되살려 기존의 하수관거와 수처리장치 등 인프라 시설이 맡았던 역할을 일부 대신하게 한다. 빗물을 소규모로 분산해 저류, 침투, 증산, 발산시켜 자연의 물순환을 회복하려는 노력이다. 그린 인프라 조성, 빗물 유출 제로화, 물순환 선도도시 조성 등도 그 일환이다. 하수처리장을 중상류에 분산 설치해 건천화를 예방하고, 유출 지하수 저감 등을 통해 도시공간의 친환경성을 높인다. 미국, 독일, 일본 등에서도 이미 저영향개발 기법을 도입해 수질 개선, 빗물 유출 저감, 열섬 완화 등의 효과를 보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노력들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수량·수질·생태 모두를 아우르는 통합 관점의 협의체계를 구성하고, 이를 통해 도시 물순환 종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일부 도시에만 국한할 것이 아니라, 전국의 모든 도시를 대상으로 취약도시를 선정하고, 통합적 관점에서 물순환 도시를 확대해야 한다. 법적·제도적 장치가 뒷받침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아울러 국정과제인 부산EDC 스마트시티와 송산그린시티 사업에서 물순환 도시 모델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물 공급 전 과정에 정보통신기술(ICT)과 저영향개발 기법을 적용해 물순환, 수질, 수생태, 친수공간, 수방재 능력을 최적화한 스마트 물관리 체계를 구현하는 것이다. 이를 도시와 도시를 연계하는 스마트 워터벨트로, 나아가 유역 차원까지 확장한다면 유역 중심의 통합 물관리의 완성도와 기후변화 대응력을 한층 높일 수 있다.

질 높고 지속 가능한 시민 생활이 가능하려면 건강한 생태계와 아름다운 경관이 살아 있는 안전한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스마트 물순환 도시는 4차 산업혁명을 통한 생활의 편리함과 함께 자연과 더불어 살아 숨쉬고 공생하는 쾌적함을 얻을 수 있는 곳이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의 마음으로 선조의 지혜를 오늘에 되살려 자연을 품은 최첨단 도시를 만들고 또 미래 세대에게 물려주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몫이다.

박재현 |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